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알파인 스키선수 자코모 베르타뇰리는 금맛을 아는 사람입니다. 그는 두 번의 패럴림픽 대회에 출전해 각각 두 개씩, 네 개의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가 이루지 못한 것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입니다.
아시아에서 열린 두 번의 패럴림픽 대회, 평창 2018과 베이징 2022 이후, 이탈리아의 스키 스타 베르타뇰리는 그의 집에서 불과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경기장에서 자신의 세 번째 금메달 사냥을 시작할 것입니다.
베르타뇰리는 Olympics.com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느낌일 거예요.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 친구들, 가족, 제 여자친구까지 모두 거기서 저를 응원해주는 거랑, 지구 반대쪽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려고 한밤중에 일어나 멀리서 지켜보는 건 분명히 다르거든요. 완전히 다를 거예요. 정신적으로 많은 부분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겁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대회까지 500일이 남은 현재, 베르타뇰리는 개최국 이탈리아를 대표해 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해 25세인 베르타뇰리는 큰 기대에 부응한 적이 있는데요, 그는 베이징 2022 대회에서 이탈리아의 기수로 개회식에 입장했습니다. 그는 시각 장애 등급에서 네 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처음 패럴림픽에 출전했던 2018년과 같은 기록을 세웠고, 이제 홈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 참가해 다섯 번의 레이스에서 모두 메달을 따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습니다.
Olympics.com은 패럴림픽에서 여덟 개의 메달을 획득한 베르타뇰리와 만나, 홈 슬로프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과 아이스하키에서 알파인 스키로 전향한 과거, 그리고 자신의 가이드 안드레아 라벨리와의 천생연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얼음에서 눈으로: 자코모 베르타뇰리가 자신에게 완벽한 스포츠를 슬로프에서 발견한 배경
지금은 자코모 베르타뇰리가 스키 폴대를 쥐고 있는 모습이 익숙하지만, 예전에는 그가 하키 스틱을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을 보기가 더 쉬웠습니다. 그는 원래 아이스하키를 수 년간 플레이했지만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포기해야 했습니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자라나면서 경기의 속도가 빨라졌고, 우리 팀은 승리하길 바랐지만 저는 패스가 잘 보이지 않아서 벤치 신세를 지게 됐어요"라고 베르타뇰리가 말했습니다. "저는 벤치에 머물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패럴림픽 대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죠."
세계적으로 알려진 스키 명소인 발 디 피에메에서 성장한 베르타뇰리는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스키를 즐겼습니다. 그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스키 경주에 참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그의 삶은 바뀌었습니다.
"저랑 같거나 비슷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기회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라고 베르타뇰리가 말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제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시각 장애는 어쩔 수 없었고, 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보기에 선수로 뛴다는 건 비현실적인 꿈에 지나지 않았죠."
장애인 알파인 스키는 그에게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베르타뇰리는 2015년 2월 처음으로 참가한 월드컵 대회전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그 시즌 동안 대회전에서 종합 3위에 올랐습니다. 데뷔한 지 불과 1년 만에 그는 첫 번째 월드컵 (대회전) 우승을 차지했고, 시즌 종합 랭킹에서도 1위에 올랐습니다. 2017년에는 두 번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슈퍼 컴바인 금메달과 대회전 은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에는 처음으로 패럴림픽 대회에 출전해 네 개의 메달을 수확했습니다.
이토록 놀라운 상승세에 대해, 베르타뇰리는 그렇게 빛나는 결과를 얻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단 성과를 거두고 나니 더 나은 선수가 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저는 절대로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일단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자마자 훨씬 더 거창한 목표를 설정하곤 하는데요, 그렇게 하루 하루 성장하는 것 같아요."
"항상 그런 건 아니에요. 누구나 저처럼 시작하자마자 성공을 거두는 건 아니잖아요. 마음과 영혼을 갈아넣은 선수들만이 오랫동안 실력을 유지하는 거예요. 어떠한 순간이라도, 아무리 복잡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해낼 수 있는 게 진짜 선수라고 생각해요."
베르타뇰리는 그런 복잡한 상황을 맞닥뜨린 경험이 있습니다.
2019년에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 하나의 메달이 모자라서 금메달 싹쓸이를 놓친 적이 있었는데요, 네 번의 레이스에서 네 개의 금메달을 획득했고 대회전에서는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그 때 놓쳤던 대회전 금메달을 3년 후에 열린 세계 선수권에서 차지할 기회가 왔지만, 릴레함메르로 떠나기 직전에 베르타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말았습니다.
경쟁자들이 스피드 경기에서 타이틀을 거머쥐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그는 거의 포기하고싶은 심정이었지만 1월 17일에 코비드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희망이 되살아났습니다. 베르타뇰리와 그의 가이드 안드레아 라벨리의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죠.
그들은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당장 짐을 싸서 12시간이 걸리는 노르웨이로 출발했습니다.
도착한 후 다음 레이스의 출발 시간까지는 불과 몇 시간. 코스를 확인하거나 스키를 테스트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당황하지 않은 베르타뇰리와 라벨리는 다음날 아침 출발 게이트를 박차고 나가서 대회전 종목을 석권했습니다. 하루 늦은 생일 선물이었죠. 그들은 남은 레이스에서 두 개의 메달을 추가로 획득했습니다.
