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4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시즌, 대학생이 된 김길리는 탈색한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거침없이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패기로 똘똘 뭉친 김길리가 마지막 월드컵 6차 대회가 열린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여자부 종합 우승을 확정 지으며,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크리스털 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쥐었습니다.
김길리는 종합 우승뿐만 아니라 두 시즌 연속 여자부 1500m 월드컵 랭킹 1위를 지켜냈고, 2024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과 은메달 1개씩을 획득하는 등 '뉴 쇼트트랙 퀸'으로 급부상했습니다.
김길리는 Olympics.com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운이 좋았던 시즌이라고 생각해요. 운과 제 실력이 같이 따라주지 않았나 싶어요"라며 겸손하게 말했습니다.
"크리스털 글로브라는 상이 제 동기부여와 자신감이 됐어요."
올림픽 챔피언들의 귀환: "아직도 배울 게 많아요"
김길리가 세계 시니어 쇼트트랙 무대를 평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년입니다.
"당연히 세계 1등이라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어서 그 무게라고 해야 할까요? 무게가 많이 느껴져서 부담감이 있지만, 그만큼 더 많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대회가 500일도 남지 않았기에 최민정, 아리아나 폰타나 등 올림픽 스타들이 휴식기를 마치고, 빙판으로 돌아올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번 시즌 더 강력해진 경쟁자들과의 대결 또한 김길리에게 부담으로 다가왔을까요?
"최민정 선수는 제가 존경하는 동료이자 언니예요. 또 계속해서 활동하고 있는 아리아나 폰타나 선수도 정말 존경하고 있어요. TV에서 보던 선수들이었는데, 같이 타면서 더 대단한 선수라고 느꼈어요."
김길리는 이어서 "앞으로 더 같이 경쟁하면서 저의 부족한 점을 많이 채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겨야 하는 상대지만, 아직 배울 게 많아요"라고 말합니다.
특히, 폰타나는 11개의 올림픽 메달을 거머쥔 쇼트트랙 역대 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토리노 2006 이후 20년 만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출전에 도전합니다.
"폰타나 선수는 레이스를 가장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저도 폰타나 선수 영상을 보면서 많이 공부해 왔는데 그 선수의 빈틈을 공략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길리는 올해 3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000m 결승에서 폰타나를 꺾고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주니어 시절 같이 스케이트를 탔던 (네덜란드의) 펠제부르 선수를 시니어 무대에서 상대하니깐 기량이 더 올라왔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확실히 더 성장하지 않을까 합니다."
김길리는 소속팀 성남시청 직속 선배이기도 한 최민정과 계주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 시즌 단체전에서 살짝 부진한 모습이 있었어요. 올해 다시 민정 언니랑 계주 합을 맞추게 돼서 같이 노력하고 있어요."
2024-25 시즌: "최대한 경험을 많이 쌓자"
밀라노-코르티나 2026을 앞둔 2024-25 시즌은 모든 선수들에게 중요한 시기입니다.
김길리는 2월 중화인민공화국 하얼빈에서 열리는 2025 동계아시안게임을 올림픽 전초전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림픽보다는 아니지만, 아시안게임이 제 첫 종합 대회여서 올림픽 전 시즌에 좋은 기량을 보여드리는 게 제 목표입니다."
"개인전과 단체전 전 종목에 출전해 체력적으로 많이 부담을 느낄 것 같아요. 또, 중국도 대단한 선수들이 많고, 단거리가 특히 강해서 단거리 훈련에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김길리는 체력 소모가 많은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내년 1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2025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도 출전합니다.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닐까 싶어서요. 그리고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뛸 수 있는 무대여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올해 스무 살이 됐지만, 일인자의 여유가 보이는 김길리는 "올해는 올림픽을 위해 최대한 경험을 많이 쌓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려고 해요"라며 웃으며 말합니다.
"크리스털 글로브에 대한 목표는 한번 이뤘으니까 이제 좀 더 경기를 재미있게 즐기면서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긍정 에너지 유지 비결: 잠, 러닝, 한식, 음악
"제 강점은 스피드와 마지막까지 그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이에요."
'람보르길리'라는 별명도 생긴 김길리의 체력 관리 비결은 무엇일까요?
김길리의 비결은 굉장히 단순했습니다: 잠, 러닝, 한식.
"잠을 제일 잘 자야 해요. 하루에 꾸준히 8시간 이상 자고 있어요. 그리고, 유산소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러닝을 해서 장거리 러닝을 좋아해요."
마지막으로 김길리는 체력의 원천으로 한식을 꼽았습니다.
"저는 한식을 너무 좋아해서 외국 나갈 때도 항상 캐리어에 반은 한식으로 채우고 갈 정도예요. 시합 때 무조건 한식을 먹고 타야 합니다! (웃음)"
많은 운동선수에게 체력과 더불어 정신 건강도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는데요, 김길리에게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긍정 에너지를 유지하는 방법도 물어봤습니다.
"저는 우울한 걸 되게 싫어해서 항상 운동할 때 즐겁게 하려는 편이에요.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기분 풀려고 많이 노력해요."
"훈련할 때 음악도 신나는 걸 들어요. 요즘에는 여자아이들과 라이즈 노래를 자주 들어요. (웃음)"
밀라노-코르티나 2026: "꿈같은 무대"
예쁜 옷을 입기 좋아했던 7살 김길리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꿈꿨지만, 결국 남다른 재능으로 쇼트트랙 부츠를 신고 올림픽을 바라봅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뛰는 언니, 오빠들을 응원하면서, 울컥울컥하기도 했죠. 제가 뛰었으면 어땠을지 상상하며, 많이 공부했어요."
김길리는 밀라노-코르티나 2026 대회에 대해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아직 타 보지 못해서 그런지 제 인생에서 엄청 꿈같은 무대예요. 현재 제일 큰 목표이기도 하죠"라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김길리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을까요?
"요즘은 '압도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운동해요. 김연경 선수처럼 자신감 있고 강인하지만, 예의 바른 선수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