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2001년생 **차준환**은 2015년 말부터 2년 사이 키가 무려 20cm 정도 ‘폭풍 성장’해, 2018년 1월 170cm가 넘었습니다.
사실 많은 주니어 선수들이 시니어 데뷔 이후 신체의 변화로 인해 슬럼프에 시달립니다. 그들은 골격이 커지고 키가 자라면서 무리 없이 했던 점프도 회전축이 흔들려 결국 부상 위험이 높아집니다.
차준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으로 향하는 2017-18시즌을 앞두고 오른쪽 발목과 고관절 부상에 시달렸습니다. 결국 한국 남자 피겨 유망주는 단 한 장의 평창행 티켓이 걸린 국가대표 선발전 직전이었던 2018년 새해 과감히 프리스케이팅 곡을 변경하는 초강수를 뒀고, 이로 인해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었습니다.
차준환의 키는 자신의 첫 시니어 시즌이 끝난 뒤에도 계속 자랐습니다. 2018년 말까지 무려 10cm가 더 자라서 180cm가 됐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에이스는 성장통을 이겨내며 자라난 키만큼 실력도 키웠습니다. 그는 2018-19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2차 와 3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피겨 여왕’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시즌 상위 6명만 출전할 수 있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해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시상대 위에서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대학생이 됐고 이제 한국 팀의 기둥과 같은 존재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4회전점프
차준환은 평창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이었던 강렬하고 빠른 템포인 뮤지컬 돈키호테의 ‘집시 댄스’에 맞춰 통통 튀는 점프와 스텝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한국 팬들 앞에서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무려 20년 만에 **나가노 1998**의 이규현에 이어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하는 남자 선수가 됐습니다.
하지만 ‘피겨 왕자’는 2017-18시즌에 안타깝게도 발에 맞지 않는 부츠를 신고 쿼드러플(4회전) 루프 점프 등의 기술을 무리하게 연마하다가 부상이 악화됐습니다. 결국, 그는 평창 2018 개막 한 달 전 프리스케이팅의 배경음악이었던 구스타브 홀스트의 관현악 모음곡 ‘더 플래닛’(The Planets)에서 자신의 2016-17 주니어 시즌 곡인 ‘일 포스티노’(II Postino)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쿼드러플 점프 3개를 없애고 쿼드러플 살코 하나만 넣는 대신 표현력에 집중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차준환은 최종 순위 15위로 자신의 첫 동계 올림픽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그해 고등학생이었던 이 소년은 **릴레함메르 1994**에서 정성일이 남자 싱글에서 세웠던 역대 최고 성적(17위)를 갈아치우고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앞둔 2021-22시즌의 쇼트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팬들이 추천해 준 곡 중에 하나인 ‘페이트 오브 더 클락메이커’(Fate of the Clockmaker)로 정했다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프리스케이팅의 배경음악은 웅장한 사랑의 아리아 ‘오페라 투란도트’를 선곡해 4회전 점프인 쿼드러플 토루프와 쿼드러플 살코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한국 남자 피겨 간판은 이번 시즌 ISU 시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 NHK트로피에서 동메달을 거머쥐며 3년 만에 자신의 시니어 그랑프리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물론 그는 아직도 경쟁자이자 베이징 2022의 강력한 메달 후보인 하뉴 유즈루(일본), 우노 쇼마(일본), 네이선 첸(미국)에 비하면 4회전 점프의 완성도를 더 높여야만 합니다.
하지만 차준환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쿼드러플 플립은 연습했는데 숙련되지 않아 뛰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술 피겨’가 유행이지만 유기적인 연기로 관중에게 감동을 선사하는게 더 중요해요”라며 자신의 확고한 피겨스케이팅 철학을 드러냈습니다.
스승
차준환에게는 지난 3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딱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2015년부터 지도를 받은 스승인 캐나다 출신 브라이언 오서 코치입니다.
오서 코치는 국내 피겨스케이팅 팬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게 김연아의 밴쿠버 2010 금메달 조력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는 올림픽 두 대회 연속 금메달리스트 하뉴 유즈루의 코치로 더 유명합니다.
그는 자신의 두 번째 한국인 제자에게 시니어 첫 시즌이었던 평창 2018은 베이징 2022의 메달을 향한 여정의 초석을 다졌던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차준환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산으로 2020년 초 캐나다 토론토에서 귀국한 뒤 현재는 국내에서 홀로 훈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동안 캐나다와의 시차로 오서 코치와 화상 훈련도 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차준환은 개의치 않고 혼자서 묵묵히 훈련에 집중했고, 대회에서 제자의 연기를 본 오서 코치 또한 아주 만족했다고 전했습니다.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간판 차준환은 이번 대회 직전에 열렸던 4대륙선수권에서 한국 남자 피겨 선수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기에, 2018년 대회보다 얼마나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2022년 2월 8일: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2022년 2월 10일: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