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로 보볼렌타, 가족의 전통을 이어가다

10년 전 경기 중 치명적인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출신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의 아들이 어느덧 18살이 됐습니다. 그는 "부담감을 느끼는 건 특권"이라고 말합니다. 이 젊은 선수가 Olympics.com에 발전하고 있는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5 기사작성 2022년 12월 30일 | Gisella Fava
Alessandro Bovolenta U20 2022 M MVP
(Federica Rossini)

이탈리아 배구 팬들은 보볼렌타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기쁨, 존경, 그리고 슬픔의 감정을 느낍니다.

비고르 보볼렌타는 '천재들의 세대'(La Generazione di Fenomeni)라고 알려진 가장 위대한 '아주리 군단'(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의 애칭)의 미들 블로커였으며,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2012년 3월, 국가대표 생활을 마감한 보볼렌타는 이탈리아 4부리그 경기 중 심각한 관상동맥 질환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7세에 불과했습니다.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 배구선수였던 부인 페데리카 리시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2주가 지났을 무렵, 다섯 번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 아들인 알레산드로 보볼렌타는 당시 7살이었습니다.

알레산드로는 어린 시절 축구에서 골키퍼로서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이 활약한 종목인 배구에 전념했습니다.

이제 그는 18살이 되었고, 나이보다 성숙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미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정상에 오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알레산드로는 로마에서 태어났지만 볼로냐 인근 작은 마을인 라벤나에서 자랐으며, 지난 9월에 자국에서 열린 20세이하 유럽선수권에서 이탈리아의 우승을 이끌었을 뿐만아니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었습니다.

2.05m의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인 알레산드로는 아버지가 처음 성공을 누렸던 클럽인 라벤나 포르토 로부르 코스타 소속으로 지난 시즌 이탈리아 수페르레가에서 데뷔했고, 그로부터 몇 달 지나지 않아 이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알레산드로 보볼렌타: 골키퍼에서 배구천재로

비고르 보볼렌타는 1995년부터 2008년까지 이탈리아 대표로 활약하며 월드리그 4회 우승, 유럽선수권 2회 우승, 월드컵 1회 우승, 올림픽 은메달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는 또한 1991년 라벤나 포르토 소속으로 세계클럽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1992년부터 94년까지 3년 연속 유럽챔피언스리그 왕관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리시는 알레산드로를 낳으며 선수 생활을 마쳤지만, 아들에게  한 번도 부모를 따라 배구를 하라고 강요해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Olympics.com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혀 부담을 주지 않으셨어요. 엄마는 항상 저희에게 '하고 싶은 걸 해'라고 말씀하셨죠. 그래서 항상 제 의지대로 선택했습니다. '의무감' 같은 게 있었다면 엄마도 저에게 '봐봐, 최소한 뭔가는 해야지, 운동을 해'라고 말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고 하더라도 저는 했을거에요."

(Archives personnelles Alessandro Bovolenta)

"어렸을 땐, 배구를 많이 보진 않았어요. 배구에 관심이 없었죠. 축구를 하는 학교 친구들을 따라다녔죠. 수비수로 시작했고, 그 이후 골키퍼가 되려고 했어요. 꽤 잘했어요. 11살 때 갑자기 엄청 추웠어요... 훈련하는 동안에요."

"골키퍼는 10분에 한 번씩 슛을 막아야 되요. 겨울에도 추운 데 서있어야만 하죠. 그리고 집에 오면 온 몸이 얼어버렸죠. 친구들과는 괜찮았지만... 그 때 다른 길을 택했어요."

"갑자기 키가 커져서 '배구를 해보자'고 했어요. 그리고 잘 풀렸죠. 아직도 훈련이나 경기가 재밌어요. 팀 동료들과도 잘 지내고, 좋아요."

보볼렌타가의 배구 DNA

나머지 형제들도 같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쌍둥이 자매 아리아나아오로라(이상 13세), 안젤리카(11세), 안드레아(10세) 모두 현재 배구를 하고 있습니다.

아리아나는 최근 로마로 떠나 볼레이로 카살 데 파치 B에서 뛰고 있습니다.

알레산드로는 형제들에 대해 "걔네가 다 크면, 이제 시합해야죠!"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Archives personnelles Alessandro Bovolenta)

그는 아버지의 죽음이 "우리 가족을 훨씬 더 단단하게 만들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더 큰 책임감을 느끼셨겠지만, 그 책임감을 제가 느끼지 않게 해주셨어요. 제가 첫째라고는 해도 저도 아직 어렸으니까요. 우린 한 팀 같았고, 항상 함께였죠."

지금도 보볼렌타 가족들은 알레산드로의 경기를 보기 위해 엄마를 필두로 함께 경기장에 나타납니다.

"엄마는 재밌는 분이시고, 저에게 조언도 해주시죠... 맙소사(Mamma mia)! 저기 계시네요. 엄마와 저는 긴밀한 관계고, 엄마도 그걸 좋아하세요. 네, 저기 관중석 모서리 부근에 계시잖아요... 높은 곳에서 독수리처럼 지켜보고 계세요!"

