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드 르 클로는 과거 자신이 다른 이들처럼 강한 정신 상태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모든 것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시작됐습니다. 르 클로는 200m 접영 결선에서 수영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인 마이클 펠프스를 꺾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르 클로는 이후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고, 2016 리우 올림픽에서 2개의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8년간 명성을 쌓았습니다. 그는 특유의 경쟁심을 앞세워 세계선수권대회를 주름 잡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해 앞두고 그가 아직 세상에 공개하길 꺼리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깊은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르 클로는 Olympic.com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한 명의 평범한 인간으로서 멋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가 겪는 고통을 알지 못하죠. 제 친한 친구들도 저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어요,"라고 밝혔습니다.
"저는 제가 이룬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강한 멘털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힘들었죠.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나약해 보일 것 같아서 행복한 척 했어요."
"변해야 한다는 건 끔찍하고 진부한 생각이었습니다."
르 클로는 세계 정신 건강의 날(10월 10일)을 맞이해 Olympics.com에서 단독으로 공개하는 인터뷰를 통해 가장 힘든 시기, 다시 행복으로 돌아가는 여정, 그리고 예전보다 현재 펠프스에 친밀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밝혔습니다.
멘털 문제 낙인 극복
르 클로가 고통을 받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오랜기간 영웅으로써 존경받던 더반 태생의 르클로는 처음에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려 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가 극복해야할 문제에는 낙인이 찍혀 있었습니다. 남성들, 특히 대체로 아프리카 남성들은 문화적으로 정신 건강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르 클로는 "남아공 출신으로서, 저희는 전통적으로 속마음을 말하지 않아요. '터프가이' 이미지를 해친다면 그와 관련해서 어떤 말도 꺼내지 않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이곳에선 상처가 나면 소매를 걷어서 흙을 문지릅니다. 그것이 바로 남아공의 정신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20~25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은 소셜 미디어처럼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다릅니다."
"지금의 세상은 너무 좁아서 모두가 당신과 당신에 대한 의견을 공유합니다. 때로는 제 생각대로 살기가 힘들 때가 있죠."
"6-7개월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지만... 도쿄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했습니다." - 채드 르 클로, Olympics.com과의 인터뷰
다른 이들처럼, 르 클로 역시 코로나감염증바이러스(코로나19)에 동요했습니다.
수영계의 수많은 경쟁자들과 달리, 그는 여러차례 나라를 바꿔가며 훈련을 했고, 코치가 따로 없었기에 자신의 루틴을 잃었습다.
올림픽 4관왕인 그는 2021년으로 연기된 2020년 도쿄올림픽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심지어 자신에게 닥친 특정 사건을 '부모님이 암에 걸린 것보다 더 나쁘다'고 묘사하며 정신 건강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 일이 일어난 이후부터 저는 똑같을 수 없었죠,"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훈련을 해도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있기 때문에 6~7개월 동안 제대로 잠을 못 잤습니다. 도쿄에선 태연한 척을 했습니다."
"올림픽 결선을 치르기 위해 이동하면서 제게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난 7개월간은 지나치게 무감각해서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없었던 거죠. 누군가 저를 상처내더라도 저는 느낄 수 없었을 겁니다."
채드 르 클로: 바닥을 치다
당연히 르 클로는 일본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은 르 클로가 정상이 아니란 걸 발견했고, 당장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르 클로는 몇 달간 수영을 하다보면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유럽에서 대회를 치르던 그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그는 "어느 날 호텔 숙소에서 전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갑자기 이유 없이 울었어요,"라고 밝혔습니다.
"저란 사람은 절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진 않겠지만, 작년 11월 10일에 그런 순간이 찾아왔죠. 에인트호벤은 추웠고, 저는 그저 슬펐습니다. 코로나19로 집에서만 지내야 했을 때 가장 즐겨하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었어요."
"샤워를 하는 중에 갑자기 '내가 죽는 게 그렇게 최악은 아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곧바로 나는 '그건 아니지, 안돼, 안돼'라고 하며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저는 제가 완전히 바닥을 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완전 밑바닥이요. 그때부터 도움을 받아 꾸준히 제 속마음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세 달간의 치료 끝에 2022년 초, '지금의 채드'로 돌아왔습니다.
