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6cm의 **김국영**이 처음 자신의 이름을 육상계에 알린 건 2010년 전국육상선수권대회 100m 예선전에서 10초 31을 기록하며 서말구가 1972년 멕시코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세운 한국 기록인 10초 34를 경신하면서부터입니다. 그는 이날 준결승전을 10초 23으로 마친 후 31년만에 세운 100m 한국신기록을 하루도 채 안돼서 또 갈아치웠습니다.
1991년생 김국영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기록을 5번 경신했으며, 그가 마지막으로 작성한 10초 07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부상도 막을 수 없던 4연속 아시안게임
제51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대구 스타디움에서 4월 19일부터 23일까지 펼쳐졌습니다. 이 대회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발전을 겸했기에김국영, ‘스마일 점퍼’ **우상혁**등 국내 최고 스타들이 총출동했습니다.
남자 육상 100m에서는 부동의 에이스 김국영과 떠오르는 신예 비웨사의 맞대결이 가장 주목을 받았고, 결국 선배가 10초 42를 기록해 0.02초라는 미세한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로써, 김국영은 광저우 2010 데뷔 이후 4연속 아시안게임 진출을 확정 지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김국영은 3월 30일 실업육상선수권 계주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는 왼쪽 종아리 염좌로 3주 진단을 받았기에 이번 선발전을 거의 포기할 뻔했습니다.
김국영은 “시합은 2주 정도가 남았는데 진단은 3주가 나와서, 의사선생님도 사실상 출전이 힘들다고 하셨죠,”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시즌 초반인데 무리해서 이번에 또 다치면 아예 시즌 아웃이 될 수도 있던 상황이었죠. 더 심하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대한육상연맹에도 못 나간다고 말을 해놓고, 집중 치료를 했어요.
“시합 당일에 통증은 빠졌지만, 저희 종목은 폭발적인 힘을 내서 ‘전력 질주’를 해야 하니깐, 참가를 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을 했죠. 치료에만 집중을 해서 재활도 훈련도 아예 못했거든요. 그러나 선발전을 출전하지 않으면 아시안게임을 아예 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리스크를 안고 뛴 거죠. 1등 한 걸 떠나서, 무사히 부상 없이 선발전을 끝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대한민국 남자 100m 일인자는 처음으로 경쟁할 후배 선수가 생겼습니다. 안산에서 콩고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비웨사는 올해 고교를 졸업하고 안산 시청에 입단했습니다. 185cm인 그는 100m에서 지난해 2020년과 2021 통틀어 고교 최고 기록인 10초45를 세우며, 가장 촉망받는 단거리 유망주로 부상했습니다. 비웨사는 이번 대회에서 10초 44로 개인최고기록을 작성했습니다.
“경쟁할 후배가 생겨서 조금 긴장감도 생기네요. 예전에는 기록에만 집중을 하면서 훈련을 했는데 이제는 마냥 독무대가 아니기 때문에, 저도 긴장감을 갖고 더 집중하게 되네요.”
헤어나올 수 없은 100m의 매력
김국영은 초등학생 시절 경기도 대표로 활약하며 일찌감치 육상의 재능을 보였습니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반대로 인해 육상계를 떠날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그의 열정은 부모님을 설득시켰고 중학교 때부터 정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시작부터 100m만 뛰었어요. 제일 빨리 달리는 거에 흥미를 느꼈고, 자신 있었어요. 그러면서 학생 때는 계속 기록을 경신하다 보니깐, 더 이 종목의 매력에 빠지더라고요. 그렇지만 100m는 정말 어려운 종목이라는 걸 하면 할 수록 느껴요.
"예를 들어 제가 정말 컨디션이 좋아도, 기록이 못 낼 수 있어요. 반대로, 몸이 정말 힘들고 지쳤는데 그럴 때 기록이 잘 나오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기록이 안 나올 때 마다 더 오기도 생기고 잘하고 싶은 욕심도 커져요.
"십몇 년 동안 일등을 하고 있어도 아직도 어렵고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더 흥미를 느껴서 지금까지도 이렇게 9초대 기록에 매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쉬웠다면, 금방 그만뒀을지도 모르죠.”
놓친 도쿄 2020행: "아쉽지만 제 육상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김국영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100m 무대에 진출한 진선국 이후 20년 만에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극마크를 단 단거리 선수가 됩니다. 그는 아쉽게 예선 탈락을 하며 도쿄 2020 올림픽 무대를 다짐하며 브라질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6월 제75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부상 탓에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기에 10초26을 기록하며 도쿄올림픽 남자 100m 기준기록(10초05)은 넘지 못했습니다.
“제가 리우 2016이 끝나고 든 생각은 다음 올림픽 때는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번엔 경험으로 그쳤지만, 다음에는 보란 듯이 정말 좋은 기록을 내고 싶다고 생각했죠.
“(도쿄 2020 출전이 무산됐을 때) 말 못 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나 바로 마음을 다잡았어요. (지난해) 올림픽 출전은 못 했지만, 기록에 다시 도전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올림픽에 못 나갔다고 제 육상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특히, 그는 자신보다 두 살 많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빙텐**이 도쿄 대회 100m 준결승에서 9초83의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고 올림픽 결승 무대에 진출해 최종 6위에 오른 모습을 보고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수빙텐은 아이가 있는 아버지이며, 그 나이(당시32살)에 아시아 기록까지 세우는데 저도 못 할거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3년째 일인자로 살아남은 비결?
“안주하지 않고 항상 기록에 도전해왔어요. 매번 제 기록을 깨려고, 엄청난 집중력을 쏟아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1등 자리를 지키지 않았나 싶어요.”
그는 이어서 “포기하지 않고 항상 기록에 도전했던 선수로 기억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김국영은 이런 과정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지난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이야기 할지 모르지만, 저희 육상 선수들은 그걸 위해 엄청난 훈련 과정을 겪어요. 제가 유튜브를 통해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리고, 또 최대한 후배 선수들에게 제가 해외에서 겪은 경험 등을 많이 알려주고 싶어요."
마지막 목표: ‘마의 9초 대’
김국영은 대한민국 남자 육상 100m 선수로서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는 대구에서 열린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부터 2019년 도하 대회까지 5회 연속 세계선수권 대회에 진출했으며, 2017년 런던 대회에서는 100m 준결승에 오른 사상 첫 한국 선수가 됐습니다.
그는 올 7월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리는 2022년 세계선수권 진출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김국영은 올해 6월 26일까지 기준기록(10초05)를 통과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랭킹 포인트를 쌓아야만 합니다.
“각국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100m에서 56등 안에 들어야 나갈 수 있는 대회에요. 모두가 한 해 한 해 계속 실력이 강해지는데 저는 최근 2년 사이에 자잘한 부상에 발목이 잡혀 정상적인 훈련조차 못 해와서 답답해요.
“올해 목표는 착실하게 훈련을 이어가서 다시 몸상태가 회복하는거에요. 그리고 기록에 도전할 거예요. 9초 대 기록에 도전할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제 육상 인생에서 남은 목표는 이거 하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