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드림 팀’이라고도 알려진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바르셀로나 1992에서 우승하며 올림픽에서의 압도적인 질주를 시작했습니다. 애틀랜타 1996, 시드니 2000에서도 미국 대표팀은 경기당 평균 32.5점 차이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미국을 막을 팀은 아무도 없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승승장구하던 그때 또 하나의 유망한 팀이 떠오르고 있었으니, 바로 아르헨티나 대표팀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마누 지노빌리, 파브리시오 오베르토, 루이스 스콜라를 필두로 한 팀이 혜성처럼 세계 무대에 등장하기 전까지 역사적으로 국제 대회에서 성공을 거둔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2001년 당시 대부분의 아르헨티나 대표팀 선수들은 해외 리그, 주로 유럽에서 뛰기 위해 고향을 떠나 있었습니다. 이는 곧 선수들이 클럽팀 수준에서 쌓은 강력한 경험과 기술이 국가대표팀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크게 놀라움을 안겼던 첫 대회는 2002 FIBA 월드컵이었습니다. 래리 브라운 전 미국 대표팀 감독은 “유럽 팀들, 어쩌면 이탈리아, 러시아, 유고슬라비아보다 우리 팀의 조화가 더 좋았지만 아르헨티나는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건 축구였어요!”
그러나 아르헨티나 농구 대표팀은 그 이전에 한 번도 이르지 못했던 수준에 도달하며 축구 이상으로 기량이 발전되었음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전세계에 잠재력을 알렸을 뿐만 아니라, 예선에서 미국을 꺾으며 역사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전부 NBA 선수들로 이루어진 미국 대표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최초의 팀이 되었던 것입니다.
결승까지 진출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결국 연장전 끝에 패배했지만, 손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금메달에 가까워지면서 미래를 위해 아주 중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혹은 마누 지노빌리의 표현대로 “(아르헨티나에게) 필요했던 충격을 안긴”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최대의 승리
아테네 2004, 아르헨티나에게는 2년 전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무대였습니다.
맨 처음 경기에서 만난 상대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로, 아르헨티나는 2002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유고슬라비아에게 당한 패배를 되갚을 기회를 잡았습니다(2002년에는 유고슬라비아 내에 세르비아-몬테네그로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토록 감정적인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는 마누엘 지노빌리가 마지막 순간에 기록한 득점에 힘입어 1점 차이로 승리했고, 이 득점은 지노빌리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2점슛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조별 예선에서 순항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스페인, 이탈리아에게 패하고 중국, 뉴질랜드에 승리하며 조 3위로 8강에 진출했던 것입니다. 8강에서 아르헨티나는 19,000명의 추가 ‘선수들’이 관중석에서 함께하는 개최국 그리스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홈 어드밴티지도 아르헨티나를 막기에는 부족했고, 아르헨티나는 어렵지 않게 준결승에 올라갔습니다.
그리스를 꺾은 뒤 아르헨티나 로커룸에서는 “내일은 미국을 꺾는다!”는 말이 울려 퍼졌습니다.
하지만 미국에게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현실이 아닌 판타지처럼 보였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월드컵에서 미국에게 이긴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당시 양팀은 메달을 두고 싸웠던 것도 아니었고 올림픽에서 마주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올림픽 지역예선에서는 미국이 아르헨티나를 106-73으로 꺾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가 2002년의 업적을 다시 한 번 이룬다는 데 내기를 거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또한 아테네 올림픽 당시 미국 대표팀은 르브론 제임스, 카멜로 엔서니 등 전원이 NBA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희미하지만 희망도 있었습니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미국이 또 하나의 라틴 아메리카 팀, 푸에르토리코에게 90-71로 패하며 무적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는 모두 NBA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올림픽에서 당한 첫 패배였습니다.
결국 ‘드림 팀’은 1992년 이후 처음으로 금메달을 놓치게 되었습니다. 미국 대표팀에 거물급 선수들이 버티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르헨티나 대표팀에게 유리한 더 큰 이유, 간절한 바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의 경기에서 마누 지노빌리는 29득점으로 경기 최다득점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고, 이에 힘입어 아르헨티나가 89-81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미국전 승리가 아르헨티나 역사상 가장 큰 승리이기는 했지만, 결승전에서도 이겨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이탈리아를 84-69로 꺾으면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키 플레이어들
‘황금세대’로 불리게 된 팀의 DNA에는 팀 내 모든 선수들 사이의 결속력과 우정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들 위로 떠오른 하나의 이름은 바로 마누 지노빌리였습니다.
아테네 2004 당시 지노빌리는 8경기에 출전해 142득점을 기록, 경기당 평균 19.4득점을 올렸고 대회가 막을 내릴 때에는 MVP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지노빌리는 올림픽 농구 역사상 최다득점 순위 6위라는 기록을 남기고 은퇴를 선언했습니다(29경기 523득점).
한편 아테네 2004 당시 아르헨티나 대표팀 내에서 득점 2위를 기록했던 루이스 스콜라는 대회에서 가장 많은 필드골(57)을 터뜨리며 야오밍, 파우 가솔에 앞섰고, 공격 리바운드에서는 팀 던컨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다음은?
아테네 올림픽 이후 4년, 아르헨티나는 베이징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황금세대’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또한 런던 2012에서도 4위로 대회를 마무리하며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현재 2004년 아르헨티나 대표팀 선수들 중 3명만이 아직 프로 선수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월터 에르만은 콜로라는 이름의 지역 팀에서, 카를로스 델피노는 이탈리아 리그의 VL 페사로에서 뛰고 있으며 루이스 스콜라 또한 이탈리아 리그의 팔라카네스트로 바레세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델피노는 여전히 도쿄 2020을 바라보고 있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