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총·칼] 새해 특집: 사격 반효진 인터뷰 - 코로나와 중2병을 초월한 금메달
Olympics.com에서 새해를 맞이해 2024 파리 올림픽 대회를 뜨겁게 달군 양궁, 사격, 펜싱의 차세대 스타를 조명합니다. 새해 특집 활·총·칼 시리즈의 두 번째 주인공은 한국의 100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명사수 반효진입니다.
반효진은 지난 파리 2024 대회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만 16세 10개월 18일의 나이에 한국의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한국의 하계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사격 대표팀이 런던 2012 대회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데 한 몫을 거든 '고교생 사수' 반효진은 놀랍게도 사격을 시작한 지 불과 3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지난주 [활·총·칼] 시리즈 인터뷰에서 소개해드린 양궁의 남수현처럼 반효진도 원래 태권도 선수였다고 하는데요, Olympics.com은 2024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반효진에게 지난 3년 동안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물어봤습니다.
Olympics.com: 원래 태권도를 같이 하던 친구 권유로 중학교 2학년 때 사격으로 전향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사격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한데요.
반효진: 그 친구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저보다 더 먼저 태권도를 하고 있던 친구였거든요. 같은 초등학교였고, 같은 중학교까지 진학을 했고 여느 때랑 다를 거 없이 그냥 그 친구랑 같이 등교를 하고 있었는데요. 중학교를 같이 다니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사격부에 들어갔어요. 그 친구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저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계속 태권도를 하고 있었고요.
근데 그 친구가 중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저랑 등교하면서,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사격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다가 제가 '어, 재밌겠다. 너 잘하고 있네' 이렇게 말했는데 친구가 '어, 아니 너도 들어올래?' 이렇게 물어봐서 제가 '너무 늦지 않았을까 지금은?' 이러면서 보통 중학교 1학년 때 다들 입문을 하니까 '나는 좀 많이 늦지 않았을까' 이렇게 망설이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오늘 아침에 바로 감독님한테 가보자' 하고 그냥 무작정 저를 끌고 가서 그날 오후에 사격장을 한번 가보게 됐어요.
그런데 사격부 선생님이 보시기에 재능이 눈에 띄었나 봐요?
처음에 들어갔을 때는 어느 쪽 눈이 주시안인가 이런 거 보고. 그 다음에 그냥 앉아서 총을 쏴보는데. 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 재능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말씀도 해주셨고 그리고 그 코치님이 처음에 저를 보시고 제가 사격부에 들어오려고 온 애가 아니라 무슨 물건을 두고 간 애인 줄 알고, 다른 친구를 볼 일 이 있거나 뭐 그런 다른 목적으로 온 줄 아시고. 그냥 지나가시면서 저한테 '어, 사격 잘하게 생겼다. 그래서 왜 왔어?' 이렇게 웃으셨거든요.
그래서 그 기억도 나고, 또 아까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중학교 2학년이 사실 그렇게 사격을 시작하기에 빠른 나이는 아니에요. 다들 제 동기들보다 1년 늦게 시작한 셈인데... 사격부에 못 들어갈 수도 있었던 거를 이제 감독님이, '남들보다 1년 늦게 들어왔으니까 남들의 두 배, 열 배는 더 열심히 할 자신 있냐고?' 그렇게 열 번은 저한테 물어보시고, 제가 진짜 자신 있다, 더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 이렇게 말해서 어찌저찌 이렇게 들어가게 됐습니다.
두 가지 종목을 해보셨는데, 태권도랑 사격은 어떻게 다른가요?
일단 태권도는... 태권도를 하면서 사실 태권도를 중점적으로 했지만, 그때 호신술도 배우고 복싱 같은 것도 따로 배우고 그렇게 했거든요. 그런 것들을 보면 다 활동적이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움직여야 되고. 겨루기든 품새든, 좀 많이 활동적인 종목이잖아요, 사실.
근데 그런 걸 하다가 이제 가만히 두 시간 동안 서있어야 되는 사격을 하니까, 처음에는 조금 못 버틸 뻔 했거든요.
그리고 특히 태권도는 발을 좀 중점적으로 사용하는 운동인데 사격은 발을 바닥에 가만히 붙이고 한 자세를 잡고 두 시간 동안 서있어야 되는, 완전 극과 극의 종목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조금 적응 안 됐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떻게 어떻게 적응은 잘 했습니다.
사격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누구였나요?
