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베이징 2022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는 **김준호**와 **차민규**가 출전하며, 특히 김준호는 이번 대회가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 출전입니다. 처음 참가한 소치 2014 올림픽 500m에서는 21위에 그쳤고, **평창 2018**에서는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꽂혀 스타트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12위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세 번째인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김준호의 역할은 보이는 데 그치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세대교체가 진행중인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팀에 선배로서 경험을 전수하고,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 최고기록에 계속 도전하는 김준호
김준호는 지난 12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디비전A 2차 레이스에서 6위 (34.188)를 차지하며, 올림픽 출전자격의 기준이 되는 월드컵 랭킹에서 8위를 마크해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무엇보다 2020년 2월 캘거리에서 세운 자신의 최고기록 (34.25)을 0.062초 경신하며, 꾸준히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김준호는 평창 올림픽 이후 다음 올림픽을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하자, 월드컵에서도 메달을 따기 시작했다면서, 열심히 하니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에 힘을 얻어 여기까지 왔다고 말합니다.
이야기의 방향을 좀 바꿔보죠. 단체종목에서 경험이나 나이가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팀의 신참 선수들에게 경험을 전수하고,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가르침을 줄 수 있다는건 구체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합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개인 종목이기에 얼음판에 서면 경쟁자가 될 법하지만, ‘팀 코리아' 선배들은 베테랑의 품격을 지키며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발전을 위해 후배들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공유했습니다.
**밴쿠버 2010**이 끝난 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은 “저에게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어요"라며 "지금 내가 쓰는 주법도 규형이 형한테 배웠습니다. 너무나 감사한 선배입니다"라며 올림픽 6회 참가자이자 대표팀 직속 선배인 이규혁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현 국가대표인 **김민선**은 “그냥 같이 있다는 게 고마웠던 것 같아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게 어렸을 때부터 대표팀 생활을 했는데 제일 잘 타는 선배가 저를 예뻐하고 잘 챙겨준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더 잘할 수 있었어요”라며 올림픽 2관왕인 **이상화**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밴쿠버에서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기에 앞서, **토리노 2006**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500m에서 14년 만에 대한민국에 메달을 안겨준 **이강석**은 은퇴식에서 이런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은 많은 지도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회에 출전했을 때 긴장감이나 준비하는 과정, 태도도 나만이 알고 있는 것이죠. 그런 부분을 전수해 후배들이 올림픽 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어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선배들은 자신 보다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발전에 대한 진심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후배들의 성공이 가능했을 겁니다.
묵묵히 자기 기록을 새롭게 써가고 있는 모습에서 메달에 상관없이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이규혁과 같은 선배의 아우라가 엿보입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준호도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자신의 레이스를 후회없이 펼치면서, 후배들에게 경험까지 전수해주는 베테랑의 품격을 뿜어내는 베이징 2022가 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