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10번의 맞대결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5)와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24)는 대표팀에서 같은 등번호 10번을 달고 있지만, 소속 클럽인 파리 생제르맹에서 각각 30번과 7번을 부여받은 직장 동료이기도 합니다. 메시와 음바페는 대표팀에서 상징적인 등번호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 지금까지 그들이 걸어온 길은 대조적이었습니다.
메시는 11세의 나이에 성장 호르몬 장애 진단을 받고 축구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를 정도의 위기를 겪었지만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스페인의 명문 바르셀로나에 입단했습니다. 클럽 레벨에서 메시가 거둔 성공은 그야말로 '역대 최고'라고 할 정도로 다른 선수들과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발롱도르 7회 수상,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 4회 우승, 스페인 라 리가 10회 우승 등 모두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네요.
그러나 메시는 국가대표팀에서는 그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작년에 열린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올리긴 했지만 월드컵 무대에서는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는데요, 지난 브라질 2014 대회 결승전에서 독일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음에도 대회 최우수 선수상인 골든 볼을 차지하기도 했죠. 이제 그는 월드컵 트로피를 향한 다섯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우승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반면에 음바페는 또래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실력 덕분에 연령별 대표팀에 발탁되고도 월반을 거듭하는 바람에 정작 20세 이하 월드컵 등 세계 무대에서는 활약할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4년 전 처음 출전한 러시아 2018 대회에서 무려 네 골을 몰아넣으며 월드컵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스무살의 나이에 세계 챔피언이 된 것이죠.
첫 번째 승부
메시와 음바페의 유일한 맞대결은 4년 전 러시아에서 벌어졌습니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가 16강에서 맞닥뜨렸는데요, 그 경기는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명승부였습니다.
경기 초반, 음바페의 폭풍같은 질주와 돌파를 저지하려던 아르헨티나가 페널티를 허용했고, '행운의 부적' 앙투안 그리즈만이 가볍게 킥을 성공시키며 프랑스가 앞서나갔습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앙헬 디 마리아**가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터뜨려 동점을 만들면서 양 팀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한 채 하프타임에 들어갔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전 들어 가브리엘 메르카도의 역전골이 터지며 기세를 올렸지만, 곧바로 프랑스의 측면 수비수 벤자민 파바르가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렸습니다. 철저하게 봉쇄당한 메시가 침묵한 가운데 음바페가 두 골을 몰아넣으면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고, 추가 시간에 아르헨티나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한 골을 만회하긴 했지만 경기는 프랑스의 4-3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하며 대표팀을 결승전으로 이끈 메시와 음바페는 똑같이 다섯 골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결승전 결과에 따라 최다 득점자에게 주어지는 '골든 부트'와 최우수 선수상인 '골든 볼'을 나눠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미와 유럽의 대결 구도
브라질이 한국/일본 2002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무려 20년 동안 유럽이 축구계를 지배했습니다. 독일 2006 대회 챔피언은 이탈리아, 남아프리카 2010 대회는 스페인, 브라질 2014 대회는 독일, 러시아 2018 대회는 프랑스였죠.
지금까지 열린 21번의 월드컵에서 유럽 팀이 열두 번, 남미 팀이 아홉 번 우승을 차지했는데요, 그동안 가장 성공적인 국가는 통산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이며 이탈리아와 독일이 각각 네 번 우승컵을 들어올렸죠. 우루과이, 프랑스, 아르헨티나는 두 번씩 우승한 경력이 있고 잉글랜드와 스페인도 한 차례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유럽의 강세가 두드러지지만 결승전에서 이뤄진 남미와 유럽의 맞대결에서는 남미가 7승 3패로 앞서 있습니다.
한편, 남미와 유럽 이외의 대륙에서 결승 진출 팀을 배출한 적은 없는데요, 첫 월드컵이었던 우루과이 1930 대회에서 미국이 4강에 오른 이후 한국/일본 2002 대회에서 대한민국, 이번 카타르 2022 대회에서 모로코가 준결승에 진출한 것이 결승전에 가장 근접한 기록입니다.
올림픽 커넥션
이번 카타르 2022 대회 결승전에 진출한 양 팀에는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는 베이징 2008 대회 남자 축구 우승을 합작했던 리오넬 메시와 앙헬 디 마리아가 건재하고 리우 2016 대회에 출전했던 앙헬 코레아와 헤로니모 룰리, 그리고 도쿄 2020 대회에서 활약한 **알렉시스 맥알리스터**와 티아고 알마다도 당당히 '알비셀레스테'의 일원이 됐습니다.
그 중에서도 메시와 디 마리아는 아르헨티나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과 월드컵 우승을 모두 차지한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이는 대회 초창기였던 1930년대에 우루과이와 이탈리아 선수들 이후 최초의 기록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두 대회 사이에 14년의 시차가 있는 것도 의미가 있죠.
프랑스 대표팀에는 도쿄 2020 대회를 앞두고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던 **란달 콜로 무아니**가 유일하게 이번 대회에서 '레 블뢰'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는데요, 그는 모로코와의 준결승전에서 교체 투입되자마자 승부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뜨리기도 했죠. 만약 프랑스가 이번에 우승한다면 콜로 무아니는 1998년 **로베르 피레스**와 뱅상 캉들라 이후 프랑스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올림피언이 됩니다.
결승전
(모든 시간은 한국 시간)
- 아르헨티나 vs 프랑스: 12월 19일 자정 (월요일 0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