일단 시작할 때 처음 저한테 자세나 총쏘는 방법을 알려주신 코치님이나 친구들, 언니들,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사실 갑자기 사격을 시작하게 된 경우잖아요.
그래서 사실 엄마의 반대가 엄청 심했어요.
정말 반대가 진짜 심했고, 그때가 하필 중간고사인가 기말고사인가 칠 때? 아무튼 시험기간이였어요. 그때가 그래서 시험 칠 때쯤이었는데 갑자기. 안 그래도 엄마는 태권도 말고 공부 쪽으로 가길 원하셨고, 태권도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갑자기 사격 한다고 그래서 '아, 성적도 잘 나오는데 왜 자꾸 뜬금없이 사격이냐' 이러시면서. 저한테 성적표를 던지시면서. 그냥 그만두라고 했던 때가 기억나거든요. 그리고 제가 훈련 마쳤다고 전화를 하면 맨날 화내고, 그만둬라 하고, 학교 찾아오겠다 그러고. 좀 반대가 심했어요. 그래서 뭔가 그때 당시 중학교 2학년인데... 중2병이 되게 무섭잖아요? 하지 말라는 거 다 하고 싶고.
그래서 엄마가 이렇게 심하게 반대를 하니까 오히려 더 열심히 하고 싶고 더 하고 싶고. 더 잘해서 먼저 인정받고 싶고. 그리고 엄마가 운동을 1등 아니면 안 된다고. 공부는 어중간해도 어디든 갈 수 있는데. 운동은 1등 아니면 아무도 안 알아준다고. 운동은 진짜 어렵다, 힘들다 이렇게 말해서 더 오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그 1등 내가 하면 되지 않냐, 이렇게 하면서 엄마 때문에 운동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엄마한테.
엄마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건 아니었는데 오히려 반대로 오기가 생겼을까요?
처음에는 그랬는데 한 2개월 지나고 나서. 뭔가, 사격을 더 집중적으로 해보고 싶어서 학원도 잠깐 안 나가고 태권도도 안 나갔거든요. 그리고 완전히 훈련만 했는데, 그러고 나서 2개월 후에 사격 시작하고 나서 두 달 만에 대구에서 시합이 하나 열렸어요. 대구 선수들만 나오는 시합이 열렸는데. 그때 딱 제가 1등을 한 거예요. 그래서 '아, 사격에 재능이 있구나!' 그리고 '엄마가 말하던 1등을 내가 나간 첫 시합에서 1등을 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엄마한테 바로 말했는데 그때부터 엄마가 이제 팍팍 지원을 해주시더라고요.
중2병도 그렇지만, 중학교 3년 내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힘든 시절이었잖아요. 하필이면 사격을 시작하던 시기에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제가 운이 좋았던 게,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코로나가 진짜 심했어요. 제가 사격을 시작한 지가 2021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2020년에 코로나가 정말 심했거든요. 그래서 학교도 못 나가고 온라인 클래스로 수업하고 그렇게 했는데요. 코로나가 끝나고 나서 이제 학교도 첫째 주, 둘째 주는 학교 나가고, 셋째 주 이렇게 막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맨날 학교 나가도 되고 교실에 애들 다 있어도 되고 약간 다 풀려 갈 때쯤이였어요. 동아리 수업도 하고 그때부터는 마스크만 썼다 뿐이지 마스크 쓰는 거 말고는 다 되게 활동이 자유로웠거든요. 코로나가 좀 풀려가는 시기에 시작한 거 같아요.
중학교 1학년 때는 좀 심했어서 제가 그때 들어갔을 때 당시에 사격부 동기들한테 얘기를 들어보면, 중학교 1학년 때 훈련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학교 나오지 말라는데 훈련했다, 뭐 이런 좀 재밌는 이야기들을 몇 개 들은 게 있거든요. 다행히 저는 그 시기에 사격부를 들어간 게 아니라서 다 풀렸을 때 들어가서 괜찮았던 것 같아요.
마스크는 잠깐 받침대에 걸어두고 총 쏘는 동안 잠깐 벗고.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 시기에 제 친구들은 코로나 때문에 시합도 거의 없었다, 거의 못 나갔다 이렇게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하나 둘씩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얘기를 들었는데 다행히도 제가 시작했을 때는 전국시합이 하나 둘씩 있을 때였어서. 그래서 저는 사격 시작하고 나서 중학교 2학년 때 전국시합 한 두 개 정도 나가봤어요.
