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핸드볼: LA 1984부터 도쿄 2020까지
지난주 아시아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하며 2024 파리 올림픽 대회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지난 10번의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지, Olympics.com과 함께 돌아보세요.
로스앤젤레스 1984: 새옹지마
모스크바 1980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지만 서방 세계의 보이콧으로 대회에 불참했던 한국은 이 대회 예선에서 중화인민공화국에 패하는 바람에 본선행에 실패하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소비에트연방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그 대신 한국이 LA행 막차를 타게 됐습니다.
개최국 미국과 유럽의 3개국 – 오스트리아, 독일연방공화국(서독), 유고슬라비아 – 중화인민공화국, 그리고 대한민국 등 6개국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유고슬라비아가 5전 전승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획득했고, 한국은 3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2위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이로써 한국 여자 핸드볼은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여자 농구와 함께 한국 구기 종목 최초의 메달을 획득하는 역사를 썼습니다.
서울 1988: 구기 종목 최초의 금메달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자동 진출한 한국은 고병훈 감독의 지도 아래 태릉 선수촌에서 500일 동안 스파르타식 훈련을 이겨내면서 오랫동안 대회 준비를 해왔습니다.
참가국 수가 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2차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치러진 이 대회에서는 4팀씩 2개 조로 나뉘어 예선을 치른 다음 상위 2개 팀이 결선 리그에 진출하게 됐는데요, 한국은 체코슬로바키아를 꺾고 유고슬라비아에 패했지만 미국을 누르고 4강에 올랐습니다. 다른 조에서는 소비에트연방과 노르웨이가 중화인민공화국, 코트디부아르를 제치고 결선에 진출했죠.
소련이 유고슬라비아를 물리치고 한국이 노르웨이를 꺾은 다음 노르웨이가 유고슬라비아를 누르면서 3팀이 모두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소련의 마지막 경기가 열렸습니다. 예상을 뒤엎고 약체 한국이 16-12로 앞서 나갔지만 소련이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17-16로 전세를 뒤집었는데요, 한국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 막바지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바르셀로나 1992: 올림픽 2연패 달성
디펜딩 챔피언 한국은 당시 한국체육대학교에 재학중이던 신예 센터백 임오경과 베테랑 레프트윙 이미영의 맹활약에 힘입어 파죽지세로 결승에 올랐습니다.
조별 예선에서 B조에 속한 한국은 개막전에서 노르웨이를 27-16으로 꺾고 오스트리아와 27-27로 비긴 다음 개최국 스페인을 28-18로 제압하고 조 1위로 4강에 진출했습니다. 준결승에서 독일을 26-25로 간신히 물리친 한국은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노르웨이를 상대로 임오경이 혼자서 8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펼친 가운데 28-21로 낙승을 거뒀습니다.
임오경은 이 대회에서 무려 30골을 기록하며 득점 2위에 올랐고 23골을 기록한 이미영은 3위에 올랐습니다. 두 선수는 대회가 끝나고 올스타 팀(7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애틀랜타 1996: 덴마크에 패하며 준우승
사상 초유의 올림픽 구기 종목 3연속 우승에 도전한 한국은 조별 예선 B조에서 유럽 챔피언 독일을 33-20으로 꺾으면서 산뜻하게 출발했습니다. 한국은 앙골라와 노르웨이에 연승을 거두며 3전 전승으로 준결승에 진출해 헝가리를 39-25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만난 덴마크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습니다. 전반전까지 17-13으로 앞선 한국은 결국 동점을 허용하며 29-29로 경기를 마쳤고, 연장전 막바지에 무너지면서 37-33으로 아쉽게 패하고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결승전에서만 15득점을 올린 임오경은 대회 41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고, 홍정호, 김은미와 함께 올스타에 선정되면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시드니 2000: 이어지는 덴마크와의 악연
이 대회에서 참가팀 수가 10개로 늘어났는데요, 5팀이 2개 조로 나뉘어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예선을 치러서 각 조 4위 팀까지 8강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한국은 센터백 이상은의 맹활약에 힘입어 A조에서 프랑스, 루마니아, 헝가리, 앙골라를 차례로 무너뜨리고 4전 전승을 거두며 조 1위로 8강에 올랐죠.
