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색깔과 상관없이 제가 평소에 하던대로 즐기면서 경기하려고요!"
오는 9월 개최되는 평창 아시아선수권대회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목표를 묻자, 신유빈은 간결하게 '즐기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즐기면서 하다 보면 메달도, 랭킹도 저절로 따라오지 않겠냐며 톱10 진입 축하한다는 말에 겸연쩍게 웃어보였습니다.
여전히 방탄소년단(BTS), 뉴진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같은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여느 10대 소녀와 다름없는 발랄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지만, 탁구 이야기를 할 때는 자세가 달라졌습니다.
"제 랭킹이요? 열심히 하다보니 선물같이 찾아와 주었죠. 그런데 지금(인터뷰 당시 7월 31일)은 9위지만, 사실 9위라는 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물론 좋은 일이고 감사한 일인데 사실 언제 또 바뀔지 모르는 게 랭킹이라, 그 숫자에 연연해하지 않고 제 실력에 집중하고 저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올해 들어 월드테이블테니스(WTT) 대회에서 단복식 우승을 휩쓸고 다니며 랭킹 포인트를 거의 수집하다시피 했던 신유빈은 더 이상 한국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나왔던 단발머리 꼬마가 아니었습니다.
2020년, 손목 피로골절 부상을 겪는 등 순탄치 않았던 시기도 있었지만 본인 말대로 더 단단해져 돌아오게 된 계기를 들어봤습니다.
"운동선수한텐 부상이 그림자 같은 거니까요,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그래도 많이 힘들었는데 팬분들이 진심으로 응원한다고도 해주셨고, 옆에서 코치님이나 가족들이 많이 의지가 되어주어서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팬들과 주변 사람들 덕분이라는 예쁜 마음으로 답해준 그, 그렇다면 부상을 딛고 일어서 재활에 성공한 뒤 올해 5월에 펼쳐졌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복식 은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탁구계에 새로운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본인이 된 소감은 어떨까요?
신유빈은 "너무 좋았어요. 근데 은메달이잖아요, 사실 결승에서 이겼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래도 2년 전 부상을 극복하고 이번 대회를 잘 마무리지을 수 있어서 후련했어요"라며 약간의 아쉬움도 드러냈습니다.
이후 자만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국제대회에 출전해 본인만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데요, 특히 세계선수권 직후 WTT 대회를 4개(라고스-튀니스-자그레브-류블랴나) 연속으로 출전하면서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부담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적을 내며 결국 세계랭킹 9위에 자리했습니다.
"그 전에 세계대회, 국내대회까지 계속 출전해야하니까 사실 (세계선수권) 이전부터 생각했던 게, '6개 대회를 어떻게 잘 헤쳐나가야 하지?'였어요. 그래도 막상 시합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많이 힘들진 않았고, 오히려 즐겼다고 해야하나요? 즐기고 있을 때 성적이 더 잘 나오기도 했고 이렇게 시합 뛰는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 대회(WTT 스타 컨텐더 류블랴나 2023) 끝나고 나서는 많이 힘들었는지 멘털이 좀 무너졌어요. 이 때도 (코치, 동료 선수들, 가족 등) 주변 사람들 덕분에 일어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시아선수권∙아시안게임 출전: 국가대표로서의 마음가짐
9월에는 아시아 탁구 스타들이 한데 모이는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래라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가 아니었던 신유빈은 운 좋게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지난 3월에 다시금 개최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파견 선발전에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재활도 마무리된 상태라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해 1차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아시안게임 출전이라는 기회를 단번에 낚아챘죠.
"원래 제 것이 아니었는데 행운이 따라줘서 (선발전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잖아요. 그래서 꼭 이걸 쟁취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마음을 더 편하게 먹고 경기에 임했던 것 같아요."
평창 아시아선수권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신유빈은 "대한민국 대표로 나가는 거니까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성적 내고 싶어요. 앞으로도 발전성 있는 탁구를 치고 싶다는 게 제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그러다보면 좋은 성적도 같이 따라오지 않을까요?"라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밝혔습니다.
이번에 처음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신유빈은 파트너 전지희와의 여자 복식, 임종훈과의 혼합 복식에서 메달을 노리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을 넘어 올림픽까지: 파리 2024에 대한 기대감
2021년 7월, 2020 도쿄 올림픽 탁구 경기장인 도쿄 체육관에 울려퍼진 "삐약!" 기합소리. 신유빈은 2년 전 올림픽 데뷔 무대에서 '삐약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특별했던 도쿄 올림픽에 대해 신유빈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주변에서 올림픽에 먼저 나가 본 선배님들이 '올림픽에 나가면 많이 긴장되고 아무것도 안 보일 거다'라는 말을 많이 해줬는데, 저는 '내가 하던대로 하면 긴장 안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 나갔어요. 실제로도 평소에 하던대로 하니까 긴장되는 건 많이 없었고, 오히려 너무 재밌었던 것 같아요.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경기고, 그 장소에 제가 있다는 게 엄청 행복하고 뿌듯했어요."
이제 도쿄 대회는 뒤로 하고, 2024 파리 올림픽이 1년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신유빈은 "도쿄에서는 관중이 없었잖아요. 관중 없는 대회라 신기했는데, 올림픽 무대에서 꽉 찬 관중 사이에서 경기하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고, 저는 무엇보다도 파리에서의 경기장이 너무 궁금해요"라며 파리 2024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파리는 경유할 때 땅만 밟아봤거든요, 그래서 에펠탑을 비행기에서만 봐서 그게 좀 아쉽더라구요. 내년에 가게 되면 에펠탑은 꼭 한 번 보고 싶어요. 그리고 파리 가면… 바게트 먹어야죠!"
별명부자 신유빈의 최애 별명은?
"아유, 전 뭘로든 저를 불러주시면 감사하죠. 그만큼 저에게 관심이 많다는 거니까 어떤 애칭이든 상관없이 다 좋아요."
올림픽으로 주목을 받은 올림픽둥이(신유빈은 2004년생, 아테네 올림픽 개최연도에 태어났다)는 '삐약이', '기부천사', '탁구신동' 등 팬들에게 다양한 애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만 19세의 어린 나이에 '기부천사'가 된 연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5월 세계선수권 때 은메달을 따며 받은 포상금 일부를 또래 청소년들을 위해 써달라며 월드비전에 선뜻 건네는 대단한 결정을 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신유빈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건너뛰고 실업팀에 입단해 받은 첫 월급을 기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기부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다양한 분야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따뜻한 마음을 전파시키고 있는 신유빈은 "처음에는 부모님의 권유였어요"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기부 소식 보면서, '돈 벌면 나도 기부해야지!'하고 부모님이랑 매번 얘기했었거든요. 그 영향도 컸고, 첫 월급은 부모님의 권유로 기부하게 되었지만 이후부터는 제가 선한 영향력을 펼치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스스로 돈이 생기면 기부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어요."
이런 모습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가고 있는 신유빈은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10만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입니다. 한국 탁구계의 아이콘으로서 앞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을까요?
"실력도 좋고, 성실하고, 인성도 좋은 선수요! 전 인기는 잘 모르겠지만, 잘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