알레산드로는 부모님이 경기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부모님과의 플레이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움직임이 정말 닮았어요... 엄마와 아빠 플레이 중간에서 우리는 사실상 똑같다고 봐야죠!"

20세 이하 이탈리아 대표팀에서의 성공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비고르를 지도했던 줄리오 벨라스코는 현재 이탈리아 배구 연맹의 유소년 기술 감독으로서 알레산드로가 경력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배구 대표팀은 2021/22 시즌 파올라 에고누가 이끄는 여자 대표팀이 네이션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각 연령대 대표팀이 최소한 10개 대회에서 우승해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18세 이하 남자 대표팀과 22세 이하 남자 대표팀이 모두 유럽선수권에서 우승했고, 여자 대표팀도 18세 이하, 20세 이하, 22세 이하 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레산드로 보볼렌타와 동료들은 고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주니어 유럽선수권을 싹쓸이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됐습니다.

알레산드로는 "벨라스코 선생님이 홈에서 하는 대회이니까 부담갖지 말라고 해주셨어요. 그렇지만, 분명히 부담감은 있었습니다. 9월 25일에 우리가 치러야 할 결승전이 '아주리 군단'이 이번 시즌에 치르는 마지막 대회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요. 우리 대회 이후론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밖에 없었어요"라고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렇지만 마테오 바토키오 국가대표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부담도 특권을 가진 사람들의 것'입니다."

그런 부담은 폴란드와의 극적인 결승전에서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이탈리아는 2-0으로 앞서나갔지만, 폴란드가 두 세트를 따라잡아 경기는 마지막 세트까지 갔습니다. 마지막 세트에선 홈팀 이탈리아가 15-6으로 승리했습니다.

이탈리아 팀에겐 위대한 우승이었고, 보볼렌타는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했습니다. 그렇지만 보볼렌타는 팀의 축하연을 함께하기 어려울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는 "컨디션이 매우 안좋다고 느꼈어요. 경기를 치르는 동안 긴장감을 간신히 극복했지만, 뒷풀이 자리를 일찍 떠났어요. 호텔로 돌아와서 침대에 누었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신발도 벗지 않은 채, 트레이닝 복을 입고, 메달을 목에 건채로 잠들었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회복하는 데 일주일이 걸렸어요. 클럽팀인 라벤나에서의 프리시즌 일정을 연기해야 될 정도였죠."

우상, 목표 그리고 올림픽

보볼렌타는 배구선수 중 네덜란드의 스타 니미르 압델-아지즈를 존경하고, 다른 스포츠에선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농구 영웅 마이클 조던이 우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호날두는 종목을 뛰어넘어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가 첫 번째 예로 드는 선수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볼렌타는 1부 리그인 수페르레가에 있다가 지난 시즌 2부 리그로 강등된 소속팀 라벤나 포르토를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수페르레가에서 입지를 다지게 하는 것이 눈앞의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직 해외로 나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여기가 최고의 리그잖아요. 여기에 머물 기회만 있다면 당연히 첫 번째 선택지는 여기죠. 제 목표라고 하면 말할 것도 없이 수페르레가로 올라가서 계속 거기서 뛰는거죠. 할아버지께서 항상 '1부리그에 올라가는 것과 거기에 머무르는 건 별개의 일'이라고 말씀하세요. 저는 그 말씀을 정말 좋아해요."

"수페르레가에 데뷔했을 때는 조금 우연이었던 점도 있어요. 그렇기에 여기에 머무르고 저 자신을 증명하는 건 조금 더 복잡한 일이에요. 그게 첫 번째 목표고 그다음엔 성인 대표팀과 올림픽이죠."

(Federica Rossini)

2024 파리 올림픽 우승후보로 폴란드와 개최국 프랑스를 꼽는 알레산드로 보볼렌타에게 이번 대회는 다소 이를 수 있습니다.

물론 알레산드로는 6년 전 이전에는 본 적은 없지만 그의 가족에게는 이미 올림픽 메달이 있었습니다.

"2016 리우 올림픽을 보고 있다가, 저와 엄마가 아빠의 메달을 찾았어요. 그 메달을 봤는데...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리고나서 며칠 뒤, 친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집에 오셨죠. 그리고 아빠가 땄던 메달을 보여주면서, 그 중에 몇 개를 주고 가셨어요. 결국 몇 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지고 가셨고, 유럽배구연맹(CEV)컵 메달과 올림픽 은메달만 저희가 보관하기로 했어요."

"현재 지난 여름에 제가 딴 금메달과 아빠가 딴 올림픽 메달을 같이 가지고 있어요. 기분이 좋아요. 올림픽 메달은 무게가 꽤 나가요! 그것보다도 올림픽 메달은 아름답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두 배는 더 인상적입니다."

"여러분도 분명히 그 이면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이탈리아는 결승전에서 2점차로 패했고, 쓰라린 패배였죠. 하지만 메달은 중요합니다... 올림픽 메달을 집에 가지고 있을 수 있을 만큼 운이 좋은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아마 알레산드로는 몇 년 안에 가족의 메달 보관함에 메달을 더 보탤 수 있지 않을까요?

(Archivio privato Alessandro Bovole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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