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특집: 미래의 챔피언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자전거, 은색 헬멧, 그리고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서 기어다니는 특별한 선물까지 - 올림픽과 세계 선수권 메달리스트들이 위대한 선수의 반열에 오르는 과정에서 결정적이었던 선물들을 소개합니다.

5 기사작성 Olympics.com
Charlotte Worthington of Team Great Britain
(2021 Getty Images)

올 겨울 연휴 기간 동안 수없이 많은 선물 상자들이 개봉될 겁니다.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면서 나는 소리, 크리스마스 캐롤송, 선물을 받은 이들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우와' - 이렇게 다양한 배경음 속에서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누구보다도 운동선수들이 가장 잘 알겠지만, 포장지에서 꺼내든 바로 그 물건이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요.

Olympics.com은 연말 휴가의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 삶을 바꿔준 선물 덕분에 세계 무대에 나설 수 있게 되거나 심지어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게 된 스포츠 스타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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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덕분에 챔피언까지

미국의 스케이트보더 토리 퍼드윌은 30년 전, 크리스마스 선물을 열어보고 기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케이트보드를 받았을 때 전 울었어요"라고, 나중에 세계 선수권 은메달리스트가 된 퍼드윌이 Olympics.com과 인터뷰에서 털어놓았습니다.

"제가 세 살인가 네 살 때였을 거예요. 엄마가 그 얘기를 해주셨는데, 전 기억이 안나지만 그 순간을 담은 비디오가 있거든요."

영국의 샬롯 워딩턴은 가장 완벽한 선물을 받았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자신의 무리한 요구를 가족이 선뜻 받아들이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쁨은 더욱 컸죠.

당시 13살이었던 장래의 올림픽 챔피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바랐던 건 오직 한 가지, 스쿠터였습니다.

워딩턴은 "부모님이 그걸 사주시면서 아마도 '도대체 이걸로 뭘 하려는 걸까? 이런 걸 원한단 말이지. 그래, 사주지 뭐'라고 생각하셨을 거예요"라고 회상합니다.

"그래서 정말 행복했어요. 전 단체 종목을 좋아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개인 종목에서는 창조적인 표현을 할 수 있었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새로운 묘기를 구상할 수 있었어요."

그로부터 12년 후, 스쿠터에서 자연스럽게 BMX 자전거로 갈아탄 워딩턴은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BMX 프리스타일 챔피언이 됐습니다.

워딩턴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오렐리앙 지로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오렐리앙이 네 살이었을 때 롤러 스케이트를 사주고 스케이트장에 데려갔는데요.

지로가 너무 어려서 스케이트장에 입장할 수는 없었지만, 그건 삶을 통째로 바꿔준 계기가 됐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걸 보고는 '내가 하고 싶은 건 바로 저거야'라고 생각했어요." 2023 스케이트보드 세계 챔피언의 회상입니다. "정말 높이 뛰어오르더라고요. 정말 수준이 높았어요. 그렇게 해서 스케이트보드에 빠지게 됐죠. 스케이트보드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달라고 했는데요, 그날 이후로 롤러 스케이트나 다른 어떤 것도 타보지 않았어요."

영광을 얻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

같은 프랑스 국가대표인 로리 페레즈도 자전거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게 운동선수로서의 삶이 시작된 순간이었다는 걸 당시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죠.

유러피언 게임 BMX 프리스타일 메달리스트인 페레즈는 "제가 열 살이었을 때 BMX 바이크를 받았어요. 마침 그 때 마을에서 대회가 열렸는데요, 거기 참가해보고 그게 제가 하고싶은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죠"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페레즈처럼 스포츠 용품을 선물로 받자마자 곧바로 해당 종목에 빠져드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를 스포츠 스타로 키우고 싶어서 선물을 줬는데 반응이 시큰둥하더라도 실망하지 마세요. 몇 년이 흐른 뒤에는 올림픽 대회 시상식 인터뷰에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팬아메리칸게임 챔피언 다니엘 데르스가 바로 그런 경우였는데요, 데르스가 자전거와 사랑에 빠지기까지는 무려 8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제가 네 살 때 대부님이 자전거를 선물로 주셨는데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라고 베네수엘라 국가대표 BMX 프리스타일 선수인 데르스가 말했습니다. "보조 바퀴도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거리에 나가서 타다가 넘어진 다음에 어머니한테 자전거 타기 싫다고 말씀드렸죠. 다시는 자전거를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열두 살 때 동네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저만 외톨이가 되기 싫어서 자전거에 쌓여있던 먼지를 털어냈죠. 친구들한테 서투른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몰래 연습하면서, 그렇게 배웠어요."