이 30세 선수는 심리상담사와의 면담을 통해 가슴에 응어리진 문제를 떨쳐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 군인들에게 쓰이는 EMDR(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이라고 불리는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 치료법은 정말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예전의 나로 돌아오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결과 중심의 행복에서 탈피
또한 르 클로는 자신이 느끼던 감정의 롤러코스터의 이면의 중심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됐습니다.
"심리상담사는 제가 느끼는 행복이 수영장에서의 결과에 맞춰져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것은 끔찍하기 때문에 잠시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제에겐 최고의 부모, 최고의 형제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안에는 승리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2016 리우 올림픽을 예로 들 수 있어요. 평영 200m에서 펠프스에게 패한 뒤, 누나와 나눈 대화를 절대 잊을 수 없어요. 온 가족이 숙소에 모여 있었죠. 그 순간 갑자기 공허함이 밀려와 울음을 터뜨렸어요."
"누나가 나를 붙잡고 말했어요. 펠프스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냐고요. 펠프스도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고,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했었죠. 그는 그 경기에서 우승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 점에 대해선 기쁘게 생각해요."
"누나는 '너에겐 가족이 있고, 우리에겐 영원히 영웅으로 남을 거야'라고 그때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고, 저는 누나가 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죠.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펠프스를 꺾고 정상에 오른 이후, 저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느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이해해요. 당시 누나가 얼마나 멋지고, 옳은 말을 해줬는지요. 저는 2개의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돌아보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마이클 펠프스와 타이슨 퓨리와의 연결고리
펠프스와의 비교는 중요했습니다.
23차례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펠프스는 2015년 공개적으로 자신의 멘털 문제를 털어놨습니다. 르 클로는 그의 미국인 라이벌이 겪고 있는 문제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습니다.
르 클로는 "저는 그때 스무한 살 밖에 되지 않았죠. 이해하지 못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펠프스가 단순히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고 생각했어요. 속으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어떻게 힘들 수 있지?'라고 생각했죠. 많은 부를 축적했고, 유명하고, 또 멋진 차를 몰잖아요. 그런데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나요?"
"그런 다음 어려움이 저를 덮쳤고, 그때 저는 이렇게 생각했죠. '맙소사, 정말 끔찍하잖아.'"
"그래서 저는 지금 마이클과 모두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어요. 대중은 저희가 불평만을 늘어놓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죠. 저는 이 시기를 거쳐 간 뒤 저의 영웅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전 그 분을 존경합니다."
르 클로는 펠프스 외에도 다른 종목의 헤비급 선수에게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타이슨 퓨리가 제게 또 다른 동기부여를 심어줬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죠: '나는 전세계 헤비급 챔피언이자, 이 지구상에서 가장 나쁜 남자야'. 마이클 펠프스가 수영계의 가장 나쁜 사람인 것처럼요."
"두 선수의 경험은 스타들도 정신적인 문제로 누구보다 더 고통 받을 수 있다는 걸 말해주죠. 저희가 목소리를 내고 다른 사람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르 클로가 심리상담사들과 함께한 시간은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2022년 버밍엄 커먼웰스게임(영연방경기대회)에서 200m 평영 은메달을 따냈습니다. 그는 커먼웰스게임에서 18번째 메달을 따면서 이 대회 최다 메달 기록과 동률을 이뤘습니다.
그는 "멘털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제가 해줄 조언은 지금 즉시 전문가와 상담하라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더 일찍 그렇게 했어야만 했죠. 1월에라도 상담을 받았다면, 지난해 제 기록과 행복감이 확연히 달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일어나는 일을 결코 잊지 않는다는 말은 정말 멋집니다. 물론 그러한 일을 다루는 법을 익혀야겠죠."
아프리카 역대 최고의 수영선수는 이제 프랑크푸르트에서 새로운 팀과 함께 훈련에 집중하고 있으며, 심리 상담도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그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예전의 채드'에 걸맞은 활약을 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는 웃으며 "다들 아시겠지만,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아기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모든 이들이 저를 깎아내렸으니, 뭐 완벽하네요. 누구도 저에게 기대를 하지 않겠지만, 결과를 두고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