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브레이크 댄스라고 더 잘 알려진 춤의 장르가 **파리 2024**에서 **브레이킹**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습니다.
브레이킹은 1970년대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 지역에서 유래했습니다. '비보이(B-boy)'와 '비걸(B-girl)'의 '비'는 '브레이크'를 의미하며, 가사가 끝나고 악기 연주만 나오는 보컬 섹션 사이의 간주(인스트루멘탈 브레이크)의 비트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하며 붙은 명칭입니다.
이 종목은 두 명의 댄서들이 일대일 대결을 하는 방식으로 경기가 실시됩니다. 한 명이 자신의 공연을 선보이고, 상대 선수가 바로 자신의 춤으로 상대방의 도전에 답을 주게 됩니다. 다섯 명의 심사위원은 창의성, 개성, 기술, 다양성, 수행력, 음악성 등 총 6가지 기준에 따라 채점합니다.
초대 브레이킹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열린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이 주최·주관한 '브레이킹K 시리즈 1,2차전'을 치른 뒤, 상위 16명의 댄서들이 지난 11월 파이널전에서 치열한 배틀 끝에 남녀 2명씩 총 4명이 최종 선발됐습니다.
Olympics.com이 지금부터 대한민국 대표 브레이커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초대 대표팀 감독에 대한민국 1.5세대 비보이 조성국이 선임됐습니다. 조성국은 1998년 1세대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메인 댄서 이주노를 보고 꿈을 키운 비보이입니다.
그는 2002년 결성된 라스트포원과 함께 이듬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 첫 출전을 했으며, 주요대회인 2004년 유케이비보이챔피언쉽 우승을 시작으로 독일의 2005년 배틀오브더이어 등 2000년대 초반 'K-비보이'의 저력을 알리는 데 힘썼습니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출범한 국가대표 팀을 이끌고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항저우 2022 아시안게임에서 초대 챔피언 자리를 노립니다.
"그동안 비주류로 여겨졌던 비보이 문화가 스포츠로 첫 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순간에 초대 감독으로 함께 하게 돼 영광스럽고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조성국, 전라일보)
Yell: 2018 청소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김예리는 현 브레이킹 국가대표 팀 멤버 중 가장 잘 알려진 선수입니다. 아마 지난해 대한민국에 댄스 열풍을 일으킨 댄스 경연 프로그램 '스트리트우먼파이터터'(이하 '스우파')를 봤다면 댄스크루 'YGX'의 'Yell'(옐)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바로 김예리의 비걸명입니다. 국내 팬들에겐 '스우파'로 친숙해졌지만, 사실 22살의 그녀는 4년 전 국내 브레이커들 중 가장 먼저 '팀 코리아(Team Korea)'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2018 청소년올림픽에서 전 세계 십대 춤꾼들을 제압하고 동메달을 거머줬습니다.
대한민국의 비걸 인구는 30여 명 정도이며, 중학교 2학년시절 브레이킹에 입문한 김예리는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뿐만 아니라 한국 비걸의 저력을 보여주며 선구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옐은 자신을 '리미트리스 아티스트'(한계 없는 아티스트)라고 부릅니다. 그녀는 사실 청각장애 4급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보청기를 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춤추는 도중 보청기가 떨어질 수 있어서 초소형 삽입형으로 바꿨어요. 대회 도중 전자기타의 웽웽 소리만 난 적도 있어요. 음악이 안 들릴 땐 상대 동작을 보며 박자를 맞추고, 속으로 '원, 투'를 반복하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춤사랑 앞에선 그 어떤 것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꿈은 유망주일 때 땄던 메달 색깔을 2년 뒤 파리에서 금메달로 바꾸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내 장애에 관심을 갖지만, 나는 장애가 인생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거나 말한 적이 없어요." (옐, 중아일보)
Freshbella: '비걸'로 다시 태어난 전직 피겨요정
전지예는 피겨스케이팅에 입문하며 빙판 위에서 춤을 먼저 시작했지만, 중학교 3학년 때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그만뒀습니다. 그녀는 스케이팅 부츠를 벗고 시작한 춤은 방송댄스였지만, 격렬한 피겨스케이팅을 해온 그녀를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우연히 브레이크 댄스를 접했고, 역동적인 동작에 도전하는 매력에 빠지며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15년 본격적으로 브레이킹에 전념했습니다.
