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의 새옹지마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로, 아시아 선수로는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가지고 있는 이승훈. 아시아에서는 보기 드문 장거리 스케이터인 이승훈의 과거와 현재를 Olympics.com이 들여다보았습니다.

2 기사작성 정훈채
LEE Seung-Hoon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에 태어난 이승훈은 원래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가 쇼트트랙으로 전향한 다음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다시 돌아온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 번의 동계 올림픽과 두 번의 동계 아시안 게임을 통해 장거리 종목에서 누구보다 화려한 경력을 쌓아온 이승훈. 지금으로선 그를 넘어설 사람은 그 자신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쇼트트랙의 막내

대표팀의 막내로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승훈은 당시 세계 무대를 호령하던 안현수와 송경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그는 2007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동계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해서 금메달 하나와 은메달 두 개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죠.

이승훈은 2년 후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같은 대회에서 1000m, 1500m, 3000m 종목을 휩쓸며 3관왕에 올랐지만, 2009년 4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넘어져 탈락하는 바람에 밴쿠버 2010 동계 올림픽 대회 출전의 꿈이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터닝 포인트

절망에 빠져 석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이승훈은 마음을 다잡고 그해 10월에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섰습니다. 처음 스케이트를 탈 때의 주종목이었던 스피드스케이팅에 다시 도전하게 된 겁니다.

일단 국가대표가 되자는 목표를 세우고 다시 시작한 스피드스케이팅.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고도 그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어진 국제빙상연맹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서 5000m 한국 신기록을 세 번이나 갈아치우며 세계 랭킹 10위권에 진입했죠.

엄청난 체력을 바탕으로 쇼트트랙 선수 시절에 다져진 코너워크까지, 순식간에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이승훈. 그는 밴쿠버 2010 대회에 출전해 50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10000m에서 당시 올림픽 기록마저 갈아치우며 (12:58.55) 금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소치와 평창을 거쳐 베이징으로

그러나 4년 후에 열린 소치 2014 대회에서는 이승훈이 5000m 종목에서 12위에 그치며 부진한 가운데, 라이벌 스벤 크라머가 이끄는 네덜란드 대표팀이 시상대를 독차지했습니다. 네덜란드의 강세가 유난히 돋보였던 그 대회에서 컨디션 난조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한 이승훈은 10000m에서 4위에 오른 데 이어, 팀추월에서 김철민, 주형준과 함께 은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어느덧 서른 살이 된 이승훈은 조국에서 열린 평창 2018 대회에 대표팀의 최고참으로 출전했습니다. 10000m에서 개인 기록을 경신하면서 (12:55.54) 선전했지만 4위에 그친 이승훈은 주특기 종목인 팀추월에서 김민석, 정재원과 함께 은메달을 차지했죠. 그리고 올림픽에 처음 도입된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정재원과 호흡을 맞추는 팀 플레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승훈은 한때 은퇴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베이징 2022 대회가 열리는 올림픽 시즌에 들어서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동안 눈부시게 성장한 김민석과 정재원 등 후배들에 비해 상승세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작년 12월 ISU가 국가별 올림픽 출전권을 확정함에 따라 매스스타트와 팀추월 종목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도전에 나서게 됐습니다. 베이징 2022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은 2월 5일부터 2월 19일까지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오벌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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