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김수현: 가슴 아픈 올림픽 데뷔전 이후 돌아본 선수 생활·영원한 우상 장미란·파리 2024 목표

'장미란 키즈' 김수현이 5월 3일부터 13일까지 대한민국 진주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올 시즌을 시작합니다. 이 대회는 2024 파리 올림픽 랭킹 포인트가 걸려있습니다. Olympics.com이 본격적으로 두 번째 올림픽을 준비하는 김수현에게 올림픽 데뷔전 이후 선수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어봤습니다.

5 기사작성 2023년 4월 27일 | EJ Monica Kim
도쿄 2020 역도 김수현
(2021 Getty Images)

김수현에게 있어서 2022년은 지금까지의 역도 인생에서 최고의 한 해였습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렸던 2022 세계역도선수권대회는 제가 스무 살 때처럼 역도를 가장 즐겼던 대회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더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어요. 그런데 메달까지 따라왔네요."

28살의 김수현은 지난해 10월 울산에서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역도 여자 일반부 76kg급에서 인상(109kg), 용상(143kg), 합계(252kg)에서 3관왕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용상에서 자신이 2년 전 세웠던 한국 기록(142kg)을 경신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 12월 2022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용상(137kg) 및 합계(245kg)에서 3위를 기록해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시상대에 섰습니다.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은 합계 기록으로만 메달을 수여하기에, 합계에서 딴 자신의 커리어 첫 세계선수권 메달은 아쉬움이 가득 남았던 올림픽 데뷔전 이후 역도 인생을 돌아보며 절치부심한 김수현에게 값진 선물이었습니다.

대한역도연맹은 김수현을 2022년 여자부 최우수선수로 선정했습니다.

도쿄 2020: 다듬어지지 않았던 '나'와 마주하다

김수현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전 국민의 응원과 함께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제 명실상부 여자부 간판으로 자리 잡은 그는 사실 리우 2016을 향한 마지막 선발전에서 떨어진 후, 올림픽 도전 5년 만에 꿈의 무대를 밟았습니다.

그는 "저는 (도쿄에서) 정말 아마추어 같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좀 더 많은 경험을 한 선수였다면,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더 괜찮은 경기력을 보여줬을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 자체였죠"라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시합에 굶주려 있었고, 의욕만 앞서 있었죠."

김수현은 2021년을 가장 치열하게 훈련했지만, 경기장에서 가장 무너졌던 한 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도쿄 2020을 마치자마자 바로 시합을 뛰고 싶었어요. 못했던 것을 시합에서 만회하고 싶었죠. 그런데 국내대회를 잘 마치고 출전한 2021 세계선수권(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또 실수가 나왔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바벨을 떨어뜨렸는데, 테이블 같은 게 살짝 부서졌어요. 저는 그게 너무 큰 충격이었죠. 그 부서진 테이블이 마치 그 해 제 모습을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허망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계속 가면 안 되겠다고 느꼈어요."

김수현은 2021년 대회 용상에서 3위를 차지했으며, 합계에서 5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귀국한 뒤, 2주간의 격리를 하는 동안 경기 및 훈련 일지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가 가장 먼저 파악한 문제 '파울'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파울을 하는 선수라는 이미지를 없애야 했죠. 파울은 제가 선수로서 고쳐야 할 점이니깐, 더 정확한 동작을 하자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김수현은 가장 큰 무대에서 실수한 뒤, 더 정면 돌파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도쿄 올림픽 이전에는 스포츠 심리 상담을 많이 받았는데, 이후에는 아예 받지 않고 있어요. 의지하는 것도 어느 정도가 있는 거지, 그 이상이 되면 저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거잖아요, 심리 상담 선생님들에게 배웠던 것들을 생각하면서 모든 실수를 통해서 성장해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거기에 머물러 있으면 거기서 끝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김수현은 "이제 시합마다 얻어가는 게 있다고 생각해서 좋아요. 지난해에는 조금 힘을 빼고, 예전에 역도를 정말 좋아해서 시작했던 마음을 떠올리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세계선수권 메달도 따고, 대회 관계자분들도 저에게 악수하며, 저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영원한 우상 '미란이 언니'

피겨 여왕 김연아에 의해서 탄생한 '연아 키즈'와 같이, 역도계에는 대한민국 역도 레전드인 '장미란 키즈'들이 있습니다.