자코모 베르타뇰리와 안드레아 라벨리: 재능과 야망과 생일을 공유한 듀오
베르타뇰리와 라벨리는 베이징 2022 대회에서도 파트너를 이뤄 성공을 이어갔는데요, 그들은 회전과 슈퍼 컴바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슈퍼 대회전 및 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베르타뇰리는 그의 경력에서 다른 세 명의 가이드와 함께 했는데요, 평창 2018 대회에서 나란히 뛰었던 학교 동창생 파브리치오 카살, 마르첼리노 데잠피에트로, 아킬레 크리스피노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라벨리와의 인연은 정말 특별한데요, 그건 단지 그들의 생일이 똑같기 때문은 아닙니다.
"안드레아랑은 정말 친한데요, 저보다 나이가 많고 경험도 많고 기술도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죠"라고 말한 베르타뇰리는 라벨리와 정확히 일곱 살 차이입니다. "그는 현역 시절에 정말 뛰어난 스키 선수였고, 선생님이 됐다가 감독직도 맡아보고 스키 강사로도 일해봤어요. 그는 정말 똑똑하고 성격도 좋아서 제가 배울 점이 많아요. 라벨리처럼 스키를 타고 싶어요. 아직은 한참 멀었지만, 그렇게 훌륭한 선수가 제 바로 앞에서 이끌어주니 다행이에요."
"한계를 감안하는 것도 중요하죠. 목표를 세우긴 하지만, 그걸 달성하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시각 장애가 있으니까요. 시력이 0.05도 안되거든요"라고 베르타뇰리가 털어놓았습니다. "이렇게 나쁜 시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저에겐 엄청난 성과가 될 거예요."
베르타뇰리와 라벨리는 헬멧에 내장된 골전도 헤드셋을 사용해서 훈련과 경기 도중에 "마치 전화 통화를 하는 것처럼" 의사소통을 합니다. 라벨리는 트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속도 변화를 알려주며, 코스 점검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모든 사항을 전달합니다. 한편, 바르타뇰리는 그들 사이의 거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합니다.
"우리끼리 자주 사용하는 키워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말수가 줄어들수록 더 좋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야 둘 다 각자 해야할 일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라고 베르타뇰리가 말했습니다. "서로를 독려해주는 상황도 종종 발생해요. 예를 들면, 회전 종목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제가 폴대를 눌러서 길을 뚫어주면 그는 폴대 바깥쪽으로 돌아서 가야 하는 거죠. 떠올리고 싶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서 가이드의 역할이 복잡하다고 할 수 있죠."
베르타뇰리와 라벨리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 중 하나는 바로 생일을 함께 축하할 수 있다는 겁니다. 1월 18일에는 겨울 시즌이 한창이라서, 그들은 메달의 주인이 모두 결정된 다음인 4월까지 파티를 미루곤 합니다. 진짜 생일 선물은 레이스에서 나오는데요, 경기가 끝나고 받을 수 있는 반짝이는 선물이죠.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멋진 선물을 받았어요. 월드컵 레이스가 1월 18일에 열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그래서 금메달을 집으로 가져올 수 있었죠"라고 베르타뇰리가 말했습니다. "생일을 축하하기에는 그만한 선물이 없어요."
메달 사냥과 더 큰 임무 - 아시아에서 안방으로
베이징 2022 대회에서 메달을 쓸어담은 베르타뇰리와 라벨리는 2026년 3월 6일에 조국에서 개막하는 패럴림픽에서 더 많은 메달을 노리고 있습니다.
밀라노-코르티나 2026 대회의 장애인 알파인 경기는 코르티나담페초의 슬로프에서 펼쳐집니다. 그 트랙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베르타뇰리는 작년 월드컵 서킷 레이스 도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패럴림픽 코스에서 열린 활강에서 금메달, 회전과 슈퍼 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그는 더 많은 정보를 얻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한테 맞는 트랙인 것 같아요. 기술적이고 속도가 필요한 코스죠"라고 베르타뇰리가 말했습니다. "자신을 앞으로 내던질 용기가 있어야 해요. 저한테는 정말 잘 어울리는 슬로프인데요, 기술이 필요하고 굽은 구간이 많아요. 회전과 대회전 종목은 비교적 쉬울지도 모르지만,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거예요."
2026년에는 이탈리아의 스키 팬들 뿐만 아니라 베르타뇰리의 친구들과 가족이 처음으로 그가 뛰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될 텐데요, 그는 이번 대회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패럴림픽 동계 종목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패럴림픽'이라는 단어, '장애인선수'라는 단어, 스포츠와 장애에 관련된 모든 것이 점점 널리 알려지고 중요해졌어요. [파리 2024] 하계 패럴림픽에서 선수들이 거뒀던 성과 덕분에 우리도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동계 스포츠 선수들도 똑같은 임무를 띄고 밀라노-코르티나에서 뛰게 될 거예요"라고 베르타뇰리가 말했습니다.
"이런 움직임들 덕분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고... 그건 정말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나아가 우리를 모르는 스포츠 애호가들이 패럴림픽 세계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되면 정말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