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게이블: ‘최고의 패럴림픽이 될 거예요’
휠체어농구 선수로서의 훌륭한 커리어와 박사과정에 더해 도쿄 2020에서 캐나다 대표팀이 왕좌를 되찾도록 돕겠다는 목표까지, 에리카 게이블에게는 할 일이 많습니다.
캐나다는 1992년에서 2000년 사이에 패럴림픽 금메달을 3회 연속으로 차지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했습니다. 1994년부터 2006년까지는 4차례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죠.
연승 행진을 이어가던 캐나다 대표팀이지만, 마지막으로 패럴림픽 메달을 손에 넣었던 대회는 아테네 2004였습니다. 리우 2016에서는 메달권에 근접하기는 했지만 최종 순위 5위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하지만, 에리카 게이블은 현재 캐나다 대표팀이 과거의 패럴림픽 영광을 되찾을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게이블은 지난 2014년부터 캐나다 대표팀에 몸담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캐나다는 메달을 딸 가능성이 확실히 있습니다.”
“훈련하고 다듬어나가는 데 완전히 집중할 수 있다면,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결과를 걱정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모두들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캐나다 대표팀이라면 실제 결과로 보여줄 수 있는 팀입니다. 2014년에는 세계선수권대회 왕좌를 뺏긴 지 8년만에 다시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고, 2019년 리마 파라팬암게임에서는 라이벌 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며 도쿄 2020 출전권을 확보했습니다.
“국가대표팀 경기에는 언제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되풀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90년대 초반이나 2000년대 초반에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경기를 하고 호흡도 정말 잘 맞았던 선수들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었는데, 그 선수들이 은퇴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비슷한 또래의 선수들이 또 한 번 밀려들어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같이 경기하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의 일부예요.”
이는 게이블에게 캐나다 대표팀이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의미가 됩니다.
“분명히 메달을 딸 거예요. 지난 여름에도 정상급 팀들을 많이 상대했는데, 중국을 제외하고는 전세계 모든 팀들을 꺾었습니다.”
새롭게 토대를 마련한 만큼, 게이블은 캐나다 대표팀이 도쿄 2020에서 어렵지 않게 목표를 이룰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비장애인 스포츠에서 휠체어농구로
어릴 때부터 농구에 푹 빠져 있었던 게이블은 캐나다 국가대표로 뛰는 스스로의 모습을 항상 그리고 있었습니다.
비장애인 선수로서 국가대표 선발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서스캐처원대학에 진학할 만큼 농구에 대한 열정이 컸습니다. 당시 서스캐처원대학 농구팀의 리사 토매이디스 감독이 이미 올림픽 여자 농구 대표팀의 감독으로 선임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게이블의 진짜 운명이 장애인스포츠에 있었다는 것은 선수 본인조차도 몰랐던 일이었습니다. 수 차례의 무릎 부상으로 결국 농구 선수로서의 커리어가 끝났을 때, 감독으로부터 휠체어농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던 것입니다.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진짜 패럴림픽에 나간다는 목표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팀에 뽑혔죠.”
휠체어농구를 통해 게이블은 다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 국가대표가 된다는 꿈도 이루었습니다.
게이블은 손 부상으로 인해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참가할 수 없었지만, 리우 2016에 출전하면서 처음으로 패럴림픽 무대를 밟았습니다.
“어떤 종목이든 상관 없이, 항상 캐나다 대표팀에서 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패럴림픽 팀에 들고 캐나다를 대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일입니다. [2014년에] 대표팀으로 선발됐을 때는 세 시간 동안 울었어요.”
“두말할 것도 없이 제 평생 최고의 일이었습니다. 무릎 부상으로 고생했던 시간들처럼 힘들었던 때 모두, 그 단 한 순간으로 보상을 받았어요.”
실력 있는 선수, 그리고 박사과정생
지난 2012년, 무릎 부상을 당했을 때 게이블은 인생의 저점을 찍고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장애라는 현실에 너무 몰두하지 않기 위해 게이블은 다른 쪽으로도 열정을 쏟았고, 그 대상은 공부였습니다.
“무릎 부상을 당한 이후로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갈피를 못 잡았고 있었어요. 농구 이외에 다른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선수 생활이 끝나는 부상을 당했던 학기에 운동생리학 수업도 듣고 있었습니다. 공부하고 배우면서 생리학의 매력에 푹 빠졌죠!”
2019년 파라팬암게임 기간 동안에는 운동과학 석사 학위도 받았습니다. 심지어 당시에는 패럴림픽 진출권을 둘러싼 대혼전 속에서 분투하던 중이었습니다.
게이블의 석사 논문 주제는 고온의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선수들의 경기력과 멘톨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로, 내년 패럴림픽에서 한여름에 경기를 치르게 될 선수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남녀 모두에게서 멘톨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안에서의 메커니즘이 열을 감각하는 데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뇌에서 보상감을 느끼도록 하고, 운동량도 늘려줍니다. 제 연구에서도 멘톨이 단기 혹은 고강도 지구력운동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내도록 만들어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어요.”
이 연구로 게이블은 스포츠과학 연구 및 혁신에 전념하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OTP 고든 슬레이버트 젊은 연구자상(Own the Podium Dr. Gordon Sleivert Young Investigator Award)’도 수상했습니다.
현재 게이블은 온타리오 공과대학교에서 환경생리학과 패럴림픽 경기력 분야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무릎 부상을 입기 전에는 학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고 성적도 굉장히 안 좋았기 때문에 지금 제가 박사과정에 있다는 것이 사실 꽤 웃기기도 합니다.” 게이블은 “고향에서는 못 믿겠다는 사람들도 많다”며 웃었습니다.
도쿄 2020을 향해 단단히 뭉친 팀
휠체어농구와 같이 힘든 스포츠를 하면서 박사과정 공부까지 병행한다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게이블은 노력과 훈련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자랑하는 선수로서 게이블은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인생에서 수많은 결정과 적응이 필요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포츠에서] 좋은 수준을 보여줄 때의 라이프스타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냉정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늘 기대도 굉장히 높은데다가 내리는 모든 결정에 따라 경기력에도 영향이 미칩니다.”
“캐나다에서는 트레이닝 센터가 있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말 그대로 짐을 싸서 친구들 모두를 뒤로 하고 떠나게 되고, 휴가 때 가족들을 만나더라도 기간이 짧을 수 있으니 휴가가 많았으면 하고 아쉬워하죠.”
이제 도쿄 2020까지 1년의 준비 기간이 남은 가운데, 게이블은 팀 동료들과 함께 캐나다 내 훈련 제한 방침에 적응하는 한편 긍정적인 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습 때 이외에는 서로 이렇게 많이 교류한 적이 처음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른 관점에서도 서로에 대해 알게 됐다는 부분에서 실제로 이번 여름이 굉장히 긍정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시설 내에서 개인적으로만 훈련할 수 있지만, 10월 1일이면 소규모의 단체 훈련도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그룹으로 나눠서 훈련한다는 계획이기는 하지만, 아주 점진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에요. [COVID-19의] 전염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1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게이블은 패럴림픽 무대에 복귀하게 되어 잔뜩 들뜬 상태입니다. 게다가 이번 패럴림픽 개최지는 도쿄죠.
“리우 2016에만 출전했었고 다른 패럴림픽 경험은 없지만, 이번이 최고의 패럴림픽이 될 거라는 느낌이 듭니다. 정말 신나요. 일본도 굉장히 좋아하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여러 종목들이 어우러지는 대회가 정말 멋진 이유는 전세계를 한자리에 모으는 데 그만한 무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온 세상이 좋은 일로 모여서 한껏 집중하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