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희-신유빈이 오늘(10월 2일) 저녁 중화인민공화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을 완파하며 마침내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이는 한국 탁구의 전성기였던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한국 선수로서 21년 만에 달성한 쾌거입니다.
전지희와 신유빈이 쓴 한국 탁구계의 새 역사는 오늘 낮에 개최된 준결승전부터 시작합니다.
한국의 에이스 복식조는 준결승전에서 일본의 하리모토 미와-키하라 미유 조를 상대로 비교적 쉽게 경기를 풀어 나갔습니다.
마지막 5게임에서 3-7로 끌려가다 8포인트를 내리 따내며 11-7로 준결승전의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이로써 신유빈은 아시안게임 데뷔전에서 이미 획득한 동메달 3개와 더불어 여자 복식에서 은메달을 확보하며 4번째 메달의 색을 바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자 복식과 마찬가지로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21년 만에 결승에 올라 금메달까지 노린 전지희와 신유빈은 결승전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결해본 적이 없었던 미궁의 상대인 조선민주주의공화국 선수들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아시안게임 단식과 복식에는 각 국가별 2명(조)만이 출전 가능한데요, 중화인민공화국의 두 복식조는 8강에서 일찌감치 막을 내렸기에 준결승에 오른 4조(대한민국, 일본, 조선, 인도)에게는 모두가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아시안게임 탁구 결승전에서 남북 맞대결이 이뤄진 것은 1990 베이징 대회 남자 단체전 이후 33년 만의 일입니다.
당시 한국이 조선을 꺾고 우승한 바 있습니다.
오늘 저녁 대망의 여자 복식 결승전이 시작되었고, 전지희-신유빈은 긴장한 표정으로 결승전에 나서 차수영-박수경을 마주했습니다.
박수경은 서브 폴트로 중요한 포인트를 2점이나 깎이는 등 국제 무대에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이러한 단점이 보여지기도 했는데요, 조선의 전력을 알 수 없어 어려움이 있기로는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첫 2게임을 가져온 전지희-신유빈은 3게임을 내준 뒤, 4게임에 들어와 조선의 전략과 코스 파악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전했지만 마지막 집중력이 빛을 발했습니다.
12-10으로 네 번째 게임까지 이기며 게임 스코어 3-1로 금메달까지 마지막 한 게임만을 남겨두고 5게임에 나섰습니다.
전지희-신유빈 조는 차수영-박수경의 코스를 완벽히 읽은 듯 둘의 발을 묶어두었고 11-3으로 완파하며 심적인 부담감이 심했던 코리안 더비에서 완승을 거뒀습니다.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예쁘게 웃어보였던 신유빈은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금메달리스트인 석은미 코치가 경기장으로 내려와 끌어안자 감정이 북받친 듯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대회 직후 인터뷰에서 신유빈은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간 것도 신기했는데, 옆에서 (전)지희 언니가 잘 이끌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고 메달을 따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건 1990 베이징 대회 때 현정화-홍차옥, 2002 부산 대회 이은실-석은미 이후 세 번째입니다
한편, 같은 날 장우진이 남자 단식 준결승전에 나서 세계랭킹 1위 판젠동(중화인민공화국)에게 1-4로 져 동메달을 획득하며 전체 경기 일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무실 게임을 하며 준결승까지 올라온 판젠동을 상대로 한 게임을 빼앗는 등 장우진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으나, 세계 최강의 벽은 높았습니다.
장우진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남자 단체전, 남자 복식), 동메달 2개(혼합 복식, 남자 단식)를 따내며 출전한 전 종목에서 입상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개인 단식과 복식에서 아시안게임 첫 메달을 따낸 역사적인 대회이기에, 개인적인 커리어로 봤을 때 장우진에게도 이번 아시안게임은 매우 기억에 남는 대회입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탁구 선수단
- 남자: 장우진, 임종훈(한국거래소), 안재현(한국거래소), 박강현(한국수자원공사), 오준성(미래에셋증권)
- 여자: 서효원(한국마사회), 전지희(미래에셋증권), 양하은(포스코인터내셔널), 이은혜(대한항공), 신유빈(대한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