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클라이밍 이도현 인터뷰: "운동선수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잖아요? 올림픽이 제 전부입니다"

기사작성 EJ Monica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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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IFSC 스포츠클라이밍 세계선수권 남자 볼더 동메달리스트 이도현.
촬영 Copyright 2023 Jan Virt, all rights reserved.

Olympics.com이 항상 묵묵히 눈앞에 있는 암벽 완등만을 바라보는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뉴 에이스 이도현 선수와 함께 2023 시즌을 돌아보며, 그의 올림픽 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023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볼더 종합 2위, 역대 두 번째 한국 남자 스포츠클라이밍선수로서 월드컵 금메달 및 세계선수권 볼더 메달 획득, 한국 남자 최초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이 모든 기록을 보유한 주인공은 올 시즌 세계 스포츠클라이밍 무대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2002년생 이도현입니다.

이도현은 올 시즌을 돌아보며 "물론 기분은 좋지만, 그렇게 막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다음 경기, 즉 다음 목표를 위해서 그냥 다음 등반을 준비해요"라고 담담하게 말합니다.

그는 경기를 시작하기 전 항상 자신에게 하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일단 즐기고, 심각해지지 말고, 좀 대충 열심히 하자는 말을 되새긴 다음에 경기에 임해요." (이도현, Olympics.com)

Olympics.com이 MZ세대 사이에서 대세 스포츠로 점점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올림픽 종목 스포츠클라이밍의 한국 남자 에이스로 성장한 이도현 선수와 파리 2024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이야기를 나누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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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종목: 볼더가 아닌 리드?

이도현은 5살 때 아버지인 이창현 전 국가대표 감독이 클라이밍 센터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암벽을 등반하기 시작했고,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선수의 길을 걸었습니다.

사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축구선수가 꿈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클라이밍도 하고 싶었지만, 축구가 더 좋았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미국으로 등반 여행을 가자고 하셨죠. 그때 클라이밍에 확 빠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열심히 하게 됐어요."

이도현은 올해 6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2023 IFSC 볼더 월드컵 5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기점으로, 남자 볼더 다크호스로 급부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올 시즌 볼월드컵 종합 2위에 이어서 8월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2023 세계스포츠클라이밍선수권에서 남자 볼더 동메달까지 획득하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도현의 주 종목은 리드입니다.

이도현은 "다들 제가 볼더링 선수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저는 리드가 주 종목이고, 리드를 더 잘하고 싶긴 한데요…"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볼더와 리드의 차이점은?

볼더

선수들이 유일하게 안전 로프를 착용하지 않는 종목입니다. 그들은 초크를 손에 바르고, 4.5m 높이의 암벽을 타게 되며, 루트 정상에 있는 마지막 홀드를 양손으로 잡는 것으로 한 루트의 완료가 기록됩니다. 선수들은 4개의 다른 루트를 정복해야 되는데요, 한 루트 당 4분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루트는 각 선수가 경기를 시작하는 순간 공개되기 때문에, 미리 연습할 수 없습니다.

리드

리드 종목에서 클라이머들은 안전 로프를 착용하고 15m 벽을 추락 없이 홀드에 안전 로프를 끼워가며 6분 동안 올라야 합니다. 정상에 있는 홀드에 안전 로프를 끼우면 등반을 완료한 것이고, 만약 6분 안에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마지막으로 안전 로프를 끼운 홀드의 위치로 점수가 결정됩니다. 동점인 선수가 나올 경우에는 시간 기록으로 순위를 정합니다.

2019년 시니어 데뷔전을 치른 이도현은 지난해부터 볼더 월드컵에 출전하기 시작했고, 약 1년여 만에 시상대 정상에 올랐습니다.

"항상 볼더링 시즌이 리드보다 먼저여서, 어쩌다 보니 훈련을 더 많이 해 온 것 같아요."

이도현은 시즌 중 하루에 5~6시간 정도 훈련하며, 올림픽 정식 종목인 콤바인은 볼더와 리드를 모두 잘해야 하기에 볼더와 리드를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훈련하고 있습니다

"볼더링에서는 루트세터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루트 파인딩(route finding)'인데요, 무슨 의도로 냈을까를 생각하면서 쉬운 방법을 찾아가려고 하죠. 이 종목의 매력이라고 하면 역시 완등했을 때 짜릿함이죠."

이도현이 생각하는 올 시즌 국제무대에서 실력 발휘의 요인은 뭘까요?

