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열린 KB금융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 겸 베이징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베이징행에 가까워졌습니다. 여자 싱글은 2개의 출전권이 걸려있으며 내년 1월 8일부터 9일에 열릴 2차 선발전으로 최종 진출자가 확정됩니다.
피겨여왕의 발자취를 따라 ‘기록제조기’로 성장
한국 피겨스케이트의 역사는 ‘피겨퀸’ 김연아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2004년생 유영 역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피겨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김연아의 영향으로 그 해 스케이트화를 신기 시작했습니다.
유영은 어릴 적 유학을 간 싱가포르에서 김연아의 동영상을 보며 취미로 피겨를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녀가 2016년 새해가 밝았을 때 국내 피겨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유영은 그해 1월에 열린 제70회 한국 남녀 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만 11세 8개월의 나이로 김연아가 2003년 (만 12세 6개월)에 이 대회에서 세웠던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유영은 시니어로서의 첫 시즌이었던 2019-20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2차 대회 ‘2019 스케이트 캐나다 인터내셔널’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이로써 한국 여자 선수로서 김연아, 임은수에 이어 3 번째로 ISU 시니어 그랑프리의 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연아키즈’는 2020년 1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동계유스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피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줬습니다. 이 역사적인 금메달은 그녀의 노력과 도전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유영은 2015년부터 3바퀴 반을 도는 고난도 기술인 트리플 악셀을 연습에 몰두했습니다. 그녀가 이 기술을 연마하기 시작한 해의 키는 143cm였지만 165cm까지 자란 후 무릎과 발목 부상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현재는 이 기술을 구사하는 유일한 한국 여자 선수입니다.
유영은 이번 시즌 드라마 ‘레프트오버’의 사운드트랙(OST) 배경 음악으로 한 쇼트프로그램과 영화 ‘레미제라블’의 사운드트랙(OST)을 선택한 프리스케이팅에서 첫 번째 점프 기술로 트리플 악셀을 구성하며 꿈의 무대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레미제라블’은 김연아가 2010-11시즌 이후 1년 8개월만에 복귀한 시즌의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사용했던 배경 음악이기에 여전히 롤모델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순탄치 않았던 여정
유영은 지난 2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위를 차지하며 2021년 세계선수권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2018년부터 3년 연속 우승 자리를 놓치지 않았기에 동계올림픽을 1년 남긴 시점에서 불안감은 상당히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유영은 지난 시즌 하마다 미에(일본) 전담 코치와 미국 콜로라도 주 스프링스에서 훈련 하던 중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그 후 화상으로 지도를 받으며 국내에서 홀로 훈련을 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2020년 한 해동안 국제대회와 해외 전지훈련으로 인해 3차례나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녀는 선발전의 성적표를 받자마자 하마다 코치가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서 2021-22시즌을 준비했습니다.
그녀는 이번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와 일본 도쿄에서 열린 4차 대회 NHK트로피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피겨여왕의 후계자라는 명성답게 김연아 이후 12년 만에 시니어 대회 2회 연속 메달을 딴 선수가 됐습니다.
내년 2월 베이징2022를 앞둔 그녀는 힘들 때마다 방탄소년단(BTS) 춤을 따라 추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여고생이기도 합니다. 이 소녀는 이번 시즌 갈라쇼 음악을 BTS노래로 선정하며, 베이징에서 자신이 꿈꿔온 올림픽 데뷔 무대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