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높이뛰기 국가대표 진민섭에 대해 알아야 할 다섯 가지

진민섭은 장대높이뛰기에서 한국 신기록을 8차례나 경신한 대표 선수입니다. 도쿄 올림픽 결선 진출과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진민섭에 대해 알아야 할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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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Getty Images)

빌린 장대로 최고 기록을 쓰다

진민섭은 2020년 3월 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에서 열린 뱅크타운 장대높이뛰기 대회에서 5m80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진민섭이 사용한 장대는 자신의 장대가 아니었습니다. 대회가 열린 호주 시드니 공항 수하물 처리 규정문제로 5m20cm인 장대를 비행기에 실을 수 없었고, 국가대표의 장비를 수송하기 위해 항공사 임원까지 나섰지만 일반 화물 컨테이너에 실리지 않는 장대는 자동화 물류 설비 시스템으로는 취급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장대높이뛰기의 장대는 선수에 따라 그 길이와 탄력의 차이가 큽니다. 장대가 길수록, 탄성이 클수록 높이 뛰는 데에 유리하지만, 요구되는 힘이 더 많고 필요한 기술도 다릅니다. 즉, 사용하던 장대가 아니라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습니다.

사용하던 장대와 비슷한 장대는 김도균 코치와 인연이 있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티븐 후커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98년에 만들어져 오래된 장대였고, 그는 시드니와 1,500km 이상 떨어진 노스애들레이드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김도균 코치가 50여 시간을 운전하여 장대를 받아왔습니다.

결국, 진민섭은 빌린 장대를 이용하여 5m80을 넘어 자신의 최고 기록을 썼습니다. 그가 세운5m80은 도쿄 올림픽 기준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이었습니다.

한국 육상의 기대주

진민섭은 부산에서 태어나 사상초-사상중-부산사대부고를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장대높이뛰기 선수는 아니었고, 초등학교 때에는 멀리뛰기를 하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장대높이뛰기에 전념하게 된 케이스로, 2008년 제36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육상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년 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9년에는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6회 세계청소년육상경기대회에서 5m15로 1위에 올라 세계 무대에도 자신의 이름을 알렸습니다. 한국 선수가 세계육상연맹이 주최한 종합 육상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진민섭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진민섭은 한국 육상의 기대주이자 희망으로 떠올랐습니다. 금메달을 획득과 함께 대한육상연맹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며 2010년부터는 우크라이나 출신 아르카디 시크비라 코치와 러시아 유학파인 정범철 코치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시크비라 코치는 장대높이뛰기의 전설 중 한 명인 세르게이 붑카를 지도한 경험이 있습니다.

2010년부터 전국체전 3연패를 달성하고, 2012년에는 개인 최고 기록인 5m51를 넘은 진민섭은 2013년부터 한국 신기록을 꾸준히 깨뜨리며 한국 장대높이뛰기의 일인자로 자리를 굳히게 됩니다.

8번 경신한 한국 신기록

진민섭은 8번이나 한국 장대높이뛰기 신기록을 경신했습니다. 2013년 5월 28일 대만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5m64로 2006년 김유석이 세운 5m63를 7년 만에 경신하며 개인 첫 한국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첫 기록 이후 2014년 5월 17일 부산국제장대높이뛰기 대회에서 5m65로 1년 만에 1cm을 더 뛰며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그 후 4년간 기록 경신 행진을 멈췄다가 2018년에 두 차례 기록을 경신합니다. 2018년 6월 27일 정선에서 열린 제72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결승에서 5m66으로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한 달 뒤인 7월 20일 경북 예천에서 제16회 전국중·고등학교육상경기선수권대회 번외 경기에 참가하여 5m67로 자신의 기록을 1cm 높인 것입니다.

4년 만에 신기록을 달성한 진민섭은 2019년에 그 기세를 더욱 올렸습니다. 2019년 5월 3일 제48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5m71를 넘었고, 5m71은 2019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준기록으로 한국 신기록 수립과 세계선수권 출전권 획득을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이어 6월 25일 제73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5m72로 한 달 만에 기록을 다시 경신한데 더해, 8월 6일 태백에서 개최된 전국실업육상대회에서 5m75를 넘으며 2019년에만 세 차례나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2020년 3월, 호주에서 5m80으로 자신의 8번째 한국 신기록을 작성합니다.

