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원정길에 오르는 손흥민과 태극 전사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토요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20일부터 12월 18일(현지시간)까지 카타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 (FIFA) 월드컵에 나설 태극 전사들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축구는 선수 개인보다 팀워크가 중요한 종목이긴 하지만, 이번 발표를 앞두고 팬들과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선수는 아무래도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었습니다. 지난 리우 2016 대회에서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던 '올림피언' 손흥민은 축구계 최대의 잔치인 월드컵에서도 브라질 2014 대회와 러시아 2018 대회에서 모두 득점을 기록하며 선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손흥민은 지난 달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와 유럽축구연맹 (UEFA) 챔피언스 리그 원정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충돌하면서 안와골절이라는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이번 월드컵 참가 여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결국 이달 초에 영국 런던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그는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카타르 2022 대회에 반드시 출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손의 눈물

사실, 손흥민에게 지난 두 번의 월드컵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브라질 2014 대회에 출전했을 때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엘 04 레버쿠젠 소속이었던 그는 금발로 염색한 머리에 앳된 얼굴의 풋풋한 소년이었지만 경기장에서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알제리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한국이 초반 부진으로 수세에 몰렸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골을 만회하기도 했죠.

당시 주관방송사 (HBS) 프로듀서로 대표팀을 동행 취재하며 선수들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저는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벨기에전 직후 탈의실 앞에서 선수들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터벅터벅 걸어오는 손흥민을 보고 다가갔지만 마치 어린아이처럼 우는 모습을 보고 차마 말을 걸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울먹이면서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던 약속대로 손흥민은 4년 동안 더 큰 선수로 성장했고, 러시아 2018 대회에 출전한 그는 어느새 호랑이 엠블럼이 새겨진 완장을 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이 이번에도 졸전을 거듭하면서 초반 탈락 위기에 놓인 가운데, 손흥민은 고군분투하며 멕시코를 상대로 멋진 골을 넣었고 이어진 독일전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에 쐐기 골을 터뜨리며 '카잔의 기적'을 썼습니다.

이제 세 번째 도전에 나서게 된 손흥민은 한국 축구사에서 또다른 이정표가 될 신기록을 노리게 됩니다. 본인의 의지대로 보호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출전해 한 골만 넣으면 박지성, 안정환과 나란히 보유하고 있는 월드컵 본선 최다 득점 (3골) 기록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역대 최다 득점자로 올라서게 됩니다.

하지만, 그동안 손흥민을 지켜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실 겁니다. 우리 '쏘니'는 그런 기록에 신경쓰는 선수가 아니란 걸. 아마도 손흥민은 자신이 이번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는 것보다, 대표팀이 H조의 쟁쟁한 팀들을 물리치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길 바랄 겁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카타르 2022 대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선수 명단

골키퍼: 김승규 송범근 조현우

수비수: 권경원 김문환 김민재 김영권 김진수 김태환 윤종규 조유민 홍철

미드필더: 권창훈 나상호 백승호 손준호 손흥민 송민규 이강인 이재성 정우영 정우영 황인범 황희찬

공격수: 조규성 황의조

감독: 파울루 벤투

*추가 선발: 오현규 (카타르에서 함께 훈련할 예정이며. 선수단에 이상이 없으면 제외 될 예정이지만, 이 포지션에 특이사항이 생기면 명단에 포함될 예정).

대한민국 H조 경기 일정

*대한민국의 모든 경기는 카타르 도하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개최됩니다.

(모든 시간은 한국 시간)

11월 24일 (22:00) 우루과이 - 대한민국

11월 28일 (22:00) 대한민국 - 가나

12월 3일 (00:00) 대한민국 - 포르투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