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총•칼] 연말 특집: 파리 2024 양궁•사격•펜싱 하이라이트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2024 파리 올림픽 대회에서 한국은 무기를 사용하는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한국 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 대회에서 12년 만에 최고의 성과를 거둔 것은 양궁, 사격, 펜싱 등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종목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이런 '무기 종목'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요?
물론, 해당 종목과 선수들을 오랫동안 후원해왔던 기업들의 꾸준한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겠지만,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재미있는 기록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대 중국의 역사학자 진수(陳夀)가 편찬한 <삼국지>의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에는 삼국시대에 한반도의 북방을 주름잡았던 고구려라는 나라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고구려의 다섯 부족 중 하나가 압록강 이북의 요동 지방에 소수맥(小水㹮)이라는 나라를 세웠는데요, 여기서 생산된 좋은 활을 맥궁(貊弓)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한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도 등장하는 인물인 위궁(位宮) - 고구려 동천왕(東天王: 227-248) - 은 힘이 세고 용감했으며 안장을 놓고 말달리는 것에 익숙하고 사냥과 활쏘기를 잘 했다고 합니다.
파리 2024 대회 사격 금메달리스트 반효진은 최근 Olympics.com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활, 총, 칼을 쓰는 종목에서 전통적으로 성적이 좋았던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옛날에 사냥을 잘했나? 역시 주몽의 후손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양궁을 잘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격은 왜 잘할까요?"
글쎄요... 그럼 고구려 태조 동명성왕(東明聖王: BC 58-19)이 활약했던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주몽(朱蒙)'은 부여 말로 '활을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고구려 건국 설화에 따르면 주몽은 또래 아이들과 달리 조숙해서 일곱 살 때부터 스스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쏘았는데 백발백중이었다고 하네요.
그로부터 2천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활, 총, 칼 같은 도구들은 본래의 목적이었던 사냥과 전쟁 무기에서 변모, 올림픽 프로그램의 정식 종목으로 자리잡아 스포츠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한국 선수들의 몸 속에는 옛날부터 활쏘기에 능했던 우리 선조들의 DNA가 흐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지난 파리 2024 대회 양궁, 사격, 펜싱 종목에서 선전했던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활약상을 다시 돌아보면서, 한국 스포츠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Olympics.com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 12월 26일: 파리 2024 양궁 하이라이트
- 12월 27일: 파리 2024 사격 하이라이트
- 12월 28일: 파리 2024 펜싱 하이라이트
이어서 새해에는 종목별로 두각을 나타냈던 차세대 스타 선수들과의 단독 인터뷰 시리즈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