아시안게임의 아쉬움

진민섭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5m45로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중국의 양양성도 진민섭과 같은 5m45를 넘었지만 시기 수가 더 많아 4위로 밀렸고, 금메달은 아시아 최강자로 꼽히던 중국의 쉐창루이에게 돌아갔습니다. 쉐창루이와 은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사와노 다이치는 같은 5m55를 넘었습니다. 둘 다 1차 시기에 5m55를 넘었으나 무효가 더 적은 쉐창루이가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5m45를 한 번에 넘은 진민섭은 5m55를 1차 시기에 넘지 못하자 바로 자신이 보유한 한국 신기록인 5m65에 도전했습니다. 이미 쉐창루이와 다이치가 1차 시기에 5m55를 넘었기 때문에 같은 5m55를 넘어도 시기 수에서 밀려 금메달을 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자신의 기록에 도전했지만, 그러나 2~3차 시기에 연이어 실패하며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진민섭은 5월 부산에서 런던올림픽 4위를 차지한 영국의 스티븐 루이스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대회 직전인 7월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친선 육상경기대회에서도 타이기록을 세우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아시안게임 목표도 5m70이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내리는 빗속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아쉬운 성적을 받았습니다. 진민섭은 대회를 앞두고 4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두 차례나 경신하며 좋은 컨디션을 보였지만, 대회에서는 허벅지 부상의 여파로 5위에 머물렀습니다. 진민섭은 결선에서 13명 중 가장 높은 5m40으로 경기를 시작했으나, 1, 2차 시기에서 모두 바를 건드리며 실격 위기에 처했습니다. 다행히도 3차 시기에서 5m40을 넘으며 다시 기회를 얻었고, 이어 5m50을 건너뛰고 5m60에 도전했으나 세 번 모두 실패하였습니다.

금메달은 5m70으로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세운 일본의 야마모토 세이토가 차지했습니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5m50을 넘은 중국의 야오제와 태국의 팟사폼 아삼 앙에게 돌아갔습니다. 5m40을 2차 시기에 넘은 카자흐스탄의 세르게이 그리고르예프가 4위를 차지했고 3차 시기에 넘은 진민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후사인 아심 알 히잠이 5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 장대높이뛰기의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은 1988년 김철균과 2010년 김유석이 달성한 은메달입니다.

목표는 도쿄 올림픽 메달권

아시안게임에서 아쉬움이 크지만 진민섭은 계속 도전합니다. 지난해 3월 진민섭이 기록한 5m80은 당시 시즌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세계 정상권과의 격차는 큽니다. 상위 12명이 출전하는 도쿄 올림픽 결선 진출을 위해 예상되는 기준은 5m81입니다. 현재 자신의 최고 기록을 넘어야 달성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10cm만 더 올리면 충분히 메달을 노릴 수 있습니다. 세계 신기록은 지난해 9월 로마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스웨덴의 아르망 뒤플랑티스가 세운 6m15로, 뒤플랑티스는 26년 만에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습니다. 현역 기록 2위는 미국의 샘 켄드릭스의 6m02이고 3위는 제이콥 우든의 5m90입니다. 또한, 2016 리우 올림픽 동메달도 5m85였습니다.

진민섭의 목표도 올림픽 메달을 노릴 수 있는 기록인 5m90입니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민섭은 “지난해까지 나는 5m75∼80을 뛰는 선수였다. 평균 기록을 5m80 이상으로 높이고, 최고 5m90까지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고 도쿄에 입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민섭은 2019년 처음으로 5m70을 돌파했고, 10개월 만에 자신의 기록을 10cm나 늘린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매년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진민섭은 2021년에도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합니다.

만약 진민섭이 도쿄에서 시상대에 선다면, 한국 육상 트랙&필드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진민섭은 5m90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하여 체력과 스피드를 올리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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