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 대회가 2014년 목포 대회(리드·스피드) 이후 이번 주 8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립니다.
서울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2020년과 2021년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 개최를 취소했고,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월드컵을 통해 세계 정상급 클라이머들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팀 코리아는 총 12명의 남녀 선수들이 볼더링과 스피드 종목에 모두 출전합니다.
대한민국 중심지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을 즐기기 전, Olympics.com이 심층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의 초대 남자 올림피언이자 에이스 천종원 선수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1- 볼더링의 황제: "첫 대회부터 좋은 성적이 나와서 아 이 길이 맞구나!"
천종원은 중학교 3학년이었던 2010년 스포츠클라이밍에 입문했습니다. 그는 사실 안전 로프를 착용하고 15m 벽을 6분 동안 올라가야 하는 리드 종목으로 시작했지만, 2014년부터 볼더링에 전념했습니다.
*볼더링이란? 선수들이 유일하게 안전 로프를 착용하지 않는 종목으로, 초크를 손에 바르고, 4.5m 높이의 암벽을 타게 되며, 루트 정상에 있는 마지막 홀드를 양손으로 잡는 것으로 한 루트의 등반이 완료됩니다. 선수들은 4개의 다른 루트를 정복해야 하며, 한 루트를 정복하는데 주어지는 시간은 4분입니다.
그는 "원래 리드 클라이밍만 하는 선수였는데 제가 따로 볼더링 훈련을 하지 않아도 대회에서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 당시 선배님들이 이제 볼더링으로 전향을 해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셨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볼더링은 한국에서 하기 쉬운 종목은 아니었어요. 볼더링을 하려면 국내 시합도 많아야 되고 월드컵에 무조건 출전을 해야 돼서 약간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전향하자마자 첫 대회부터 좋은 성적이 나와서 ‘아 내가 이 길이 맞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전향한지 1년 만에 중국 하이양에서 열린 2015년 볼더링 월드컵에서 우승한 사상 첫 한국 선수가 됐고, 아시아 최초로 볼더링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며 대한민국 남자 스포츠클라이밍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2- 첫 올림픽: 최고의 무대여서 더 간절한 파리 2024
천종원이 세계 정상에 오른 뒤 이듬해 스포츠클라이밍이 도쿄 2020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그는 "저희 종목은 올림픽이랑 굉장히 동떨어진 종목이라고 생각했기에 확정이 됐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렇게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야 처음으로 실감이 났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이어서 꿈의 무대에 선 소감을 전했습니다.
"직접 뛰어보니깐 얼마나 큰 대회 인지도 알았어요. 확실히 대회의 ‘프레셔’(pressure) 자체도 다르고요. 운동선수라면 올림픽이 최고의 무대잖아요."
대한민국 남자 간판은 2015년과 2017년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이후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는 등 물오른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올림픽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남아있습니다.
천종원은 도쿄 2020 예선전에서 10위를 기록하며 상위 8명이 진출하는 결승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월드컵도 못 뛰고, 대회의 감도 많이 잃은 것도 사실이에요. 특히 볼더링은 순발력, 밸런스 등 클라이밍 이외의 요소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필요한 훈련이 많아요.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이 체계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계속해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어야 된다는 걸 또 많이 느꼈어요,”라고 말하면 이미 마음은 파리 2024 출전을 향한 간절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지난 달) 스위스 마이링엔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도 오랜만에 뛰는 경기여서 ‘루트 파인딩’에 대한 부분이 좀 부족했어요. 아무래도 (볼더링에서) 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실전 대회를 계속 많이 뛰면서 감을 빨리 잡아야 할 것 같아요. 이제 거의 모든 선수들이 다 올림픽에 초점을 맞춰서 훈련을 하기에 더 절실하게 해야 될 것 같습니다."
3 - 선의의 경쟁자
클라이밍 선수들 사이에서는 "경쟁자는 암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선수들끼리 사이도 꽤 좋습니다.
천종원과 올 시즌 첫 월드컵 우승자 **나라사키 토모아**는 96년생으로 동갑내기입니다. 대한민국 에이스는 이웃나라 에이스와의 선의의 경쟁을 즐기고 있습니다.
천종원이 먼저 아시아 선수로서 사상 처음으로 2015년도 볼더링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으며, 이듬해 나라사키가 사상 두 번째로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대한민국 볼더링 황제는 2017년 다시 한번 세계 정상을 탈환하며, 아시아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는 2018년 아시안게임 남자 콤바인(리드·볼더링)에서 초대 금메달리스트에 올랐고, 나라사키가 동메달을 차지했습니다.
"토모아 선수는 굉장히 잘하는 선수에요. 저랑 월드컵을 뛰기 시작한 연도도 똑같고요. 그 친구랑 저랑 아시아 선수로서 3년 동안 세계 1등을 했다는 것이 뜻깊은 것 같아요."
사실 일본은 스포츠클라이밍이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곳일 뿐만 아니라, 저변이 가장 넓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지난달 스위스 마이링엔 월드컵 성적만 봐도 나라사키를 비롯해 총 5명의 일본 선수가 '톱10'에 올랐습니다.
천종원도 올해부터 다시 강국 일본에서 훈련을 할 예정입니다.
"저와 토모아 선수는 클라이밍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요. 저는 손힘이 좋아서 홀드, 그립을 잡는 힘이 좋은데, 그 선수는 밸런스가 좋아서 (홀드에 매달리고, 손보다 발을 이용한 연속 동작을 보여주는 등) 코디네이션이라고 하는 기술을 굉장히 잘 써요.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요소가 많이 들어가는 게 요즘 클라이밍 트렌드여서 저도 그런 부분을 빨리 보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토모아 선수는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멋진 선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꼭 다시 이기고 싶은 선수이기도 하고요.”
4 - 멘탈 관리: "최대한 즐길 때 성적이 가장 잘나와요"
천종원은 선수 생활 사상 처음으로 홈 관중 앞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를 최대한 즐기려고 합니다.
그는 "예전부터 기다려왔던 일이기도 하고 기대가 많이 되요. 약간의 부담도 있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라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사실 100퍼센트 준비됐다는 느낌은 안드는데, 그렇다고 그 부분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걱정한다면 그 또한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거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즐기려고 해요. 즐길 때 성적이 가장 잘 나와요."
천종원 또한 올림피언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인 ‘정신 건강’에 대해 더욱 신경 쓰려고 노력한다고 밝혔습니다.
"요새 많이 중요하다고 느껴요. 약점은 항상 있는 부분이지만 그걸 보완하기가 그렇게 쉽진 않아요. 보완을 하려는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거든요. 근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뭔가 부정적으로 다가가면 더 안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는 "그래서 이 부분을 보완한다면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다가가는 게 더 오래 클라이밍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5 - 천종원이 말하는 '천종원'
"(제가) 제 소개요? 그냥 클라이밍에 진심인 선수에요. 나중에 은퇴하고 나서도 클라이밍에서 제일 많은 업적을 이룬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천종원, Olympic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