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과 데이비스컵의 특별한 인연

올림픽 2관왕 나달이 자신의 화려한 경력을 시작했던 바로 그곳, 조국에서 열리는 데이비스컵 파이널 8 대회를 마지막으로 프로선수 생활을 마무리합니다.

3 기사작성 Nischal Schwager-Patel
Rafael Nadal (far left) as a Davis Cup flagbearer in 2000, and a Davis Cup champion in 2019. 
(Left: ITF; Right: Clive Brunskill/Getty Images)

라파엘 나달은 프로 테니스 선수가 되기 전부터 스페인의 데이비스컵 도전사의 일부였습니다.

스페인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회를 개최한 장소 중 하나인 팔라우 산트 조르디 경기장에서 열린 2000 데이비스컵에서 오스트레일리아를 3-1로 물리치고 안방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스페인 국가대표 다섯 명이 남자 단체전 결승전 개회식을 위해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그들 앞에는 마요르카에서 온 14세 소년이 스페인 국기를 들고 입장했습니다.

그 소년은 나중에 스페인 국가대표로 성장해 20년 동안 다섯 번의 데이비스컵 우승을 조국에 안기게 됩니다.

그로부터 약 24년이 흐른 지금, 스페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운동선수 중 한 명이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나달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그 화려한 무대에서 내려오게 됩니다.

라파엘 나달과 데이비스컵: 20년 동안

"제가 우리나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여러분 모두 아실 겁니다"라고,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8강전을 하루 앞둔 월요일 (11월 18일) 기자회견에서 나달이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해외로 나갈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곳 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저로서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마지막 대회에 참가하는 셈이니까 정말 행복하네요."

스페인은 그동안 수많은 정상급 테니스 선수들을 배출했지만, 나달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렸고 우승이라는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줬습니다.

나달의 데이비스컵 경력은 처음 출전한 2004년에 시작됐는데요, 그가 기수로 등장한 지 불과 4년 만이었고 이번에도 조국의 세비야에서 열린 대회였죠.

그는 당시 세계 랭킹 2위였던 앤디 로딕과 결승전 두 번째 경기에서 맞붙었는데요, 18세 소년이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선수였습니다.

나달은 첫 세트를 내줬지만, 그 다음부터는 나달을 막을 수 없었죠. 그가 4세트 만에 로딕에게 역전승을 거두면서 상승세를 탄 스페인이 결국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Clive Brunskill/Getty Images)

"2004년 데이비스컵 결승전에서 로딕과 치른 경기는 제 경력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고, 저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겁니다"라고 나달은 2020년 테니스 월드와 인터뷰에서 회상했습니다.

"사람들은 당시 저의 어린 나이와 참신한 플레이를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건 저를 응원해준 관중 덕분이었고, 그게 저한테는 결정적인 요인이었죠."

나달의 데이비스컵 우승 행진

나달은 스페인 대표팀을 2008년 결승전으로 이끌었지만 부상 때문에 결국 중요한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습니다. 스페인 대표팀은 당시 세계 랭킹 1위 선수 없이도 개최국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럼에도, 나달은 이듬해인 2009년에 돌아와 당당히 승리를 거뒀는데요, 그가 2점을 올리면서 스페인이 체키아 (당시 체코 공화국) 대표팀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습니다. 대회가 열린 장소는 마요르카의 십대 소년이 처음으로 스페인 국기를 휘날렸던 바로 그곳, 팔라우 산트 조르디였죠.

나달이 테니스 무대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그가 사랑하는 조국 스페인의 우승 횟수도 늘어났습니다.

나달은 스페인이 이어서 두 번의 데이비스컵 타이틀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 선수입니다: 2011년에는 아르헨티나의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와 4세트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이겼고, 2019년에는 캐나다의 데니스 샤포발로프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죠.

2024 데이비스컵 파이널 8 대회를 앞두고, 나달은 데이비스컵 통산 37승 5패라는 엄청난 기록을 갖고 있는데요 단식 경기에서는 단 1패만 기록 중입니다.

데이비스컵 4회 우승 경력을 갖고 있는 나달이 이번주에 그 숫자를 5로 늘릴 수 있을까요?

라파의 데이비스컵 '라스트 댄스'

2024 데이비스컵 파이널 8 대회가 열리는 말라가의 열기가 라파 때문이라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조국에서 선수 경력을 마무리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스페인을 향한 나달의 애정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테니스 제왕'의 전설적인 경력의 마지막 챕터가 되기에 이상적인 장소가 바로 이곳, 말라가입니다.

어쩌면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시합을 앞두고, 나달은 스페인 국기의 색상인 노랑과 빨강 무늬가 들어간 흰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훈련에 나섰습니다.

그의 아내와 어린 아들도 수백 명의 팬들과 함께 훈련장을 찾았는데요, 이곳 팔라시오 데 데포르테스 호세 마리아 마르틴 카르페나에서는 화요일 (11월 19일) 네덜란드와 맞붙을 나달의 모습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될 겁니다.

나달이 14번 우승한 프랑스오픈이나, 그가 지배했던 롤랑-가로스의 클레이 코트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대회에서 작별 인사를 건넸다면 정말 영화같은 엔딩이었을 텐데요.

하지만 라파의 마음이 머무는 곳은, 결국 집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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