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신유빈 인터뷰: "저만의 탄탄한 탁구로 올림픽 메달 가져올 거예요"
Olympics.com이 한국 탁구의 아이돌이자 현재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삐약이' 신유빈과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얘기를 나눠 봤는데요, 그 때보다 한뼘 더 성장한 그가 이번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2024 파리 올림픽 대회를 향한 포부를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한국 탁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신유빈
신유빈이 최근 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큰 2024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사우디 스매시 여자 복식에서 파트너 전지희와 호흡을 맞춰 은메달을 획득했는데요, 이 대회 직후 인터뷰에 응한 신유빈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이후 컨디션에 대해 "부상도 아니고 아픈 데가 없으니 괜찮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신유빈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지희와 함께 한국 여자 복식 사상 첫 은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작년 10월 열린 제19회 아시안게임에서 2002 부산 대회에서의 이은실-석은미 이후 21년 만에 금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탁구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그리고 올해 WTT 대회 중 가장 많은 랭킹 포인트와 상금이 걸려 있는 싱가포르 스매시와 사우디 스매시에서도 각각 메달 획득 소식을 들려주며 '삐약이'의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이렇게 큰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유독 복식(여자 복식 및 혼합 복식)에서 성적이 좋은 이유를 물어봤는데요,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이건 무조건 (전)지희 언니랑 (임)종훈이 오빠 덕분이에요."
파트너들에게 모든 공을 돌린 신유빈은 현재 단식에서도 세계 랭킹 7위에 올라 있는 만큼 커리어 베스트를 이뤄가고 있습니다.
신유빈에게 두 번째 올림픽이란?
신유빈은 아직 겨우 만 19세에 불과한데요, 3년 전 최연소 올림픽 탁구 대표라는 타이틀을 갖고 도쿄 2020에 출전해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뒤, 이제 생애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신유빈이 파리 올림픽 출전에 앞서, 메달보다 더 중요하다며 먼저 하고 싶은 얘기를 꺼냈습니다.
"일단 제 탁구가 탄탄해지면 어느 종목이든(단식이든 복식이든) 개인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탁구를 먼저 잘 만들어내고 싶어요."
"제 생각으로는 단식, 복식, 혼합 복식 이렇게 세 종목에 다 나갈 거 같은데요, 어느 종목에서든 당연히 메달을 꼭 따고 싶고, 무엇보다도 그 전에 과정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그는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탁구를 잘 만들어 (메달을 획득하는 등) 결과를 이루기까지의 그 과정을 더 챙기려 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했습니다.
신유빈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말하길, 탁구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하는데요, 끊임없는 훈련과 시합 출전으로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신유빈이 요즘 가장 중점을 두고 연습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특히 기술 부분에서 더 섬세해졌으면 해서, 그 부분을 많이 연습하고 있어요."
부상을 딛고 일어선 '삐약이'
어릴 때부터 '탁구 신동'이라고 불리며 거의 평생을 탁구만 쳐 왔기에 굴곡이 없었을 것만 같았던 신유빈에게도 한때 탁구를 쳐다보기도 싫을 만큼 탁구와 멀어졌던 시기가 있습니다.
신유빈은 2021년 11월,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출전했을 때, 오른 손목 피로골절 부상을 입고 난 후 2번의 수술까지 감행해야 했습니다.
"당시엔 탁구 자체가 싫었어요. 내가 너무 좋아하던 탁구였는데, 하지도 못하고 하면 자꾸 다치니까… 그냥 탁구공 소리도 듣기 싫어서 재활에만 열심히 매진했던 것 같습니다."
덤덤하게 당시의 심경을 밝힌 신유빈은 자신이 탁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수긍하는 듯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하다보니 시간은 흐르더라고요. 1년 간 재활만 하다가 나간 첫 시합(2022 WTT 류블랴나 컨텐더)에서 단식이랑 혼합 복식을 우승했거든요? 그래서 '오, 난 탁구랑 인연인가보다'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열심히 하게 됐어요."
신유빈은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몸도 마음도 성장해 이제는 시상대 위에 가장 자주 올라서는 한국 탁구 선수가 됐습니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일단 Go!'
화장품 회사 모델, 팀삼성갤럭시, 광고 촬영 등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계속해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로 "먼저 모든 훈련 일정을 다 소화한 뒤에 남는 개인적인 시간에 광고 촬영 같은 다른 걸 하니까, 제가 컨트롤 할 수 있어서 전혀 빡빡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훈련 열심히 하고 있어서 (성적도 따라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항상 웃음기 넘치는 모습으로 시상대나 어디서든 팬들을 사로잡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작년 아시안게임 혼합 복식 시상식에서 임종훈과의 유쾌한 케미를 보여주며 중화인민공화국 팬들 뿐만 아니라 1, 2위를 차지한 중국팀 선수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긍정적인 모습으로 인기를 얻은 신유빈이 파리 올림픽 때는 어떤 세레모니를 선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 그때보단 (나이도 있고)… 마냥 즐기는 것보단 항상 말하는 것처럼 '일단 해보자!',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으로... 제 긍정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열심히 해보려구요."
기타 Q&A
번외로, Olympics.com(이하 Olympics)이 신유빈에게 따로 궁금한 질문을 몇 가지 던져봤습니다.
Olympics: 지난번 왕추친 선수랑 사진을 찍어서 올린 게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엄청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그 사진은 어떻게 찍게 된 건가요? 그리고 왕추친이랑 혼합 복식에서 경기할 때 어떤 느낌이에요?
신유빈: 그때가 청두에서 혼성 단체전 할때였는데, 상황이 잘 기억나진 않는데, 연습장에서 (전)지희 언니가 중국 선수들 사인을 받는다고 해서 '왕추친 사인은 내가 받아올게요!' 해가지고 사인 받아오면서 사진도 찍어달라니까 되게 친절하게 찍어줬어요.
그리고 왕추친이랑 혼합 복식 결승에서 붙을 때가 많은데, 확실히 파워는 못 따라가요. 저 공을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제가 이제 남자 선수(왕추친) 공 받아야 할 때가 되면 조금 힘들어요. '괜히 세계 1위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Olympics: 선수촌에서 생활하면서 다른 종목 또래 선수들과 친해 보이던데, 만나면 무슨 얘기 나누세요?
신유빈: 기계체조 (여)서정이 언니랑 진짜 친한데, 딱히 별말 안해요. 일상 대화 주로 하고, 둘이 만나면 그냥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에요. 그리고 '올림픽 같이 가면 좋겠다' 이런 얘기도 가끔 하고요.
(여서정과는 도쿄 2020 때 만나 친해졌으며, 두 선수 모두 파리 2024가 생애 두 번째 올림픽으로,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