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언의 훈련법: 태권도 파니팍 웡파타나킷과 찻차이 최 태국 국가대표 감독
Olympics.com이 계속해서 태국 태권도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찻차이 최(한국명 최영석) 태국 국가대표 감독과 함께 수제자인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파니팍 웡파타나킷과의 특별한 유대감, 챔피언의 멘털 강화 훈련법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997년생 파니팍 웡파타나킷은 남녀 통틀어 태국 사상 첫 태권도 올림픽 챔피언으로, 찻차이 최 감독과의 첫 만남은 13살 때입니다.
우리에게는 한국명 최영석으로 더 익숙한 최 감독은 지난해 태국인으로 귀화하며, 이제 태국명 찻차이 최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는 Olympics.com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저는 2002년 태국 태권도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그해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을 향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했죠. 태국은 무에타이의 본고장이기에, 본격적으로 자국의 태권도 선수들을 양성하기 위해 종주국인 대한민국의 지도자인 저를 초청하게 된거죠”라고 처음 태국에 온 이유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는 태국 태권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첫 한국인이자 외국인 감독입니다.
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만에 야오와파 부라폴차이가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49kg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게 되며, 태국 태권도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스승과 제자 사이인 그와 파니팍은 2021년에 열린 도쿄 2020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합작하며, 태국 태권도의 새 시대를 열었습니다.
파니팍은 선수로서 최대 스포츠 대회에서 정점을 찍은 이후에도, 어떻게 계속해서 탄탄한 경기력을 이어가고 있을까요? Olympics.com과 함께 찻차이 최 감독의 훈련 방식에 대해서 알아보세요.
파니팍 웡파타나킷의 주간 훈련 루틴
파니팍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0여 명의 대표팀 동료들과 훈련합니다.
월요일 – 금요일
- 6am-8am: 웨이트 트레이닝; 체력 강화 훈련
- 8am: 등교 전, 단체 아침 식사 시간
- 4pm-7pm: 태권도 기술 훈련; 겨루기 스파링
토요일: 9am-12pm: 주말 훈련
일요일: 휴식
파니팍은 방콕 톤부리 대학교 공공 행정학과를 졸업 후 같은 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매일 수업이 있지는 않기에, 시간이 있을 때마다 훈련하러 나오곤 합니다.
최 감독은 파니팍을 지도한 지도 13년이 되어 가기에 이제 서로 말하지 않아도 제자의 몸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합니다.
"보통 거친 격투기 스포츠계에서는 선수의 한계를 끌어내기 위해 강압적이고 스파르타식 훈련을 고수하는 지도자들이 많이 있어요. 그러나, 저는 누구보다도 파니팍의 성격과 컨디션을 잘 알고 있죠."
"그는 항상 자신을 더 채찍질하는 타입이에요. 가끔은 제가 너무 무리해서 훈련하려는 파니팍을 말리기도 해요. 무리하지 말고, 대신에 가볍게 유산소 운동을 하라고 말하죠."
끈끈한 유대감: 파니팍의 태권도 아버지
사실 최 감독은 이제 파니팍에게 있어서 지도자 그 이상인 존재입니다.
13살의 파니팍은 방콕에서 기차로 약 12시간 걸리는 남부 수랏타니 출신으로, 청소년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태국의 수도로 합숙 훈련을 온 50여 명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약 2주도 채 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최 감독은 "어린 선수가 처음으로 가족의 품을 떠나서 홀로 지내는 건 정말 힘들었을 거에요. 그때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집으로 보내줄 수 밖에 없었죠"라고 말했습니다.
"단, 어릴 때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 밑에서 자란 파니팍에게 꼭 아버지와 태권도를 그만둘지 말지를 먼저 상의하라고 전했죠."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는 아버지 시라차이 웡파타나킷과 함께 방콕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가 파니팍의 행동에 대해서 사과하시더라고요."
태국에 오자마자 태국어를 익힌 최 감독은 "그때 제가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됐죠. 그리고 파니팍의 아버지에게 딸처럼 잘 보살펴 주겠다고 약속했죠"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단호함이 지금의 파니팍을 있게 했다고 봐요."
핵심 요소 3가지: 파니팍 킥, 유연성, 체력
찻차이 최 감독은173cm라는 큰 키를 가진 파니팍이 전자호구(PSS)에 최적화된 태권도를 구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전자호구(PSS)는 런던 2012부터 도입됐으며, 머리 및 몸통 보호용 호구에 부착된 전자 센서를 통해 타격 강도를 감지해 득점을 인정하는 시스템입니다.
최 감독은 "전자호구가 도입되기 전에는 더 파워가 좋고, 빠른 선수가 득점하기 유리했죠. 그렇기에, 49kg급에서도 유독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인 파니팍 같은 선수의 신체 조건은 불리했죠"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특히 유연성이 좋고, 다리가 긴 파니팍은 상대방에 머리 공격을 선보이며 가장 높은 5점까지 득점에 성공하는 등 전자호구 시스템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스콜피온 킥'이라고도 알려진 '파니팍 킥'은 그녀의 대표 기술 중 하나입니다.
"말 그대로 전갈이 공격할 때 꼬리를 올리듯이, 파니팍도 뒤에서 그녀의 다리를 올려 상대방의 몸통 호구에 타격을 가하는 거죠. 많은 태권도 선수들은 앞으로 다리를 들어 발차기하는 훈련을 주로 하기 때문에, 이런 발차기를 하는 건 쉽지 않죠."
