대한민국은 30년 전 알베르빌 1992 대회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한 이후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의 전통적인 강호로 자리잡았습니다. 다른 종목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밴쿠버 2010 대회까지는 쇼트트랙이 한국의 유일한 금광이나 다름없었죠.
한국은 역대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세계 최다인 금메달 24개, 은메달 13개, 동메달 11개를 획득했고, 홈에서 열린 평창 2018 대회에서는 쇼트트랙에 걸린 메달 24개 중 6개(금3, 은1, 동2)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각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전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한국은 예전처럼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놓치지 않은 세부종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여자 3000m 계주 종목인데요, 약 111m 길이의 트랙을 27바퀴 돌면서 네 명의 선수가 교대를 하는데 마지막 두 바퀴는 반드시 한 선수가 뛰어야 합니다. 효율적인 팀 플레이가 뒷받침되어야 하면서도 최종 단계에서는 에이스의 뛰어난 역량이 필요한,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종목이라고 할 수 있죠.
전설의 시작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알베르빌 1992 대회의 영웅이 김기훈이었다면, 2년 뒤에 열린 릴레함메르 1994 대회는 전이경의 무대였습니다. 그는 여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소희, 김윤미, 원혜경, 김양희와 함께 출전한 3000m 계주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죠. 나가노 1998 대회에서도 같은 종목에서 2관왕에 오른 전이경의 대표팀 동료들은 김윤미, 원혜경, 안상미, 최민경이었습니다.
솔트레이크시티 2002 대회에서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최민경이 유일한 올림픽 경험자로서 타이틀 방어에 나섰고, 최은경, 박혜원, 주민진 (후보 고기현) 등과 호흡을 맞춰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습니다. 그 선수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최은경이 4년 뒤 토리노 2006 대회에 참가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경험 부족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당시 떠오르는 샛별이었던 진선유와 변천사가 이끄는 대표팀은 (강윤미, 전다혜 포함) 무난히 올림픽 4연패를 달성했습니다.
김민정, 박승희, 이은별, 조해리, 최정원이 한 팀을 이루어 출전한 밴쿠버 2010 대회에서는 안타깝게도 실격을 당하는 바람에 시상대에오르지 못했지만, 소치 2014 대회에 다시 도전한 조해리와 박승희는 후배들과 (김아랑, 공상정, 심석희) 함께 한국을 또다시 세계 정상으로 이끌었습니다. 4년 후 안방에서 열린 평창 2018 대회에서는 어느덧 맏언니가 된 김아랑이 화려한 대표팀을 (심석희, 최민정, 김예진, 이유빈) 이끌고 금빛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타이틀 방어의 어려움
한국의 장기 집권을 저지할 가장 유력한 경쟁자는 작년 10월 23일 베이징에서 4분 2초 809의 세계 신기록을 세운 네덜란드 대표팀입니다. 수잔 슐팅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지난 평창 2018 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는데요, 최근 해외 지도자들을 영입한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개최국 중화인민공화국의 도전도 위협적입니다.
이번 베이징 2022 대회에 나서는 대한민국 쇼트트랙 여자 3000m 대표팀 –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베테랑 김아랑이 최민정, 이유빈, 박지윤, 서휘민과 함께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합니다. 팀 코리아의 에이스 최민정이 계주 팀이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던 11일 1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여자 팀에 사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 번의 도전에서 세 번의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겠지만, 앞서 되돌아본 그들의 멈출 수 없는 기세를 감안하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