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5종 전웅태 인터뷰: "외줄타기하듯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성공할 수 없죠"
"제 생각에는 근대5종이라는 종목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재능을 부여받은 사람은 없어요. 이 종목은 정말 정직하게 내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있죠." (한국 근대5종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 전웅태, Olympics.com)
올림픽 모토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종목 하나를 꼽자면 바로 근대5종이지 않을까요?
근대5종은 펜싱(에페)을 시작으로 승마(장애물), 수영,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이저 런(육상+사격) 등 5가지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균형 있게 발휘해야 하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까다로운 종목입니다.
도쿄 2020 동메달리스트 전웅태는 근대5종 선수의 삶을 "진짜 외줄타기를 하는 느낌이에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성공할 수 없죠"라고 설명합니다.
승마장이 갖춰진 문경에서 하루하루 훈련에 몰두하고 있는 전웅태가 Olympics.com과 함께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꿈꾸며 베르사유 궁전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날 2024 파리 올림픽 대회를 향한 기대감, 가장 좋아하는 종목, 원동력, 라이벌 등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파리 2024: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
전웅태는 서울체중 진학 후 근대5종을 시작했고, 그해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남동훈의 경기를 TV로 봤습니다. 남동훈은 남자부에 출전해 36명 중 28위를 기록했으며,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이춘헌은 33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때 '나도 언젠가 나갈 수 있겠지?' 뭐 이런 생각으로 운동했던 것 같아요." (전웅태)
전웅태는 이후 리우 2016를 거쳐 도쿄 2020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근대5종 최초로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그는 "리우 때는 제가 너무 어렸어요. 끝나고 나서도 마음고생도 많이 했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전웅태는 2016년 3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던 국제근대5종연맹(UIPM)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메달 후보로 급부상한 신예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5개월 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19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제 장점 중에 하나는 단순함이에요. 그게 제 무기인 것 같아요. 한 경기에 너무 빠져있지 않아요. 앞에 경기에서 아니면 앞에 훈련에서 뭐가 잘 안되더라도 그거에 대해서 금방 잊어버리고, 다음 거에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이 있어요. 그렇기에 5년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2021년, 도쿄 2020 폐회식이 열리기 하루 전날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팀 코리아에 마지막 메달을 선사했습니다.
메달을 딴 이후 여러 인터뷰를 통해 말했었는데요, 여전히 이 올림픽 메달은 제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운이 좋아서 당첨된 것뿐이지, 사실 그 전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근대5종 선수가 대회 때마다 메달을 따려고 정말 많이 노력해 왔어요. (전웅태, Olympics.com)
그리고 전웅태는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이자 근대5종을 스톡홀름 1912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시킨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나라에서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파리 올림픽은 근대5종 선수로서 정말 많은 의미가 담긴 대회에요. 개인적으로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에요. 제가 그런 자리에 초대를 받는다는 것 자체도 너무 큰 영광이고요."
"다들 머릿속에서 '행복회로'를 돌리잖아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메달도 따본 사람이 따는 거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하루하루 치열한 훈련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전웅태는 이어서 "또 무관중이었던 도쿄 올림픽과 달리 대한민국 국민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오시잖아요. 베르사유 궁전에서 근대5종이 얼마나 멋진 종목인지 보여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파리 2024는 '완전히 개방된 대회'라는 슬로건 아래 올림픽 최초로 경기장이 아닌 센강에서 최대 규모로 개회식이 열리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전 세계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을 예고했습니다.
저도 이번 대회를 그냥 올림픽을 사랑하는 한 명으로써 축제를 제대로 즐기고 싶어요. 그럴려면, 일단 제 장기자랑도 또 멋지게 해내야겠죠? (전웅태, Olympics.com)
5가지 중 '최애' 종목은?
전웅태는 먼저 가장 중요한 종목을 굳이 한 가지 꼽자면 '펜싱'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한 스포츠 과학 연구원의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요, 근대5종에서 메달을 결정하는데 펜싱 성적이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도 그렇게 느껴요"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해 놓아야 나머지 종목에서 메달 경쟁을 펼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전웅태는 절친이자 한국 최초 에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상영에게도 많은 조언을 구한다고 합니다.
"상영이가 진짜 귀찮을 정도로 많은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 같아요 (웃음)."
그렇다면 전웅태가 가장 좋아하는 종목은 무엇일까요?
"지금도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굉장히 좋아해서 그런지 동물들과 같이하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승마예요. 말들이랑 교감하면서 장애물도 같이 뛰고, 끝나면 함께 기쁨을 나눌 수도 있고요."
승마 종목에서는 타야 할 말이 무작위로 선정되기에 말과의 교감이 핵심입니다. 한국 근대5종 국가대표 선수들은 진천선수촌이 아닌 승마장이 있는 문경에서 훈련합니다.
"여기 문경 선수촌 안에 말이 20필 정도 되거든요. 저희는 그 말들을 매일 바꿔서 타요. 물론, 이제는 모든 말들이 저희를 알아보긴 하는데요, 그래도 매일매일 각 말의 컨디션이 다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다루는 노하우를 익히죠."
견제 받는 메달리스트의 위치: 원동력
전웅태는 도쿄 2020 대회에서 메달 획득 후 여전히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2 UIPM 월드컵 시즌 남자 개인전에서 2개의 금메달을, 2023 시즌에는 금메달과 은메달 1개씩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 중화인민공화국 항저우에서 열린 제19회 아시안게임 남자 개인전에서 2연패를 달성하고, 팀 코리아에 파리 2024 출전권을 안겨줬습니다.
전웅태를 주축으로 신예 서창완, 이지훈 등도 시상대에 오르며, 어느덧 한국은 근대5종 강국으로 성장해 견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도쿄 올림픽에서 4위를 기록했던 대표팀 맏형 정진화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았습니다.
전웅태는 이런 상황이 자신에게 더 많은 동기부여를 준다고 말합니다.
"아무래도 올림픽 메달리스트이다 보니깐 견제도 하면서, 이제는 제가 하는 것들을 많이 물어보기도 해요. 아니면, 몰래 곁눈질로 보고, 따라하거나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런 상황이 좋아요. 제가 한눈팔지 않고, 제 위치를 지키기 위해 더 운동만 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 같더라고요. 또, 제가 관심을 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반대로,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전웅태가 견제하는 상대는 누구일까요?
그는 라이벌 중 한 명으로 1995년생 동갑내기이자 현 올림픽 챔피언인 영국의 조셉 충을 꼽았습니다.
조셉 충은 2022년과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개인전에서 2연패를 차지하며, 파리 2024에서도 또 한 번 금메달을 차지할 유력한 후보이기도 합니다.
"유스 때부터 같이 뛰었던 친구인데요, 정말 잘해요. 잘하는 어린 선수들도 치고 올라 오지만, 조셉이랑 함께 도쿄 때부터 계속 함께 경기할 수 있어서 감사하기도 해요."
올해는 전웅태와 조셉 충이 마스크를 벗고 베르사유 궁전에 설치된 시상대 위에 함께 서있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국가올림픽위원회(NOC)만이 각국을 대표하여 올림픽에 참가할 권한이 있기에, 각 NOC의 선발 기준에 따라서 파리 2024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선발해 선수단이 구성됩니다. 자세히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