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024 올림픽 양궁: 임시현 - "파리에서 기대되는 거요? 제 경기력이요!"
주변에서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와서 경기력이 안 좋다고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저희 경기력 안 좋지 않아요. 그래서 새로운 멤버들과 꼭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임시현, Olympics.com)
Olympics.com이 지난해 양궁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차지하고, 이번 달에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 대회에서 한국 양궁에 10번째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선사할 준비를 마친 임시현을 단독으로 인터뷰했습니다.
양궁의 시작: "축구랑 양궁 중에 고민하고 있었죠"
강원도 강릉 출신 임시현은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처음으로 활을 잡았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 진로를 찾아주려고 학교에서 동아리 같은 것도 들게 하고 하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때 저는 스포츠를 좋아하다 보니까 축구랑 양궁 중에 고민하고 있었죠."
임시현은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양궁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저희 아빠께서 힘드니깐, 운동선수는 별로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제가 계속 운동을 하고 싶다고 하니까, '그럼 비교적 쉬워 보이는 양궁 한번 해보고 어떻겠니'라고 말씀하셔서 그때부터 양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임시현은 궁사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초등학생 때 자연스럽게 시합을 많이 뛰다 보니까 '아! 나 양궁 선수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임시현은 초등학교 졸업 후 고향 강릉을 떠나 원주에서 중학교를 다녔으며, 이후 서울로 올라와 서울체육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체육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올림픽 꿈: "저는 고등학교 가서 실력이 오른 케이스예요"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임시현은 2020년 말 동계 훈련을 위해 선수촌에서 지냈는데요, 그때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합니다.
"그때 (2021년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재선발 과정을 운동하면서 보다 보니깐, 저도 올림픽을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욕심만큼 제가 준비가 안 됐죠."
그 시기부터 임시현은 양궁선수로써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가서 실력이 오른 케이스인데요, '코치님이랑 이렇게 계속 운동하면 양궁으로 성공할 수 있겠구나. 양궁으로 메달을 딸 수 있구나'라고 처음으로 느꼈거든요.”
"그때부터 진짜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첫 국제 무대: "이제 한국만 월등하게 잘 쏘는 시대는 끝났구나"
임시현은 2023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올림픽 단체전 9연패를 이끈 안산, 강채영 등을 제치고, 최종 1위로 첫 태극마크를 거머쥐었습니다.
이후, 임시현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출전한 월드컵 대회인 상하이 2차 대회에서 무려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해 2관왕에 오르며, 국가대표 선발전 결과가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습니다.
'막내 에이스'가 된 2003년생 임시현은 지난해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데뷔전을 치렀고, 혼성 단체전 우승으로 시상대 정상까지 밟았습니다.
그러나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여자 단체전에서는 16강 탈락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임시현은 "저는 국제대회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까, 먼저 경험담을 좀 듣잖아요. 경험담을 들어보면 '한국이 그냥 너무 잘 쏜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다른 나라 선수들도 생각보다 잘 쏘는 선수가 많은 거예요"라며 놀랐다는 소감을 먼저 전했습니다.
"그래서 '아, 이제는 한국만 월등하게 잘 쏘는 시대는 끝났구나. 다들 세 발씩은 10점을 다 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나오는구나'라고 좀 많이 느꼈고, 그래서 조금 더 긴장감을 가지고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이후 지난해 10월로 연기된 제19회 아시안게임에 나선 임시현은 혼성 단체전을 거쳐 여자 단체전, 그리고 올림픽 3관왕 선배 안산과 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친 끝에 여자 개인전에서까지 금메달을 싹쓸이해 3관왕을 달성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임시현의 멘털 유지 비결은 무엇일까요?
임시현은 먼저 "저는 잘 못하는 줄 알았는데 잘하는 편인 것 같더라고요. 이번 아시안게임 끝나고 나서 조금 친구들이랑 주변 사람들 반응 보고 '아 생각보다 포커페이스 잘하는구나'라고 좀 알게 된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자신도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냥 목표가 있으니까 그 목표를 이루고 싶어서 조금 더 꾸준히 노력하는 것 같아요. 노력하다 보니까 기록이 올라오는 것 같고, 그게 비결이라고 말하면 또 비결이 될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임시현은 무엇보다도, 종합 대회의 규모와 영향력에 놀랐다고도 전했습니다.
"확실히 메인 대회는 다르다는 것을 조금 느끼긴 했어요. 월드컵 같은데 나갔을 때는 얘기를 안 하면 친구들은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아시안게임을 나가니깐, 일반인 친구들도 먼저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그때 '이게 진짜 메인 대회는 메인 대회구나'라고 생각했죠."
생애 첫 올림픽, 파리 2024
파리에서 기대되는 거요? 제 경기력이요!
(임시현, Olympics.com)
사실 한국 양궁계에서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게 태극마크를 지키는 것일텐데요, 임시현은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최종 1위로 선발전을 가뿐히 통과하고,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가 열리는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특히, 매 올림픽 시즌에는 국내 정상급 궁사들 간의 활쏘기는 더욱 치열해 지는데요, 이에 따른 부담감은 없었을까요?
MZ궁사 임시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변에서 더 '당연히 태극마크 달아야지' 등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 살짝 부담이 될 뻔했는데, 뭐 그냥 어차피 저랑 목표가 같은 거면 감사한 거 아닌가 싶어서 그냥 했습니다."
임시현이 파리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는 "파리에서 기대되는 거요? 제 경기력이요!"라고 웃으며 말했고, 이어서 "파리 올림픽 목표는 여자 단체전 10연패입니다. 개인적인 목표도 10연패요"라며 단호히 말했습니다.
임시현은 여자 개인전에 관해서 "욕심이 있긴 한데요, 욕심을 조금 버려두고 일단 궁극적인 목표를 먼저 이루고자 노력하겠습니다"라며 한국 여자 양궁의 단체전 불패 신화를 써 내려가겠다는 의지를 한 번 더 드러냈습니다.
이번 양궁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는 임시현을 비롯해 1994년생 전훈영과 이번 시즌 한국 양궁 대표팀 최연소인 2005년생 남수현이 선발됐는데요, 임시현을 제외하고는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 무대 경험이 없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전력 노출이 되지 않은 신선한 조합입니다.
그러나 임시현은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임시현은 "단체전 호흡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지만, 단체가 우승을 할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주변에서 많이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와서 경기력이 안 좋다고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저희 경기력 안 좋지 않아요. 그래서 새로운 멤버들과 꼭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팀의 둘째로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까요?
저는 조금 분위기가 처질 것 같으면,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해서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 팀이 정말 정말 정말 차분해서(웃음), 그래서 제가 다 같이 화이팅 있게 하기 위해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여자 대표팀은 올해 열린 월드컵 1차 및 2차 대회에서 아쉽게 우승 문턱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파리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열린 3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올림픽 10연패 달성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습니다.
임시현은 전훈영, 남수현과 함께 한국시간으로 7월 28일 일요일 앵발리드에서 열리는 여자 단체전에서 금빛 활쏘기로 한국 양궁 대표팀의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