그녀는 하루 평균 6시간 정도 연습에 매진하며 급성장했습니다. 전지예는 '브레이킹K 1차전'을 우승하며 간판 김예리를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브레이킹K 파이널전'에서 김예리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남은 국가대표 자리를 거머줬습니다.
전지예의 목표는 모든 국가대표들과 마찬가지로 파리 2024 올림픽 무대 진출입니다. 그녀는 2019년 배틀인파리 대회에서 톱4에 들며, 올림픽 개최 도시에서 좋은 성적과 기운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전북도민일보에 "(파리 2024에서) 나의 춤이 그리고 나의 열정과 노력이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보이지 않는 한계와 부딪혀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전지예의 비걸명은 신선함이라는 영어 단어 '프레시'와 아름다움이라는 라틴어 '벨라'를 조합한 'Freshbella'(프레시벨라)로, 첫 스승이 지어준 이름입니다. 신선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그녀의 춤이 얼마나 더 많은 전 세계 팬들을 매료시킬지 기대됩니다.
Leon: 꺼져가는 불씨를 불태워 국가대표 승선
29살의 김종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린이 날 우연히 본 한 공연에 마음을 빼앗겨 브레이킹에 입문했습니다.
그는 유튜브채널 '썸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그때는 뭔지도 몰랐어요. 물구나무 서서 막 다리를 이렇게 튕기고 하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텀블링도 하고. 그래서 집에 가서 (세 살 위의) 친형에게 물어봤어요. 너무 멋있는 공연을 봤는데 뭔지는 모르지만 나도 배워보고 싶다고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형이 알려줬어요. 그건 ‘비보이’라는 거라고요."
비보이명 'Leon'(레온)은 브레이킹 크루 '퓨전엠씨'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의 시그니처 기술은 음악을 틀면서 하는 브라질 무슬 카포에라를 브레이킹 동작에 접목시킨 것입니다.
베테랑 레온은 춤의 길을 걸어온 지 17년이 됐지만, 이번 대표팀 선발전이었던 '브레이킹K'의 1차전부터 파이널까지 그의 브레이커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대회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1차전에서 자신이 만족할 만한 공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8강전에서 함께 국가대표로 발탁된 최승빈(비보이명 헤디)에게 완패하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설 수 있는 무대가 없어지며, 진지하게 브레이킹계를 떠날 생각을 했던 지난해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레온은 이번 선발전에서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불태우는 마음"으로 2차전을 준우승으로 만회했고, 결국 파이널전에서 허리부상을 이겨내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는 썸타임즈에 "부모님께서도 제가 세계 대회에서 50번 정도 우승을 했을 때보다도 국가대표가 된 걸 더 좋아하셨어요,"라고 말하며 다시 한번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제가 비보이 레온이 아닌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더 노력해서 앞으로 좋은 성적을 거둬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레온, 코리아헤럴드)
Heady: 환갑 때까지 브레이커의 삶 목표
최승빈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브레이킹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YTN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반 친구가 '프리즈'(freeze: 물구나무 선 상태로 몇초간 정지하는 동작)를 하는 걸 봤는데, 멋있다가 아니라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허세 아닌 허세를 부리며 바로 따라 했죠,"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비보이명은 'Heady'(헤디)입니다. 1993년생인 그는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실용무용예술계열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쳐왔지만, 올해 초대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 진천선수촌에서 연습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며 현역 선수 생활에 집중합니다.
"저는 아마 30대 중반쯤이 제 최전성기라고 생각해요. 좀 더 노련함이 생기고 더 다양한 춤을 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환갑 때까지 에어트랩(물구나무선 채 두 손을 바닥에 번갈아 짚으며 회전하는 동작)을 치는게 제 목표에요."
헤디의 시그니처 기술은 직접 이름을 붙인 '교통사고'라는 동작(위의 인스타그램 참고)이며, 이 기술로 항저우 2022 초대 금메달리스트 자리를 노립니다.
"한국인이 아니어도 무조건 한국인을 레전드로 꼽을 만한 선배님들이 진짜 많아요. 전 세계 어디를 가던 한국인이라고 하면 한국에 있는 제가 존경했던 비보이들을 나열해요…브레이킹이 유행하는 시기가 '왔다, 갔다'하는 것 같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이제 올림픽을 통해서 (브레이킹의 유행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헤디, YTN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