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8월 26일) 오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23 세계개인전배드민턴선수권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안세영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천위페이를 상대로 2-0 (21-19, 21-15)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상대 전적에서 5승 10패로 열세에 있는 안세영은 올해 들어서는 도쿄 2020 챔피언 천위페이(세계랭킹 3위)와의 여섯 번 맞대결에서 4승 2패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남녀 통틀어 한국 배드민턴 단식 선수 중 최초로 세계선수권 우승에 도전하는 안세영은 첫 게임 초반부터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하면서 차곡차곡 점수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안세영은 코트 측면 구석을 노리는 스매싱과 재치있는 네트 플레이로 상대의 범실을 유도하면서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고 앞서나갔죠.
천위페이가 끈질긴 추격을 이어간 끝에 16-16 동점을 만들었지만, 천위페이의 결정적인 실수를 틈타 다시 앞서가기 시작한 안세영은 20-18로 게임 포인트를 잡았고 결국 21-19로 27분 만에 첫 게임을 가져갔습니다.
두 번째 게임에서는 반격에 나선 천위페이의 초반 기세에 밀려 2점을 먼저 내주었고, 안세영이 차분하게 따라붙으며 4-3으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두 선수의 치열한 랠리 끝에 천위페이가 다시 앞서나갔습니다.
안세영이 강력한 스매싱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11-9로 역전했다가 천위페이가 다시 12-11로 전세를 뒤집었지만, 다시 12-12, 그리고 14-14가 되면서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습니다. 팽팽하던 균형은 천위페이의 연이은 네트 플레이 범실로 무너지기 시작했고, 안세영이 7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21-15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로써 안세영은 1993년 방수현 이후 우리나라 선수로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늘 제가 해왔던대로, 자신있게 제가 하고싶은대로 플레이했더니 오늘은 잘 풀렸던 것 같아요"라고 승리의 소감을 밝힌 안세영은 카롤리나 마린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2019년에 (프랑스 오픈에서) 제가 카롤리나 마린 선수한테 이기고 우승했는데 지금도 그때의 마음가짐과 비슷하게 제가 배운다는 자세로, 제가 하고싶은대로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자만하지 않을 겁니다."
이보다 앞서 열린 준결승 경기에서는 무릎 부상에서 회복해 최근 복귀한 스페인의 리우 2016 대회 금메달리스트 카롤리나 마린(세계랭킹 6위)이 일본의 디펜딩 챔피언 야마구치 아카네(세계랭킹 2위)를 2-0(23-21, 21-13)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선착했습니다.
혼합 복식 준결승에 출전한 서승재-채유정 조(5위)는 일본의 와타나베 유타-히가시노 아리사 조(2위)를 게임 스코어 2-0(21-15, 21-13)으로 제압하면서, 김동문-나경민 조가 우승을 차지한 2003년 이후 20년 만에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Olympics.com과 만난 채유정은 결승전을 앞두고 "좀 더 디테일한 부분을 영상으로 많이 분석하고 승재랑 소통을 더 많이 해서 그런 걸 경기에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서승재는 "팬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저희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고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내일 결승전에서도 좋은 경기를 해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말했고, 채유정은 "많은 관심을 보내주시면 저희도 더 강하고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까 응원 많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저녁에 열린 남자 복식 준결승전에도 강민혁과 한 조를 이뤄 출전한 서승재는 말레이시아의 아론 치아-소위익 조를 2-0(23-21, 21-13)으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는데요, 한 선수가 같은 대회에서 두 개의 결승전에 진출한 것은 세계선수권 역사상 두 번째입니다.
"저희가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게 승리의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서승재는 "이렇게 큰 대회에서 제가 결승에 둘 다 올라갈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내일 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결승전에서 덴마크의 안데르스 라스무센-킴 아스트루프 조와 맞붙게 된 강민혁은 "아무래도 덴마크 홈이기 때문에 팬들이 상대편을 많이 응원해주실 거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그걸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저희를 응원한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경기에 영향이 없게끔 잘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여자 복식의 김소영-공희용 조(3위)는 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라마단티-라하유 조(12위)에 0-2(9-21, 20-22)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결승전 경기는 27일(현지시간 및 한국 시간)에 펼쳐지며, Olympic Channel의 Olympics.com을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