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5종은 올림픽에서 가장 매력적인 종목 중 하나입니다. 다섯 가지 스포츠가 결합된 종목이란 것뿐만 아니라 이 다섯 종목이 서로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펜싱(에페), 수영(200m 자유형), 승마(장애물), 사격과 달리기(복합) – 이 종목의 정상에 오르려 한다면, 어떠한 약점도 있어서는 안됩니다.
“올림픽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스포츠에서 최고가 되어야 합니다. 현대의 근대5종에서는 약점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 이것은 2016 리우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엘로디 끌루벨의 말입니다. 2016년에 역대 최연소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2019년에 다시 그 자리를 차지했던 남자친구 발렝탕 베로와 함께 도쿄 2020의 새로운 골든 커플로 등극할 수 있는 선수죠. 5년간 함께해온 두 사람은 세계 최고의 근대5종 선수 자리를 유지하려 합니다.
두 사람은 tokyo2020.org와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자신들의 종목에 대해, 그리고 열정과 현재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현재 이 커플은 이동제한 조치에 따라 임시로 프랑스의 시골에 살고 있으며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올림픽 준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적응의 50가지 그림자
프랑스 랑드의 COVID-19 확산을 피해온 두 사람은 올림픽 준비를 이어가기 위해 빌린 큰 집에 머무르고 있으며 현 상황에 대해 이렇게 전합니다.
발렝탕 베로: “이동제한 조치에 대해 듣자 마자 행동에 들어갔습니다. 협회가 지원을 해 주고 있으며 여기서는 사격, 펜싱, 달리기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영이나 말을 탈 수는 없어요.”
두 종목의 훈련이 빠졌다는 것은 근대5종 선수로서 상당한 문제이지만 두 사람은 이 상황에도 적응했습니다. 두 사람이 설명하듯 근대5종에서는 "계속해서 상황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것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냥 적응한 것이죠.
근대5종에서 적응은 아주 중요합니다. 올림픽에서는 1일차에 펜싱 랭킹 라운드가 치러지고 펜싱 보너스 라운드를 포함한 나머지 종목들은 2일차에 모두 완료됩니다. 선수들은 6시간 내로 다섯 종목에서 강도높은 경쟁을 펼쳐야 하죠. 각 종목은 서로 다른 기술들을 요하며 테크닉, 전술, 정신력, 지능, 피지컬 등이 모두 필요합니다.
탑 레벨에 도달하기 위한 주간 일정은 멀티스포츠 훈련 캠프의 일정과 닮아 있지만, 훈련 캠프처럼 여름의 한 주 동안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매주 이렇게 한다는 것이 다릅니다. 발렝탕과 엘로디의 1주일 훈련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매일 오전: 수영. 수영 다음에는 펜싱이나 사격
- 매일 오후: 달리기 혹은 달리기와 사격 복합
- 1주 2회: 승마
달리기, 수영, 사격 세션을 매일 하고 싶습니다.
팀에 적응하라
자신의 종목에서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사항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발렝탕과 엘로디도 잘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고, 이 때문에 스포츠 코치 이외에도 정신력 강화를 위한 심리학자와 댄스 코치를 두고 있습니다. 네, 댄스 코치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브레이크댄스 종목 출전을 노리는 건 아니지만(아마도?), 댄스 코치는 두 사람의 동작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이라고 합니다.
발렝탕 베로: “댄스 코치 덕분에 모든 움직임과 자세에서 에너지를 아낄 수 있습니다. 훈련을 열심히 하고 아주 많이 발전하는 것은 모든 선수들이 다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훈련으로 그보다 좀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필요 없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으로요.”
다른 누군가에게 적응하라
근대5종만이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성공이 자신에게만 달린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올림픽의 다른 복합 종목인 트라이애슬론과 10종경기와는 다르게요.
근대5종의 펜싱에서는 다른 누군가를 상대로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35명이나 됩니다. 모든 선수들이 “서든 데스” 형식으로 다른 모든 선수들과 경기를 치러야 합니다. 적응이라고 말했나요?
엘로디 끌루벨: “누군가를 상대로 대결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스포츠입니다. 상대를 터치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위치로 상대를 이끌어야만 하죠.”
그 다음에는 말과 씨름해야 합니다. 그것도 자기 말이 아니라 처음 보는 말이죠. 근대5종 선수들은 승마 종목 경기 시작 20분 전에 자신이 탈 말과 만나게 됩니다. 적응의 또 다른 정의라 할까요...
자신에게 적응하라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갑자기 “나는 근대5종을 하고싶어”라고 하는 걸까요? 어느날 갑자기는 아니지만 계기는 당연히 나타나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발렝탕 베로에게는 활동 과잉의 문제에 더해 어느 정도 현실적인 부분이 작용했다고 하네요.
“저는 유도, 탁구, 클라이밍, 달리기 등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부모님은 제가 하나를 선택해주길 바랬어요. 왜냐면 그 모든 곳에 저를 데려다 주는 일이 현실적이지가 않았으니까. 문제는 제가 고를 수 없었다는 겁니다. 저는 활동 과잉인 사람이고, 아주 많은 것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따라서 8살 때 근대5종을 골랐습니다. 풍부한 종목이며 정말 좋았죠. 오후에만 세 가지 종목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도 저와 마찬가지로 근대5종을 사랑했습니다!”
엘로디 끌루벨에게는 “근대5종의 부름” 같은 일이었다고 합니다. 끌루벨은 정상급 수영 선수였고 프랑스의 유명한 수영 코치, 필립 루카스의 지도를 받았었죠. 하지만 2008 베이징 올림픽 출전에 실패한 뒤 “언제나 올림픽 챔피언이 되는 것을 꿈꾸던” 클루벨은 19살의 나이로 프랑스 근대5종협회의 부름에 답하게 됩니다. 그리고 말을 어떻게 타는지, 칼은 어떻게 휘두르는지, 총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전혀 몰랐지만 훈련을 이어갔으며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낼 수 있었죠. '적응' 이라고 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