운동선수를 전설로 바꿔놓은 선물

세계기록 보유자인 스위스의 마르셀 후크는 휠체어 레이스가 주 종목인 장애인 육상선수로, 2000년 크리스마스에 받은 선물 덕분에 15살 때 이미 위대한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그를 오랫동안 지도해온 파울 오데르마트 감독이 시드니 2000 패럴림픽 대회에서 대표팀을 지휘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제자에게 특별한 선물을 가져온 것이죠.

후쿠는 "그 선물을 받아서 포장을 풀어봤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멋진 선물이었죠."

포장지 안에는 빛나는 헬멧이 들어있었는데요, 그 선물 덕분에 후크는 '은색 탄환'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후로 패럴림픽 6회 우승, 세계선수권대회 12회 우승을 차지하고 수 차례 세계기록을 세우며 마라톤, 하프마라톤, 10000m와 1500m 종목을 석권했습니다.

"은색 헬멧을 쓰면 마치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운동선수로 변신해서, 집중하면서 각오도 다지게 돼요"라고 후크가 말했습니다. "제 트레이드마크인 셈이죠."

챔피언의 자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선물

완벽한 선물을 고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선물을 받을 대상이 '위시 리스트'를 수 년 전부터 준비해두는 올림피언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리우 2016 대회와 도쿄 2020 대회에서 브라질 국가대표로 7인제 럭비 종목에 출전했던 루이자 캄포스는 "전 항상 축구화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달라고 하는데요, 저는 운동선수이고 매일 럭비 축구화를 신어야 하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서 나쁠 건 없잖아요. 전 럭비 축구화에 중독된 것 같아요. 많을 수록 좋거든요."

카보베르데 출신의 2023년 아프리카 챔피언 난시 모레이라는 선물로 포장된 복싱 장비들만 봐도 의욕이 넘친다고 하는데요,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표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기억에 남는 가장 멋진 선물은 복싱 기어 풀 세트랑 여성스러운 스타일의 운동복이었어요. 그제서야 저는 복싱을 연습하기 위해서 꼭 남자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았죠."

돈으로 살 수 없는 선물

브라질의 스케이트보드 선수 가브리엘라 마제투에게, 최고의 선물은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 어쩌면 거기서 찾을 수도 있겠네요. 다른 선물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통통한 손가락으로 나뭇가지를 잡아당기고 있는 선물을 말이죠.

도쿄 2020 대회 개막 3일 전에 태어난 딸에 대해, 마제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받아본 선물들 중에서 가장 좋았던 건 제 딸 리즈랑 함께 보낸 첫 번째 크리스마스였어요. 제 딸은 크리스마스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조명이랑 트리를 가리키면서 '엄마, 저거 보여?'라고 물어봐요.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같은 브라질 출신의 스케이트보드 선수 파멜라 호사는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한껏 들떠 있는 상태입니다.

"제 조카 마리아 호사가 곧 태어날 예정인데요, 완벽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저를 응원해주는 것만 해도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죠."

브라질의 양궁선수 마르쿠스 달메이다 역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크리스마스는 함께 있는 순간이라서 의미가 있는 겁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온 가족이 모이잖아요. 증조할머니가 살아계실 때에도 다함께 모이곤 했으니까요. 온 가족이 다함께 모이는 즐거운 시간이죠"라고 말했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게 바로 크리스마스예요."

미국의 토리 퍼드윌도 같은 생각입니다: "최고의 선물은 사랑할 수 있다는 거예요. 요즘은 제가 어떤 선물을 바라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은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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