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단독 인터뷰: 긴장감 받아들이기·올림픽 출전의 의미·여자 선수들의 권리
Olympics.com이 한국계 뉴질랜드인 프로 골프 스타 리디아 고와 함께 전 세계에서 최고의 골퍼로 살아가는 법, 항상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법, 2024 파리 올림픽이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인 이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세계랭킹 1위인 리디아 고(한국이름 고보경)는 필드 위에서 탄탄한 스윙을 기반으로 불타오르는 승부욕을 자랑하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단지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실력 좋은 최정상급 골프 선수로서 골프계에서만 영향력이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6살이 되던 해인 2003년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리디아 고는 이제 아이콘으로서 솔직한 직설화법으로 스포츠계에서 여성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는 1년 전 2022 팔로스 베르데스 챔피언 최종 라운드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리디아 고는 자신의 물리치료사를 불러 허리 통증과 뻐근해진 고관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2연속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그는 특별히 큰 부상에 시달린 적이 없기에, 그 '통증'은 생리통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리디아 고는 경기를 마친 뒤 통증에 대해 "'한 달에 한 번 있는 '그날'이었기 때문이죠. 아마도, 저를 지켜 본 여성들은 바로 이해했을 거예요"라고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바로 '그날' 이후 리디아 고는 스포츠계에서 여성들의 생리 기간 생기는 고충에 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5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2023 쉐브론 챔피언십을 앞두고 Olympics.com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제가 지금보다 어렸다면, 아마도 (이런 주제에 관해 대화를 하는 것을) 어려워했겠지만, 지금의 저에겐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이상 곤란한 일이 아니에요. 저 혼자만 이를 겪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굳이 나서서 '저기, 저 생리 기간이에요'라고 말할 필요가 없어지길 바라죠. 단지, 우리가 모두 이러한 신체 변화를 겪는 건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괜찮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프로 골퍼와 대등한 실력의 소유자였던 10대 천재 골프소녀
리디아 고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성공을 이뤄왔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살았던 5살 때 오스트레일리아의 이모집을 방문했고, 그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저희 부모님은 골프 경험이 거의 없었기에, 저는 시작하자마자 바로 프로 골프 코치에게 레슨을 받아서 기본기를 다졌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골프를 정말 좋아했던 게 분명해요. 부모님이 말씀하시길, 필드 위에서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았고, '저랑 시합 한번 하실래요?'라고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골프의 인기를 좀처럼 실감하기 힘들었던 뉴질랜드 출신의 천재 소녀는 순식간에 프로 골퍼들과 견줄만한 수준의 스윙 실력으로 급성장했습니다.
"당시 특히 골프는 뉴질랜드에서 정말 인기있는 종목이 아니었기에, 골프 코스에 가는 것도, 제대로 갖춰진 곳에서 연습하는 것도 어려웠죠. 어린이용 골프화를 파는 곳이 없어서, 부모님께서 운동화에 스파이크를 붙여서 골프화처럼 리폼하셨던 것도 생각나네요."
15살의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LPGA 투어 캐나다 여자 오픈에서 투어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2년 뒤,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습니다.
그는 2015년 9월 프랑스에서 열린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18세 4개월 20일의 나이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최연소 여자 선수가 됐습니다.
역사적인 올림픽 출전
19살의 리디아 고는 이미 19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며, 큰 성공을 거둔 여자골프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뉴질랜드를 대표해 2016 리우 올림픽 대회에 출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의 박인비에 이어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비록 은메달을 차지하긴 했지만, 리우 2016 출전은 저에게 있어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투어에서 매번 조국을 대표하지만, 올림픽에서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스러웠어요. 4년에 한 번 열리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대회에서 조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달라요."
리디아 고는 2021년에 열린 도쿄 2020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의 포스트 올림픽 시즌인 2022년 역시나 대단했습니다. 리디아 고는 5년여만에 세계랭킹 1위에 복귀했습니다.
25살의 리디아 고에게 2013년 프로 전향 이후 계속 정상급 실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골프 슈퍼스타는 항상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신감 있게 자신의 게임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이곤 하죠.
그는 "사람들은 저를 보고 '정말 차분해 보여요, 하나도 긴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요'라고 말하지만, 저도 마지막 18번 홀에서 처음 티 샷을 할 때와 거리에 상관 없이 마지막 승리가 걸린 퍼팅을 할 때는 당연히 긴장하죠"라고 말했습니다.
"어릴 땐 긴장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제가 컨트롤을 잘하지 못해서 생기는 게 긴장감이라고 생각해서였죠. 그러나, 긴장하고 있다는 게 그만큼 저에게 있어서 정말 소중한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지금은 긴장감을 좋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긴장하면서 아드레날린이 나오면, 평소에 연습하면서 했을 때 보다 더 좋은 경기력으로 플레이 할 수 있죠."
리디아 고 또한 수많은 '박세리 키즈' 중 한 명입니다.
"박세리 감독님 같은 선수가 없었다면, 저 같은 선수들도 아마 없었겠죠?"
스포츠계에서 존중받아야 할 여성의 권리
리디아 고는 지난해 5월 2023 쉐브론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TV 인터뷰에서 '그날'이었다며 공개적으로 밝혀, 많은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그는 Olympics.com에 "확실히 부상은 아니라고 알았죠. 전 허리통증을 앓아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인 그날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여성들이 그 기간에 겪는 호르몬 변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마치 이 주제가 '금기어'처럼 됐기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어려워하죠. 그러나 그때 제가 그렇게 말한 건 '그날이 되면, 여러분들 중에서도 많이들 겪으실 거예요. 그러니깐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해도 정말 괜찮아요'라는 느낌으로 말했어요."
리디아 고는 자신이 먼저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다른 선수들, 특히 어린 여자선수들이 그 기간에 부상 당한 척 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이 겪고 있는 것을 말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파리 2024를 향하는 리디아 고: "분명 가장 큰 목표"
그의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은 필드 밖에서도 드러납니다.
리디아 고는 '나와 결혼해 줄래(will you marry me)'를 쓴 골프공을 남자친구에게 주면서 먼저 프러포즈를 했습니다.
"제가 확실히 참을성이 없었죠. 그리고, 한편으로는 '왜 항상 남자가 먼저 프러포즈해야만 하지?'라고도 생각했죠. 항상 남자가 먼저 사귀자고 해야만 하는 등 그런 생각이 떠올랐죠. 전 반지도 아주 심플한 걸로 했어요."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인 정준씨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2022년 인생을 짝까지 만나며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바로 2024 파리 올림픽입니다.
"파리 올림픽은 아마도 앞으로 몇 년 동안 세운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에요. 파리는 아마도 저의 마지막 올림픽이 되지 않을까요? 로스앤젤레스 2028 때까지 현역 생활을 하고 싶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112년 만에 다시 올림픽 종목으로 돌아온 골프에서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딴다면, 정말 꿈 같을 것 같아요… 그리고 모든 색깔의 메달을 땄다고 말할 수 있게 되면 정말 멋지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