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시합했을 때마다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어서, 이번 시합도 기대가 돼요." (장준)
대한민국 태권도 간판이자 남자 58kg급 세계 랭킹 1위인 장준은 2019년과 2022년 로마에서 열린 시즌의 첫 그랑프리 대회에서 시상대 정상에 오르며 기분 좋은 시작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남자 태권도 간판스타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2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시즌의 시작과 끝을 금빛으로 장식했습니다.
전년도 세계선수권 준우승자인 장준은 지난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기에, 이번 주 로마 대회가 올해 기량을 점검할 첫 국제 대회가 됩니다. 한편, 국내 선발전에서 2020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장준을 제치고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획득했던 동갑내기 배준서가 바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Olympics.com이 한국체육대학교 졸업 후 올해 한국가스공사에 입단해 더욱 훈련에 몰두하며 2024 파리 올림픽 대회에서 대한민국 남자 태권도 사상 첫 경량급 금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장준을 단독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꿈꿔왔던 2020 올림픽 데뷔 확정
2018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장준이 시니어 무대에 나타나기 전, 남자 58kg급 간판스타는 리우 2016 동메달리스트인 김태훈이었습니다.
세계선수권 3회 우승 경험이 있는 김태훈(1994년생)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딴 동메달의 아쉬움을 도쿄 2020에서 금메달로 씻으려고 했지만, 2021년 도쿄 올림픽 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단 선수는 6살 어린 후배 장준이었습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데뷔전을 꿈꿨던 그는 "2018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1등을 해서 올림픽 랭킹 순위권에 들면서부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2019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1등을 한 뒤에는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겠다고 확신을 갖게 됐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장준은 2019 세계태권도연맹(WT) 갈라어워즈에서 올해의 남자 선수상을 받았고, 결국 2020년 1월에 열린 도쿄 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선배 김태훈을 꺾고 올림픽 데뷔를 확정 지었습니다.
"지금까지 운동하면서, 2020 올림픽 선발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신인 선수로서 중압감을 느끼기보다는, 그냥 온전히 제 실력을 믿고,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편하게 시합을 즐겼기에, 당시 승리했을 때만큼 기분 좋았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도쿄 2020 교훈: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기
"올림픽이라는 대회는 엄청 큰 야망을 가진 선수들이 꼭 한 번쯤은 밟아보고 싶은 무대라고 생각해요."
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화려한 시즌을 보낸 장준에게 도쿄 2020의 연기는 조금 아쉬울 지도 모릅니다.
"올림픽 경기장에는 코트도 딱 하나만 있어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기에 중압감이나 압박감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시합도 오랜만에 뛰어서 경기 감각이 무뎌졌기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장준은 당시 준결승에서 튀니지의 무함마드 칼릴 젠두비에 19-25로 패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했지만, 다시 집중력을 가다듬고 헝가리의 살림 오마르를 상대로 46-16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로 승리를 거머쥐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는 "오히려 준결승에서 지고 나서, 긴장이 많이 풀린 것 같아요. 한결 편해져서, 마지막으로 메달을 딸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라고 말했습니다.
"파리 대회에서도 준결승에서 상대했던 선수처럼 유스 무대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준 선수들이 올라오거나, 아예 상대해 보지 못한 좋은 선수들과 붙게 될 텐데요, 그때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사전에 더 철저히 준비하고 제 경기 운영에 집중해야겠다는 걸 배웠어요."
왕관의 무게 견디기
코트 위에서 항상 매서운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세계 최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장준이지만, 사실 지난해 로마 대회 우승 이후 파리에서 열린 두 번째 WT 그랑프리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딸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16강에서 탈락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습니다.
"그때 지고 조금 생각이 많아졌죠. 살짝 '이제 내 경기 방식이 안 먹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사실 그 대회에서 유독 집중을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는 "예전에는 제가 거의 압도하는 경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상대 선수들이 저를 잘 파악하다 보니까 간신히 이기는 경기가 많이 나오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니어 무대를 군림한 지 6년 차로 접어든 장준은 파리 그랑프리 대회 이후 느꼈던 좌절도 잠시, 2022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획득했고, 3주 뒤 세계 대회 다음으로 랭킹 포인트를 많이 딸 수 있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장준은 여전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에게 도전해 오는 후배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이 올해 경희대학교에 입학한 2004년생 박태준입니다. 박태준은 지난해 장준이 빠진 맨체스터 그랑프리 대회에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으며, 지난주 바쿠에서 올림픽 체급은 아니지만 54kg급에 출전해 세계선수권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후배를 보는 현 세계 1인자의 마음은 어떨까요?
"저도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입장도 경험해 봤고, 지금은 제가 위에 있는 자리에서 지키고 있는 입장이 됐어요. 최대한 제 실력을 유지하는 것에 가장 집중하고 있어요."
파리 2024: 한국 최초 남자 올림픽 금메달 도전
장준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입니다.
그가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중화인민공화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시상대 정상에 선다면, 그에게 이제 남은 단 하나의 타이틀은 올림픽 금메달입니다.
물론 장준은 2024년 8월 7일 그랑팔레에 시상대 정상에 서는 모습을 꿈꾸고 있겠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개인적인 목표는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 없이 경기를 마치는 것입니다.
"올림픽 준결승은 저 스스로에게 너무 후회가 남는 시합이었거든요. 다음 올림픽에서는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후회하지 않는 경기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는 이제 파리에서 좋은 추억만 쌓고 싶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작년에 져서… 파리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긴 한데, 올해 그랑프리 대회부터 내년까지 다시 좋은 기억만 가득하게 만들어야죠!"
번외 질문: 장준에 대해 더 알아보세요!
Q1. 키 182cm로 58kg급에서 꽤 큰 키인데요, 체중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맛있는 음식 먹는 거 되게 좋아해요. 사실 2019년까지는 체중관리를 안해도 상관없었지만, 이제 골격도 커지고 웨이트 운동을 하면서 근육량도 많아져서 이제 시합을 앞두고는 하죠. 보통 일반식을 먹지만, 간이 세거나 기름진 음식은 피해요."
Q2. 그럼, 시합이 끝나고, 어떤 음식을 가장 먹고 싶나요?
"해외에 나가서 시합을 뛰면, 그날 저녁에 바로 라면을 먹어요 (웃음). 시합 한 달 전 부터 라면을 안 먹기도하고, 특히 외국 나가면 기름진 음식이 많아서 그런지, 매콤한 음식을 먹고 싶은데 라면이 딱인 것 같아요."
Q3. 물론 파리는 시합을 위해서 가지만, 개인적으로 파리에서 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요즘 특히 해외 축구를 많이 봐서, 파리 생제르맹 FC 경기를 보러 가고 싶어요. 음바페를 보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