그러면 사격선수가 된 이후에 국가대표 상비군 예비팀에 들어가면서 여갑순 감독님의 지도도 받고, 거기서 특별한 조언을 얻은 건 없었나요?
일단은 제가 규정에 관해서 얘기를 좀 들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제 자세를 봤을 때 그 파지 쪽이랑, 어깨 쪽이랑 말이죠.
제 자세 중에서 뭔가 하나 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셨나 봐요. 그래서 저한테 그거를 말씀해 주시면서 지금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닌데 나중에 좀 엄격한 심판들이 보면 경고를 줄 수 있다. 이것만 신경 쓰면 괜찮을 것 같다고 캐치를 잘 해주셔서 잘 고쳐나갔거든요.
그리고 여갑순 감독님은 그냥 존재만으로도 저희 고등학생들한테는 되게 동기부여가 되고, 힘이 되고 그런 분이세요. 고등학교 때 금메달을 따셨으니까. 우리도 여갑순 감독님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가지게 해주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사격을 하면서 혹시 다른 종목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아 저거 해볼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었어요?
사실 제가 중학교 3학년 때까지는 10미터 공기 권총이란 종목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자세히는 잘 몰랐어요. 자세히는 잘 몰랐는데 제가 대구 체육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여기는 10미터 공기 권총도 같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권총이랑 소총이랑 마주 보면서 훈련을 해요.
그래서 쉬는 시간에 가서 권총도 쏴보고 뭐 해보고 하는데 권총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사격복 입고 벗는 것도 귀찮고. 총도 무겁고 저는 좀 그런데 권총은 복장도 자유롭고 한 손으로 쏘는 게 되게 멋있잖아요. 그래서 권총으로 바꾸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한두 번 정도 있는 것 같아요.
지난 파리 올림픽에서 김예지 선수가 권총으로 스타가 됐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일단 제가 안 그래도 멋있어하는 권총 종목에서, 금메달 은메달을 다 저희 언니들이 땄으니까.
아, 진짜 멋있죠. 언니들이 이렇게 총 드는 걸 보면 그냥 포스부터 달라요.
사격은 아무래도 멀리 있는 과녁을 맞추면서 호흡도 조절을 해야 되고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을 것 같은데 그런 집중력을 유지하는 어떤 비결이나 루틴 같은 게 있을까요?
집중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하기보다는 한 가지 뚜렷한 목표가 있으면 집중이 안 될래야 안 될 수 없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거든요. 그냥 최종 목표가 너무 뚜렷하고 제가 이루고 싶은 게 너무 뚜렷하다 보니까 훈련을 열심히 해요. 물론 힘들 때는 좀 게을리할 때도 있지만 진짜 한 번 달리자고 생각할 때는 완전 엄청 열심히 하는 그런 스타일인 것 같아요.
저는 근데 중학교 때부터 항상 '최종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다' 이렇게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제가 중학교 때 코치님이 말씀해 주셨거든요. 뚜렷한 목표가 있으면 훈련을 게을리할 수가 없다고 뚜렷한 목표가 있는 애들은, 확실한 목표가 있는 애들은 무조건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서 그거 듣고 저도 '아,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최종 목표가 3년 만에 이루어졌어요.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건 모든 운동선수의 꿈이잖아요. 그런데 너무 일찍 목표를 이루어 버리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까요?
오히려 이렇게 어린 나이에 따서 오히려 저는 좋은 것 같아요. 이제 시작이니까요.
시작을 알리는 2024년?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때 당시에야 뭐... 어릴 때는, 지금도 어리지만 (웃음) 중학교 때는 지금 진짜 애기잖아요? 중학교 때는 올림픽 금메달 말고는 없는 줄 알았어요.
근데 조금 더, 조금 더, 이제 나이를 먹었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조금 더 이제 한 살씩 먹고 보니까,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있고 세계선수권 금메달도 있고 아시아선수권 금메달도 있고 - 나가는 시합마다 금메달 따오는 게 새로운 목표가 될 수도 있겠고요.
지금으로서는, 현재의 제 목표는 그랜드 슬램이거든요. 더 나아갔을 때, 그래서 이것도 있고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을 때도, 올림픽 몇 연패, 이런 것도 있을 거고, 차차 목표가 사라지진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허무한 감정은 선수를 그만둘 때까지는 못 느껴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