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총·칼] 새해 특집: 양궁 남수현 인터뷰 - "스무 살을 가장 빛나게 보냈다는 생각에 행복했어요"
Olympics.com에서 새해를 맞이해 2024 파리 올림픽 대회를 뜨겁게 달군 양궁, 사격, 펜싱의 차세대 스타를 조명합니다. 새해 특집 활·총·칼 시리즈의 첫 번째 주인공은 여자 단체전 10연패의 주역, 양궁 대표팀 막내 남수현입니다.
남수현은 지난해 올림픽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던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쟁쟁한 올림픽,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선배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2005년생인 남수현은 파리 2024 대회 양궁 대표팀 내에서 막내였지만, 그 누구보다도 차분하게 사선에서 활을 쏘며 세계 기록을 경신한 임시현에 이어 2위로 예선전을 마쳤습니다.
남수현이 예선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대표팀 막내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전훈영, 임시현과 함께 10연패라는 대기록을 작성했고, 여자 개인전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며 성공적으로 국가대표 데뷔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Olympics.com이 남수현과 함께 파리 2024 대회를 돌아보며 선수 생활에 있어서 올림픽 메달의 의미와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봤습니다.
남수현은 지난해 생애 처음으로 양궁 국가대표팀에 승선했습니다.
"저는 막내 생활이 너무 좋았어요. (웃음) 언니들이나 오빠들이 다 잘 챙겨주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엄청 친절하게 잘 알려줘서 너무 재밌었어요."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 등 메이저 대회 경험 없이 올림픽에 출전한 남수현은 단체전 금메달뿐만 아니라 개인전에서 은메달까지 획득하며 모든 운동선수라면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데뷔전에서 해냈습니다.
"스무 살을 가장 빛나게 보냈다는 생각에 행복했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양궁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게 많다고 말합니다.
"아직 양궁 선수로서 하고 싶은 게 많기 때문에 목표를 새로 설정하면서 거기에 맞춰서 훈련하고 있어요. 먼저 내년 3월에 2025 국가대표 3차 선발전을 잘치르고, 그다음에 있을 최종 선발전을 통해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는 게 목표예요. 더 길게 보면, 제덕 오빠나 우진 오빠처럼 매년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그런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활을 잡은 태권소녀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태어난 남수현은 성남초등학교 3학년 시절 활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태권도를 하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체육시간 중 양궁 체험 시간이 있어서 반 친구들이랑 다 같이 하러 갔는데 그때 코치님께서 한번 해보라고 하셔서 태권도를 그만두고 양궁을 시작했어요."
사실 남수현은 시작하자마자 활을 놓을 뻔했습니다.
"제 양궁 인생에서 슬럼프를 겪었던 시기를 꼽자면 초등학교 3학년 때와 5학년 때였어요. 활 쏘는 게 불안해져서 아예 활시위를 놓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부모님께서 절 강하게 잘 잡아주셔서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었어요. 선수의 길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중학교 때부터였고 고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그 꿈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파리 2024 메달: 자신감 그리고 새로운 시작점
남수현이 올림픽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4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관심을 가지고 본 대회는 솔직히 말해서 도쿄 올림픽이었어요. 그전에는 너무 저한테 먼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잘 챙겨보는 편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첫 메달을 중학교 2학년 때쯤 땄고, 고등학교 때도 조금씩 메달을 땄지만, 엄청 두각을 나타낸 선수까지는 아니었어요."
2024년 2월 순천여고를 졸업한 뒤 순천시청에 입단한 남수현은 성인이 된 첫걸음으로 올림픽 대표팀에서 한자리를 꿰찼을 뿐만 아니라 올림픽 단체전 10연패라는 한국 양궁의 역사를 쓴 주역이 됐습니다.
"솔직히 작년까지만 해도 너무 '짱짱한' 선배들이 위에 계시니까 제가 절대로 저 자리를 못 뚫고 들어가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올림픽을 갔다 오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열심히 하고 간절하면, 누구든지 저 자리에 오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으로요."
벌써 올림픽 금메달과 은메달을 하나씩 목에 걸어 본 남수현에게 이 메달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많이 무겁게 느껴지진 않을까요?
남수현은 "양궁 선수로서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이제 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하며 차분하면서도 MZ세대다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
한국 양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 5개를 획득한 김우진은 사선에 서는 순간 다른 생각이 방해하지 않도록 무조건 "들면 쏜다"고 합니다.
남수현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선에 설까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해요. 스스로한테도 긍정적인 말을 계속 해주고요. 그리고 상대 선수는 신경쓰지 말고 냉정하게 내 할 일만 하고 나오자는 생각을 많이 해요."
남수현은 '피겨 여제' 김연아의 모습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밴쿠버 2010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5조 세 번째로 출전한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 다음 순서로 연기를 펼쳤습니다. 당시 김연아는 아이스링크 입장을 대기하는 동안 전광판을 통해 1위를 차지한 아사다의 기록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자신의 경기에 집중력을 잃지 않고 클린 연기로 1위에 올랐습니다.
"저는 그때 김연아 선수가 그런 상황에서 긴장하지 않고 냉철한 모습으로 당당히 경기에 임했던 모습에 너무 감명받았어요."
이번 올림픽에서는 3관왕을 차지한 임시현과 김우진을 보면서도 챔피언의 마음가짐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시현 언니를 보면, 뭔가 고민이 하나 생겨도 그거에 너무 파고들지 않고 가볍게 털어내는 모습을 배우고 싶었어요. 우진 오빠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것이든 무겁게 생각하기보다는 가볍게 훌훌 털어버리는 성격을 본받자고 생각했어요."
남수현이 선배들을 보면서 성장했듯 이제 그를 바라보는 유망주들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어린 선수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요?
"목표가 뚜렷해야 운동도 더 집중해서 할 수 있고, 동기 부여도 되는 것 같아요. 항상 목표가 잘 잡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