브라질을 35-24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그러나 지난 대회 우승팀 덴마크에 29-31로 다시 패하면서 우승 도전이 좌절됐고, 3위 결정전에서도 노르웨이에 21-22로 아쉽게 지는 바람에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상은이 대회 59골을 기록하며 득점 순위 2위에 올랐고, 세대교체 과정에서도 세계 정상급 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다음 대회를 기약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테네 2004: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번에는 조별 리그 1차전부터 덴마크와 맞붙어 29-29 무승부를 거둔 한국은 앙골라, 스페인, 프랑스를 차례로 물리치고 B조 1위로 8강에 올랐습니다. 한국은 결선 토너먼트에서 브라질과 프랑스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죠.
이 대회 결승전은 여자 핸드볼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습니다. 애틀랜타 1996 대회와 시드니 2000 대회 우승을 차지한 강호 덴마크와 또다시 결승전에서 맞붙은 한국은 2차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승부 던지기에서 패하면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전후반을 25-25로 마무리한 양 팀은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2차 연장에 돌입했는데요, 최종 스코어는 34-34. 한국은 결국 승부 던지기에서 2-4로 아쉽게 패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임영철 감독은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경기였습니다. 결과는 은메달이지만 금메달 못지 않은 성과였고 평생 추억에 남을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올림픽이 끝나면 핸드볼을 잊어버리는 무관심을 되풀이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베이징 2008: 천신만고 끝에 동메달 획득
아시아의 맹주였던 한국은 이번에는 복병 카자흐스탄에게 예선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올림픽퀄리파잉토너먼트(OQT)로 밀려났고, 3차 대회에서 프랑스와 나란히 예선을 통과하며 베이징행 막차를 타게 됐습니다. 한편, 3연속 올림픽 챔피언 덴마크는 2007 세계 여자 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참가국 수가 12개 팀으로 늘어나면서 6팀씩 2개 조로 나뉘어 각 조 4위 팀까지 8강에 오르는 방식으로 대회가 치러졌는데요, 한국은 B조에서 3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러시아에 이어 조 2위로 8강전에 진출했습니다.
개최국 중화인민공화국을 31-23으로 제압하고 준결승에 오른 한국은 노르웨이에 28-29, 1점 차로 아쉽게 패하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3위 결정전에서 헝가리에 33-28 역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런던 2012: 아쉬운 노메달
현재 대표팀의 베테랑으로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힘을 보탠 라이트백 류은희가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대회였습니다.
한국은 B조 예선 첫 경기에서 류은희의 9골 활약에 힘입어 스페인을 31-27로 물리친 데 이어, 숙적 덴마크를 접전 끝에 25-24로 꺾으면서 마침내 악연을 떨쳐냈습니다. 노르웨이와 무승부를 거둔 후 프랑스에 일격을 당한 한국은 스웨덴을 누르고 조 2위로 8강에 올랐습니다.
한국은 러시아에 24-23 신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노르웨이에 25-31로 패하며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고, 3위 결정전에서 스페인과 연장 혈투 끝에 29-31로 지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류은희가 대회 43골로 득점 순위 3위에 올랐고, 32골을 기록한 레프트윙 조효비는 대회 올스타 팀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 2016: 조별 리그 탈락
리우 2016 대회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어두운 역사로 남아있습니다. 지난 대회에서 메달권 진입에 실패한 한국이 이번에는 조별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2015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아시아 예선에서 4연승으로 1위를 차지하며 본선에 진출했지만 세계 무대의 벽은 높았습니다.
B조 예선에서 러시아와 스웨덴에 잇따라 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한 한국은 네덜란드와 무승부를 거둔 후 프랑스에 다시 패하면서 사실상 탈락이 확정됐고, 마지막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뒀지만 결국 조 5위에 그치며 8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도쿄 2020: 내리막길
한국은 A조 예선에서 노르웨이와 네덜란드에 연패를 당한 후, 개최국 일본을 27-24로 물리치고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보였지만 몬테네그로에 패하면서 탈락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 앙골라와 31-31 무승부를 거두면서 승점 3점을 기록한 한국이 앙골라를 골득실차로 제치고 4위에 올라 간신히 8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러나 B조 1위를 차지한 스웨덴은 강했습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센터백 강경민이 8골을 넣으며 고군분투했지만, 한국은 스웨덴의 파상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결국 30-39로 패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