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선수권의 추억: 대한민국 남자 수구 대표팀

국제수영연맹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2019년 대회 이후 3년 만에 6월 18일부터 7월 3일까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립니다. 2022년 대회를 맞이하기 전, Olympics.com이 대한민국 광주에서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남자 수구 대표팀에 대해 당시 주장 이선욱 선수와 함께 돌아봤습니다. 

4 기사작성 EJ Monica Kim
Gwagnju 2019 Water polo Korea
(2019 Getty Images)

대한민국은 일본(후쿠오카 2001), 중국(상하이 2011)에 이어 아시아 국가로서 세 번째로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광주에서 2019년 7월 12일부터 28일까지 개최했습니다. 194개 국 7500여 명의 선수들이 경영, 다이빙, 수구, 아티스틱 스위밍, 오픈워터 스위밍, 하이 다이빙 등에 출전했습니다.

대한민국 남녀 수구 대표팀은 개최국 자격으로 세계선수권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먼저, 남자 수구 대표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10 Getty Images)

남자 수구 대표팀은 1983년에 처음으로 결성됐습니다. 그들은 이듬해 서울에서 열린 1984년 아시아선수권으로 국제 무대에 입성했고, 금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수구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대한민국 남자 수구 팀은 1988년 광저우 아시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후 개최국으로서 1988년 서울 올림픽 무대까지 밟았습니다. 그들은 1986년 아시안게임 데뷔 후, 1988 방콕 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고 매 대회에 출전했지만, 세계선수권의 벽은 높았습니다.

광주가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 유치에 성공하며, 대한민국 남녀 수구 대표팀이 사상 첫 세계선수권 출전의 꿈을 이루게 됩니다.

(2019 Getty Images)

남자 수구팀은 A조 조별예선에서 그리스 (3-26), 세르비아 (2-22), 몬테네그로 (6-24) 등 유럽 강호들을 차례로 만나 20점 차 이상으로 대패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습니다. 그들은 13-16위 순위 결정전에서 201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1승에 도전했지만, 4-17(1-4 2-4 0-7 1-2)로 패하며 마지막 경기인 15·16위 결정전을 기약했습니다.

남자 수구 팀은 뉴질랜드를 상대로 치열한 접전을 펼쳤고, 마침내 승부 던지기 끝에 최종 스코어 17-16(3-3 2-2 4-5 3-2 5-4)으로 승리를 거두며 마지막 대회에서 1승의 꿈을 이뤘습니다. 한편, 리우 2016 동메달리스트 이탈리아가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스페인이 은메달을 거머줬습니다. 동메달은 2016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2017년 세계선수권 챔피언 크로아티아에게 돌아갔습니다.

Olympics.com이 당시 남자 대표팀 주장 이선욱 선수에게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이선욱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수구 국가대표였으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주장으로서 대표팀을 이끌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대표팀에서 은퇴했으며, 현재 경기도 소속 플레잉 코치직을 맡고 있습니다.

Olympics.com(이하 OC): 세계선수권에 첫 출전한 소감은 어땠나요?

이선욱: 실제로 세계적인 선수들과 몸을 부딪히고 하다 보니깐, 그들과 겨룰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수구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구기 종목은 경험이 중요하다 보니깐, 우리가 그런 경험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2019 Getty Images)

OC: 강호들과 경기를 펼치면서 느꼈던 점은 무엇인가요?

이선욱: 유럽 국가들은 실력이 정말 차이가 안 나서, 그냥 경기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서 경기력이 조금씩 차이가 날뿐이죠.

특정 팀이랑 붙어서 배웠다라기보다는 강한 팀들이랑 붙었을 때 매 순간 매 게임마다 배웠던 거 같아요.

OC: 세계선수권 대회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기는 1승을 거둔 마지막 경기였나요?

이선욱: 네! 저희 목표는 무조건 1승이었어요. 저희는 첫 출전이었고, 유럽 팀들이 워낙 강팀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저 또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스페인으로 훈련을 갔을 때 선진 수구를 경험했기에 우리나라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죠. 실력이 너무 차이 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1승이라도 하자'라고 이야기했었죠.

조별예선에서 유럽 팀들을 상대로 연패를 해서…사실 패배를 예상했지만, 그래도 패배는 쓰잖아요. 그래서 선수들끼리 마지막에 '정말 유종의 미를 거두자! 개최국이고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여서 1승은 해야 되지 않겠니?'라고 이야기해서 그 1승을 거둔 시합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OC: 뉴질랜드전에서 1승을 거뒀던 비결에 대해 알려주세요.

이선욱: 사실 저희가 뉴질랜드랑 정식 연습 경기는 아니고 대회 기간 중 서로 연습 삼아 경기를 한번 했었죠. 그때 골을 많이 먹혔지만, 실망감보다는 서로 몸으로 부딪혀서 해보니깐 붙어볼 만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또 마지막 경기여서 1승을 해야 된다는 그런 강한 의지가 있어서 창피하진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정신력으로 버텼어요.

OC: 주장으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이선욱: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선수들 사기가 떨어질까 봐 오히려 다른 선수들 보다 더 화이팅 넘치게 했던 거 같아요. 그게 주장의 역할이지 않을까 싶어요.

OC: 개최국 선수로서 홈 관중들의 응원이 힘이 좀 됐나요?

이선욱: 그럼요! 그런 부분도 당연히 경기 승리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요. 아무래도 다른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 보다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서 사실 지더라도 힘이 더 났어요. 감사했어요.

OC: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이선욱: 처음으로 든 생각은 우리나라가 정말 노력해야 되고, 우리가 1승을 거뒀으니 어느 정도 지원이 되고 다른 나라처럼 수구가 활성화되면 세계 무대에서 더 잘할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죠.

그리고 저는 아쉬운 마음이 너무 컸어요. 아쉬운 마음이 컸던 이유는 2014년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당시엔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경험들을 많이 쌓고 와서 성적 부분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됐었어요 (당시 최종 4위). 그런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세계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는 해외 훈련이 성사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부분이 가장 많이 아쉬웠어요. 다른 나라 팀들은 중요한 시합을 대비하기 위해 해외 원정 경기도 가고, 상대 팀들을 홈으로 부르거나 하는데, 저희는 그런 기회가 없었고, 저희끼리만 붙다가 국제 대회를 뛰니깐, 그런 부분이 대회 끝나고 특히 아쉬웠던 점으로 남아요. 그래도 저희는 나름대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선수들이 물론 노력해야 하지만, 선수들만 노력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니깐요. 누군가가 나서서 선수들과 함께 힘을 모으면 우리나라도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2019 남자 수구 대표팀: 이진우, 김동혁, 김병주, 이선욱, 권대용, 이성규, 권영균, 김문수, 추민종, 한효민, 서강원, 송재훈, 정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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