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이건: 10년 후에는 스포츠의 성평등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일랜드에 카누 돌풍을 일으킨 제니 이건은 세계 선수권과 유럽 선수권 및 월드컵 메달리스트로 K1 5000m 종목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있습니다. 도쿄 2020은 제니 이건과의 인터뷰에서 물 위에서 자란 어린시절과 내년의 올림픽, 그리고 여성의 스포츠 참여 확대를 위한 활동에서 하고 있는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Jenny Egan

제니 이건은 성평등이란 주제를 놓고 하는 인터뷰는 안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말하기 싫어서는 아닙니다. (이건은 지금 현재로서는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으니까요.) 그리고 이야깃거리가 없어서도 아닙니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건은 이 주제에 대해 확실한 권위자라 할 수 있죠.)

그 이유는 바로 이 이야기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는 날이 와야 사회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합니다.

“10년 후에는 스포츠계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게 되길 바랍니다.”

“인식을 높이기 위해,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그리고 경기 관중을 늘리기 위해 하는 큰 캠페인들이 필요 없어지고, 그냥 그런게 일상이 되는 날이오길 바래요.”

어쩌면 10년 후에는 선수로서의 삶에만 초점을 맞춘 인터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의 경력을 놓고 보면 그건 아마 쉬운 인터뷰가 되겠죠. 그녀는 아일랜드 최초의 카누 스프린트 세계 선수권과 유럽 선수권 메달리스트이자 역시 아일랜드 최초의 카누 스프린트 월드컵 메달리스트니까요. - 남녀를 통틀어서.

그러나, 지금 현재로서는 여성의 스포츠 참여에 대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합니다. 성평등을 위해 필요한 단계이며, 이를 통해 전 세계의 여성 선수들이 기회를 더 얻게 될테니까요.

인지도, 발전을 위한 열쇠

스포츠 아일랜드의 여성 스포츠 운영위원회에 속한 유일한 선수 대표이자 20x20 캠페인(여성이 참가하는 스포츠의 언론 보도와 여성의 스포츠 참여, 여성 스포츠 행사의 관중을 모두 20퍼센트씩 늘리자는 목표의 운동)에 참가하는 20명의 선수들 중 한 명인 이건은 아일랜드 스포츠계의 성평등 운동에서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이건이 생각하는 변화를 만들기 위한 촉매제는 단 한 단어입니다.

인지.

문이 열리기를 바란다면 문을 여는 사람의 눈에 일단 보여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다음 세대의 선수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여성 스포츠인들이 대중의 눈에 많이 보여 질 필요가 있죠.

“저는 우리 스포츠의 홍보대사로서도 항상 이야기합니다. 모든 종류의 방법을 통해 기회를 잡아야 하고, 우리의 스포츠를 대중들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요.”

“인지도는 다음 세대 선수들의 선택을 돕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회와 결과를 모두에게 알리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이건은 대중들이 선수들을 알아보고, 선수의 커리어 내내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여성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경기 결과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보죠.

“어린 소년이나 소녀가 저나 다른 남녀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내는 것을 보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와 저 사람이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제가 그냥 보통의 사람일 뿐이고, 내가 이뤄낸 것은 노력하면 누구라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서요.”

물론, 스포츠의 세상에 선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건은 감독부터 의사 결정권자까지 공정한 여성의 참여를 보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스포츠의 모든 분야에서 활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스포츠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스포츠계의 리더로서 모습을 보여야 하고 스포츠에서 여성 코치들이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선수가 되는 것만이 스포츠에 몸담는 방법은 아닙니다. 코치가 될 수도 있고, 팀의 경영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협회의 수장이 되고 싶어 할 수도 있죠.”

“중요한 것은 스포츠계의 모든 곳에 여성들의 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일입니다.”

물에서 태어나다

이건이 정상으로 오르는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보통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인생 내내 카누를 해왔어요. 따라서 제가 이뤄낸 것들은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닙니다.”

“사람들은 생각하겠죠. ‘와, 정말 잘하네’ 그러나, 그 자리까지 가는데는 긴 여정이 필요했습니다. 정말 멋진 여정이 되어오고 있어요.”

