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핸드볼: 올림픽 무대를 꿈꾸는 우빛나의 눈부신 데뷔전

헨리크 시그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이번 국제핸드볼연맹(IHF) 여자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1승 5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8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번 대회 개최국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인 노르웨이, 2024 파리 올림픽 대회 개최국 프랑스와 맞붙어 10점 차로 크게 패했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아프리카 챔피언 앙골라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아쉽게 패한 후, 시그넬 감독은 IHF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습니다: "오늘은 상대 팀이 더 좋은 경기를 펼쳤고 우리 팀에는 키가 크고 힘이 센 선수가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핸드볼에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스웨덴 출신의 시그넬 감독의 지도 아래 점진적인 세대 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은 슈퍼스타 류은희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면서 공격 루트를 다양화하고 공수전환 속도를 끌어올리며 수비 조직력을 강화하는 등 여러가지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우리가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젊은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해서 향상시킬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승리를 거둬서 대회를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아쉬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시그넬 감독이 언급한 젊은 선수들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가 바로 서울시청 소속의 센터백 우빛나입니다.

대표팀에서 달고 있는 등번호처럼 올해 22세인 우빛나는 지난달 29일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의 DNB 아레나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의 대회 개막전에서 무려 11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습니다.

한국은 경기 종료 10초 전 우빛나의 동점골로 29-29까지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페널티를 허용하는 바람에 1점 차이로 아쉽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세계 선수권 데뷔전이었던 그날 경기에서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우빛나는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며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우빛나는 메인 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도 앙골라를 상대로 12번의 슈팅에 9득점, 도움 4개를 기록하면서 공격을 이끌었지만 한국의 2점 차 패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 무대를 꿈꾸고 있는 우빛나에게 이번 대회는 도전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9년 10월 14일. 당시 졸업을 앞둔 18세의 여고생(황지정보산업고등학교) 우빛나는 여자 실업 핸드볼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서울시청의 지명을 받았습니다.

우빛나는 강원도 태백시의 황지초등학교 재학 시절, 4학년 때부터 핸드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172cm의 키에 단단한 체격과 빠른 속도를 겸비한 센터백으로 드래프트 당시에는 SK슈가글라이더즈 김온아 선수의 스피드와 스텝, 시야를 닮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아래에 보시는 것처럼, 우빛나는 요즘 유행하는 슬릭백에도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요...

우빛나는 드래프트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도쿄 2020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꿈이었지만 대회가 바로 내년이라서 어려울 것 같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국가대표가 돼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습니다"라고 다짐했던 것처럼, 우빛나는 파리 2024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 참가해 한국의 11회 연속 본선 진출에 기여하는 등 어느덧 대표팀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파리 2024 대회까지 올림픽 무대에 11회 연속으로 도전하는 한국 대표팀에서 우빛나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2023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한국 대표팀 경기 결과

예선 라운드 C조

장소: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DNB 아레나

• 11월 29일 (수요일) 18:00 대한민국 29-30 오스트리아
• 12월 1일 (금요일) 18:00 대한민국 27-16 그린란드
• 12월 3일 (일요일) 20:30 노르웨이 33-23 대한민국

메인 라운드 2조

장소: 노르웨이 트론드헤임 스펙트룸 경기장

• 12월 6일 (수요일) 15:30 대한민국 27-31 슬로베니아
• 12월 8일 (금요일) 18:00 대한민국 22-32 프랑스
• 12월 10일 (일요일) 15:30 앙골라 33-31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