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024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하계 올림픽 개회식 단복, 과거부터 현재까지
2024 파리 올림픽 대회가 정말 단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해는 특히 센강 위에서 이루어지는 이 특별한 개회식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파리의 상징적인 강 위를 보트를 타고 등장하게 된다는 각국 선수단의 첫 등장이 어떻게 보여질지 모두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개회식 대부분 프로그램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각 나라의 단복들이 이미 소개되어 그 등장이 어떨지 살짝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리 2024 최고의 단복은 어디?
각 나라의 단복은 그 나라의 전통과 이미지를 드러내면서도 각 선수단의 활동에 알맞게 디자인되고 제작되기 때문에 일단 발표되고 나면 전세계인들이 각국의 디자인을 비교 분석하고 나름의 랭킹을 매기기도 합니다.
개최국 프랑스는 벨루티, 미국은 랄프 로렌, 이탈리아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캐나다는 룰루레몬처럼 특히 각 나라의 대표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가 이를 담당하기 때문에 유명 브랜드의 개성이 그 국가의 이미지와 어떻게 잘 섞여 승화되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있죠.
이번 해 단복의 승자는 단연 미셸앤드아마존카가 만든 몽골의 단복인 듯 합니다. 한 벌을 만드는 데 20시간이 걸릴 정도의 수작업으로 몽골 전통 문양을 바탕으로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과 성화까지 담아냈는데요. 아름다운 드레이프와 주름, 정교한 자수까지 패션위크에 등장해도 될 것 같은 우아함으로 전 세계 올림픽 팬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단복: 파리 2024 vs 도쿄 2020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인해 한 해 늦은 2021년에서야 열렸던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개·폐회식 단복은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캠브리지 멤버스가 제작했는데요. 한국 고려청자의 비색으로 표현된 재킷과 조선 백자의 순백색 컬러를 담아낸 팬츠로 일본의 고온다습한 기후를 고려해 흡한속건 기능성 원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시상용 및 일상 단복은 노스페이스가 제작했습니다. 태극마크 그리고 건곤감리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담아내 우아하고 편안한 스타일로 선수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기대해 마지 않았던 파리 2024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의 공식 단복과 시상대 및 일상복은 각각 무신사 스탠다드와 영원아웃도어 노스페이스가 공식파트너로 참여해 한국을 상징하는 컬러와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무엇보다 개·폐회식에 입을 단복을 만든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단복을 맡아 캐주얼하지만 또한 오피셜한 자리에도 어울리는 '백의민족' 화이트 데님스타일의 재킷으로 선수단과 대중 모두의 사랑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파리 2024 선수단 단복은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상징하면서 젊음의 기상과 진취적 정신을 나타내는 '벽청색'을 기본 컬러로 한 벨티드 수트 셋업입니다. 청화백자 도안을 안감에 새겨넣었고, 전통 관복에서 입던 각대를 벨트로 새로이 해석했습니다. '팀 코리아'로고가 들어간 티셔츠, 슬랙스, 스니커즈는 물론 태극무늬가 인상적인 펜던트 목걸이도 함께 지급됩니다.
또한 시상대와 일상에서 입는 단복은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꾸준히 노스페이스가 제작해오고 있습니다. 시상용 단복은 태극기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건곤감리의 '감괘' 그리고 태극문양의 음양(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캘리그래피를 모티브로 한 이번 단복은 하얀색 바탕에 동해 바다의 쪽색을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Olympics.com 글로벌을 포함해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는 이미 한국의 단복을 베스트 10에 올려두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입고 개폐회식에 참가할 선수들의 의견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직접 입어본 선수들이 그 첫 소감을 Olympics.com에 밝혔습니다.
"컬러감도 제가 좋아하고 스타일도 훨씬 힙한 것 같아요."- 김수지, 다이빙
"도쿄 때보다 더 편해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건 벨트예요. 허리가 날씬해보여서요." - 여서정, 기계체조
"아무나 입지 못하는 옷이니까, 더 영광스럽고요. 도쿄 때와 달라진 색상도 맘에 들고 활동하기에도 편해요."- 신유빈, 탁구
"튀는 것 같아요. 지난 번에는 정장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많이 편해져서 좋은 것 같아요." - 서채현, 스포츠클라이밍
"호불호가 좀 갈리는 것 같은데요. 전 ‘호’입니다. 일단 파리 올림픽의 파란색에 맞춘 하늘색의 화사함이랄까 그런게 있어 좋고요. 멀리서도 ‘저기 대한민국 선수단이다!’할 수 있는 단복인 것 같습니다. 제가 땀이 많은데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 전웅태, 근대5종
"처음 치수 재러 갔을 때는 ‘글쎄…?’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다같이 입은 걸 보니까 꽤 멋있더라고요? 88올림픽 때와 비슷한 색상이라, 그 시절을 오마주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안한지는… 잘 모르겠네요." - 홍텐, 브레이킹
"파리 현지가 많이 덥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단복이 얇고 시원해서 괜찮을 것 같아요. 올림픽이 처음이라 긴장되고 설레는데 단복을 입어보니 정말 실감이 나네요!" -박혜정, 역도
대한민국 단복의 역사 톺아보기
대한민국은 1948년 해방 후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 올림픽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세 명이 출전한 것이 처음이었는데요. 하지만 한국 선수단이 단복을 착용하고 개회식에 당당히 등장한 것은 같은 해 열린 1948 런던 하계 올림픽. 군청색 더블 브레스트 재킷에 회색 팬츠, 그리고 왼쪽 가슴에 올림픽 오륜과 태극문양이 그려진 휘장을 달았습니다. 이 최초 단복은 단 한 벌만이 남아 문화재로 등록되었고 현재는 독립기념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50년대와 60년대 짙은 청색에 흰색 바지를 입고 등장했던 한국 선수단의 단복은 1972 뮌헨 올림픽에 이르러 크게 달라집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금메달이 나오지 않자 이를 기원하는 의미로 황금색의 단복을 만들었죠. 그러나 첫 금메달은 이로부터 4년 후 1976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양정모 선수가 이루어냅니다.
1984년 다시 한국 전통적인 단복으로 돌아가게 되는데요. 푸른색과 흰색을 바탕으로 한 단복이 선을 보인 후 서울 1988에서 그 푸른 물결을 다시 만들어냅니다.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2012 런던 올림픽의 단복. 스타일로도 매우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최초 공식 출전으로 기록된 1948 런던 올림픽의 영광을 재해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었습니다. 1948년과 마찬가지로 감색 정장에 흰색 바지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영국 스타일의 댄디함을 담아 낸 스타일리시한 의상이었습니다. 빈폴이 제작한 이 단복은 그 해 유수의 언론이 꼽은 최고의 단복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빈폴은 이후 리우 2016 대회를 위해서도 한국 국가대표 팀 단복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