"대표팀의 (천)종훈이 형이 피지컬 면에서 뛰어난 선수인데요, 같이 훈련하면서 제 단점이었던 피지컬 능력이 좀 향상된 것 같습니다."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2023 볼더 월드컵 은메달리스트 아담 오든라, 금메달리스트 이도현, 동메달리스트 메즈디 샬크(왼쪽부터)

촬영 Copyright 2023 Jan Virt, all rights reserved.

2023 시즌: 최고의 순간 vs 최악의 순간

"금메달을 땄을 때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했던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가능성이 크게 보였어요."

이도현은 올해 6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볼더 월드컵 5차 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거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제가 준결승을 앞두고 몸을 푸는 과정에서 무릎을 다쳤어요. 그래서 무릎을 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고, 제대로 착지도 못했죠. 일단 치료를 하고, 마음을 비우고 경기를 뛰었어요."

"근데 준결승에서 컨디션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다가 결승까지 진출했죠. 저는 그냥 제가 할 것만 하자고 생각했어요."

이도현은 당시 처음으로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세 번째 문제에서 스타트 홀드를 잡고 올라갔을 때부터 뭔가 느낌이 달랐어요. 첫 시도만에 문제를 풀었는데요, 당시 저도 어떻게 순식간에 해냈는지 놀라서, 탑 홀드를 잡고 잠시 멍때렸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그는 쟁쟁한 정상급 선수들을 제치고, 생애 첫 월드컵 금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금메달을 땄을 때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했던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가능성이 크게 보였어요."

그러나 그는 올해 스포츠클라이밍 인생에서 경기 중 처음으로 멘털이 무너지는 최악의 경험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날은 놀랍게도 한국 남자 선수로서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획득한 날이었습니다.

"결승이 열렸을 때 비가 왔어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는데, 볼더링에서 문제가 잘 안 풀리기 시작했죠. 그리고 두 번째 문제를 풀다가 눈에 맺혀있던 좀 큰 빗방울이 제 눈에 떨어졌어요."

"그때 갑자기 당황했고, 결국 바닥에 떨어졌어요. 떨어지고 나니까 암벽화가 바닥에 고인 물에 빠져서 젖어 있고, 홀드에 맺힌 빗방울을 보는데 1등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느낌과 정반대로, 굉장히 절망스러워졌어요."

21세의 이도현은 그날 이후 더욱 강한 정신력을 가져야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비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비 자체를 이겨내지 못했던 제 멘털 탓이죠. 충분히 빗물을 잘 닦고 다시 풀 수 있는 문제였는데, 멘털을 붙잡지 못했어요. 올림픽 전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제19회 아시안게임 남자 콤바인(볼더 및 리드) 은메달리스트 이도현

촬영 hangzhou2022.cn

올림픽: "현재 제 전부입니다"

이도현이 기억하는 첫 올림픽은 런던 2012입니다.

그는 "그때부터 TV로 보면서 응원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제가 거기에 갈 수 있을 거라 생각조차도 안 해봤어요."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현재 올림픽이란 이도현의 스포츠클라이밍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도쿄 2020 때만 해도 올림픽은 사실 너무 먼 꿈이었죠. 운동선수로서 인생을 시작했다면, 은퇴 전 크든 작든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 올림픽이 제 스포츠클라이밍 인생의 전부입니다."

이도현은 눈앞에 있는 암벽 완등에 가장 집중하듯, 현재 목표는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이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올림픽에 출전만 하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입상을 떠나서요."

이도현의 아버지 이창현 전 국가대표 감독은 2021년 천종원, 서채현과 이끌고 도쿄 올림픽에 참가했습니다. 만약, 이도현이 파리 2024에 출전한다면, 한국 클라이밍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부자가 됩니다.

우상: 야콥 슈베르트

이도현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오스트리아 간판스타 야콥 슈베르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야콥 슈베르트가 우상이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계속 멋있어서 반했던 것 같아요."

도쿄 2020 동메달리스트 야콥 슈베르트는 32세 베테랑 클라이머로, 2023 세계선수권 남자 콤바인 금메달을 포함해 총 11개의 메달(금6, 은4, 동1)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도현과 마찬가지로 리드가 주 종목입니다.

"그 선수의 멘털이 존경스러워요. 또 등반하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유발하는 쇼맨십도 너무 멋있어요."

파리 2024 아시아 예선: 시청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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