사실 이건은 태어나기 전부터 강 위에 있었습니다. 이건의 어머니 역시 카누 선수였고, 이건을 임신했을 때도 물 위에서 카누를 탔으니까요.

“임신했을 때도 엄마는 저와 함께 훈련을 했습니다. 33년이나 34년쯤 전이었을 거예요.”

“엄마도 아일랜드 대표로 몇몇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확실히 그 당시에는 선구자였죠. 그때는 세상이 완전히 달랐으니까.”

이건은 세 살 때 처음으로 자기 보트에 앉았고, 8살때는 잉글랜드 노팅엄에서 첫 경주를 경험합니다. 십대 때는 U14 영국 내셔널 스프린트와 마라톤 챔피언이 되었고, 곧 선수로서의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종목보다 카누에 집중하겠다고 결정하죠.

카누에 집중하자마자 성공이 찾아왔지만, 실망 역시 함께 왔습니다. 2012 런던 올림픽 출전은 등수 1등 차이로 놓쳤고 2016 리우 올림픽도 컷을 통과하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은 목표 달성을 위해 이런 실망감들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느낍니다.

“스포츠에서는 성공보다 훨씬 더 많은 실망을 경험하게 됩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런 실망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해요.”

도쿄 올림픽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건은 2019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국제 카누 연맹 시니어 카누 스프린트 월드컵에서 두 개의 메달을 따냈고, 민스크에서 열린 유러피언 게임에서는 4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의 연기로 인해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이건의 열망은 잠시 멈춰야 했습니다.

하지만 성평등의 홍보 대사로서 이건이 하는 일은 멈춤 없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모성 보호 정책과 그 이후

최근에 스포츠 아일랜드는 성평등에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건도 스포츠 아일랜드가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다 평가하죠.

“협회에 대해서는 칭찬의 말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대단해요. 아일랜드에서 여성을 위한 스포츠는 큰 발전을 이뤄냈고, 이제는 이 모멘텀을 쭉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발전 중 한 가지는 모성 보호 정책으로, 스포츠 아일랜드는 임신한 선수들을 12개월동안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이 정책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이건도 정말 자랑스러워하는 일입니다.

“이제 수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다시 대회로 복귀해 전보다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는 모습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보다 더 뛰어난 수준으로 올라가요. 이 사실이 주는 긍정성의 효과는 정말 엄청납니다.”

“스포츠 아일랜드가 임신 기간 동안 이 선수들을 지원하고, 출산 이후에는 대회 복귀에 대한 지원을 해준다는 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이런 지원은 선수들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스포츠 아일랜드가 성평등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헌신의 또 한가지 예는 선수 개인을 위한 지원에 있습니다.

“각 종목 내에서 선수들이 지원받는 금액은 똑같습니다. 놀랍죠. 또한 남녀 선수들 모두가 동등한 대우를 받습니다. 개인 선수로 똑 같은 세계 선수권에 출전하고, 똑 같은 유럽 선수권, 똑 같은 월드컵에 출전하니까요.”

역대 최고의 성별 균형을 달성한 올림픽

이건은 아직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내년 올림픽, 참가 선수 중 여성이 48.8%로 역대 최고의 성별 균형을 달성한 도쿄 2020에서 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죠. 

“2020 도쿄 올림픽 참가가 정말 멋진 이유입니다. 역사상 가장 성별 균형이 맞춰진 올림픽이 되니까요.”

“매 4년마다 올림픽이 찾아올 때는 정말 대단합니다. 사람들은 선수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모두가 올림픽을 사랑해요.”

도쿄 2020이 성평등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예정이지만, 이건은 이런 변화가 대회 하나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놀랍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는 변화들이 4년마다가 아닌, 매년 있어줘야 합니다.”

“성평등이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진 일이 아니란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야 하니까요.”

이건은 또한 카누잉 아일랜드, 스포츠 아일랜드, 아일랜드 올림픽 협회, 그리고 샐먼 리프 카누 클럽의 꾸준한 지원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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