1995년생 김수현은 장미란의 베이징 2008 경기를 보고, 남들보다 늦은 중학교 3학년 때 역도에 입문했습니다.

장미란은 베이징 대회 여자 +75kg급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으며,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장미란은 아테네 2004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베이징 2008에서 시상대 꼭대기에 올랐고, 마지막 런던 2012에서 동메달을 차지해 모든 색깔의 메달을 수집하며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역도 레전드는 2005부터 2009년까지 4회 연속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거머쥐었으며, 2010 아시안게임 및 2012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금메달리스트가 됐기에, 세계 역도 역사상 전례 없는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입니다. 장미란은 현재 용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제가 빠른 년생(1995년 2월생)이어서, 중학교 코치님께 '하나만 더 가르쳐 주세요'라고 조르면서, 유급을 선택했어요. 너무 기초가 없는 상태였기에, 바로 고등부 선수들과 겨룰 수 없었죠."

그는 "저는 사실 역도 선수로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요. 유연성이나 민첩성이 좋거나 하지 않죠. 그런데 저를 보고, '오기'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우상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김수현은 "저는 미란이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그 이야기를 했어요. 언니는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오히려 더 책임을 져야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신다고 하셨죠"라고 말했습니다.

"근데 언니가 잘해주셔서 저희가 지금 실업팀에서 높은 연봉도 받을 수 있는 거거든요. 언니가 이미 이렇게 좋은 길을 닦아 주셔서, 그런 현실적인 부분에서도 되게 고마운 분이죠."

"이런 얘기를 하면, 언니는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것만으로도 자기가 잘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힘들 때 이런 생각을 하는 동생이 있어서 좋다고 말해주셨죠."

올림픽에서 데뷔전을 치른 김수현은 장미란의 조언을 마음에 더욱더 새기며 파리 2024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에 가기 전, 언니가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하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끝났다는 생각보다는 항상 너무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말고, 항상 중심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리고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계속 시합이 있는 걸 아시니까 그거에 더 집중하라고 하시며, 끝난 건 잊고 다시 새로 시작하라고 말해주셨죠. 요즘에는 언니가 조금 바빠서 얼굴을 볼 수가 없지만, 가끔 연락하면 항상 좋은 말을 많이 해줘요."

봉주르, 파리 2024!

"사실 운동을 처음에 시작했을 때 제가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냥 먼 꿈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올림픽에 나가보고 싶더라고요. 올림픽은 저를 성장시켜 주는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지금도 생각하면 여전히 높은 벽이지만, 그래도 한국 대표로 정말 즐기는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최고의 정점의 무대라고 생각하죠."

가수 못지않은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인 김수현은 도쿄 올림픽 이후 몇몇 방송에 출연하며, 역도계를 대표하는 '스포테이너(스포츠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로 방송 활동을 하는 운동선수)'로서의 끼와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운동을 잠시 떠나 방송 등 대외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아요. 방송 무대에서 즐겁게 하고, 또 저의 역도 무대에서도 즐기면서 하게 되더라고요. 세리머니도 해보고 하니깐, 관객들도, 팬들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곽윤기 선수랑 한번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이제 곽윤기 선수는 연예인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이런 활동에 대해 조언을 구했어요. 그때 해주신 말이 (대외 활동 등을) 진짜 즐기지만, 즐길 수 있을 만큼 노력은 해놔야 한다고 말해주셨죠. 그래서 더욱 책임감도 느껴져요. 역시 제가 역도를 잘해야지, 그 이외의 활동을 할 때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항상 기억하려고 해요."

김수현은 2024 파리 올림픽을 향해 "제가 미란이 언니를 보고 그랬듯이, 저를 보고 시작하는 어린 친구들이 생길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서, 차분하게 경기해 보겠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번외 질문. '역도 요정' 김수현이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는 운동은?

김수현: 저는 아침과 저녁에 복근 운동을 무조건 해요. 

바벨을 드는 게 중요하니깐, 몸통이 최고의 지지대이기 때문에, 몸통 운동을 정말 중요시 생각해요. 5kg짜리 원반을 3개 정도 들고, 윗몸 일으키기를 10~20개씩 해서 100개를 채우죠. 기본 운동이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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