"그러나 저희는 매일 한 시간씩 선수들의 등 뒤에 공을 놓고 뒤로 발차기하는 연습을 했죠. 상대방이 등 뒤에서 붙을 때, 이 발차기 기술을 사용할 수 있죠. 다른 선수들에게도 가르쳤지만, 파니팍 만이 이 기술을 완벽하게 소화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최 감독이 태권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체력입니다 – 예선부터 결선까지 모두 하루에 다 치러지는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의 체력에 따라서 결과가 크게 좌우되죠. 어떤 기술과 상관 없이, 마지막까지 체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의미 없게 돼요."
"파니팍은 예전에 더 말랐었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서 지금은 더 건강해지고, 발차기의 파워도 더 세졌어요."
멘털 강화 비결: 패배 받아들이기
최 감독은 아테네 2004부터 도쿄 2020까지 다섯 번의 올림픽을 경험한 뒤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미 올림피언들은 검증된 실력을 갖추었기에, 결국 멘털 싸움이라는 것입니다.
파니팍도 리우 2016 8강전에서 멘털의 중요성을 배우게 됩니다.
그해 브라질로 향하기 전, 파니팍은 2014 난징 청소년올림픽대회(44kg급), 2015 세계선수권대회(46kg급), 2016 아시아선수권대회(49kg급)에서 타이틀을 휩쓸며 물오른 경기력으로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파니팍은 대한민국의 김소희를 상대한 8강전에서 마지막 4초를 남겨놓고 역전패를 당했고, 김소희는 결국 올림픽 챔피언이 됐습니다.
"파니팍은 리우 2016을 앞두고 김소희를 이미 두 번이나 이겨봤기에, 누구보다도 자신 있어 했죠. 비록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인 동메달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18살의 그는 그 패배로 힘들어 했고, 결국 태권도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죠."
"저는 열심히 해왔으니, 고향에 돌아가 가족들과 지내며 한 달 정도 쉬고 오라고 조언했죠. 파니팍이 돌아올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죠."
예상대로, 파니팍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방콕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가 돌아온 뒤, 최 감독은 태국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태권도에서 벗어나 축구, 수영 등 여러 스포츠 활동을 하고, 영화를 보는 등 팀워크를 다지면서 즐기는 시간을 보냈고, 대화도 많이 나누었습니다.
"선수들에게 스포츠에서는 승리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했죠. 선수로서, 항상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기에, 졌다고 해서 패배감에 빠져있으면 안된다고도 했죠. 대신에, 경기를 돌아보며 왜 졌는지를 빨리 파악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해 주었죠."
그리고 4년이 흘러, 파니팍은 태국 사상 최초로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을 거머쥐었습니다.
"2021년 7월 24일은 태국 태권도에 있어서 역사적인 날이에요. 제가 이 나라에서 지낸 21년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날이죠."
최 감독은 태국 사상 첫 여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탄생시킨 뒤에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타이거 최'라는 별칭을 가진 그는 "파니팍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날인 2021년 7월 24일에 제 임무는 끝났어요. 그다음 날은 또 새로운 각오로 다가오는 시합을 위해 초심을 갖고 준비해야죠"라고 말했습니다.
"부상 없이 계속해서 열심히 훈련하는 게 더 중요해요. 저는 항상 챔피언이나 슈퍼스타가 아닌 진정한 선수를 지도하고 싶다고 말하죠."
(도쿄 2020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파니팍 웡파타나킷의 지도자 찻차이 최, Olympics.com)
파리 2024 목표: 올림픽 2관왕?
찻차이 최 감독은 "물론, 파리 2024에서 2연패를 한다면 정말 굉장한 일이 겠지만, 메달이 저절로 오는 건 아니죠. (49kg급에 출전하는) 16명 모두가 같은 이유로 파리에 올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세계선수권 2관왕,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동남아시안게임 4관왕 등) 모든 타이틀을 거머쥔 파니팍은 특히 '만약 신인 선수들에게 지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으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더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느낄 거예요."
"저는 계속해서 그에게 태국 태권도 선수 최초로 3회 연속 출전이기에 파리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라고 말해주고 있어요."
더 나아가, 만약 파니팍이 내년에 그랑팔레에서 시상대에 오른다면, 올림픽 메달 3개를 딴 첫 번째 태국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파니팍의 여가시간: 소셜미디어
최 감독은 파니팍의 가장 큰 장점이 뛰어난 자기 관리 능력이라고 합니다.
"보통 49kg급 선수들은 항상 엄격한 체중 관리가 요구되죠.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시합이 끝나면, 치팅데이를 갖고 3-4kg 정도 체중이 늘기도 하죠. 그러나 저는 파니팍이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는 걸 본 적이 없어요."
"하루는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물어봤어요. 그때 저에게 '현역 선수의 삶을 선택한 이상 그 삶에 맞춰서 할 수 있는 한 다 컨트롤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파니팍 만큼이나 좋은 귀감이 되는 선수는 없는 것 같아요."
과연, 세계선수권에서 5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해를 거듭할수록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주는 파니팍은 태권도 이외에 인생의 낙을 어디서 찾을까요?
그는 소셜미디어를 하며 여가시간을 즐긴다고 합니다. 특히, 파니팍은 틱톡에서 14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입니다.
최 감독은 "파니팍은 예전에 굉장히 내성적이었죠. 그러나 요즘에 먹는 것, 훈련 루틴 등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죠. 운동에만 전념하는 삶이지만, 그런 식으로 자신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