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열정, 대한민국 알파인 스키 레전드 허승욱

캘거리 1988 동계 올림픽, 당시 시범종목이었던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김기훈이 금메달을 획득하며, 동계올림픽 첫 정식 금메달에 대한 희망을 높이고 있을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알파인 스키에 출전했던 선수가 있었습니다. Olympics.com에서 레전드 허승욱의 선수생활을 돌아봤습니다.

이정석 기자
촬영 2002 Getty Images

대한민국에서는 메달 효자종목인 쇼트트랙을 비롯한 빙상 종목이 강세를 보여, 설상 종목은 스포츠 팬들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1936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동계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었던 알파인 스키는 동계 올림픽의 핵심 종목 중 하나이며, 지금까지 올림픽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선수가 다섯 명에 불과할 정도로 체력 및 경기력 유지가 쉽지 않은 종목입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알파인 스키 레전드인 허승욱은 만 49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설원을 누비고 있습니다.

허승욱은 1987년에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되었고, 캘거리 1988 동계 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 이후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까지 동계 올림픽에 5회 연속 출전했습니다. 그는 1984년부터 2006년까지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금메달 43개를 획득하며, 알파인 스키 역대 동계체전 최다 금메달 획득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 회전에서는 21위를 기록했고, 3차례 출전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한 바 있습니다. 허승욱이 릴레함메르 1994 회전에서 거둔 21위는 아직도 올림픽 알파인 스키 한국선수 최고성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알파인스키 단체전
촬영 2018 Getty Images

레전드의 소리없는 도전

허승욱은 2006년 동계체전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감하는 듯했습니다. 아쉬움 속에서 은퇴경기를 치렀죠. 대한민국의 알파인 스키 에이스는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후배양성에 힘을 쏟았지만, 여전히 훈련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운동을 계속하며, 국내 선수층이 얇은 활강과 슈퍼대회전 종목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첫 동계 올림픽인 평창 2018을 바라보며 국제스키연맹(FIS) 포인트를 누적해 출전권 획득에 도전했습니다. 평창 2018 동계 올림픽 출전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허승욱의 도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허승욱은 국제스키연맹 홈페이지에 등록된 현역 선수로서 2021/22시즌까지 꾸준히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대한민국 스키계의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부자(父子) 현역선수

스포츠계에서 운동 유전자를 공유해 체육 명문가(家)가 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허승욱의 부모님도 모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고, 여동생인 허승은도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를 지냈습니다. 거기에 허승욱 선수의 아들 허도현도 알파인 스키 선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들을 수 있는 스포츠 명문가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허승욱의 이야기엔 한 가지 더 감동 포인트가 있습니다.

국제스키연맹(FIS)의 공식 사이트에는 전세계 모든 스키 선수들의 경기 결과를 볼 수 있고,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는 ‘액티브(Active)’라는 표기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들인 허도현이 2021/22시즌부터 FIS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해,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현역선수로 활동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체력과 기술을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 쉽지 않은 종목이기에, 아버지 허승욱이 세우고 있는 기록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아직 유럽과의 격차가 큰 알파인 스키 불모지이지만, 허승욱이라는 레전드 선수가 남기는 유산을 토대로 묵묵히 성장할 한국 알파인 스키의 미래가 기대 됩니다. 베이징 2022 동계 올림픽 알파인 스키는 장자커우 지구 국립 알파인스키 센터에서 2022년 2월 6일부터 2월 19일까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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