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스 켈레티: 현존 최고령 올림픽 챔피언의 놀라운 인생

세계 여성의 날 (3월 8일)을 기념하기 위해 도쿄 2020은 3월 한 달간 스포츠와 사회를 모두 변화시켰던 여성 스포츠인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몇 달 전 100세 생일을 맞았던 현존 최고령 올림픽 챔피언, 아그네스 켈레티의 이야기입니다.

Agnes Keleti blows the candles
(ALL RIGHT RESERVEDMOB)

배경

올림픽 체조에서 금메달 다섯 개를 따냈던 아그네스 켈레티는 최근 100세 생일을 맞이한 현존 최고령 올림픽 챔피언으로, 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생일을 축하하며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입니다.” 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켈레티의 놀라운 이야기는 올림픽에 참가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켈레티의 인생은 최대의 역경을 극복해내는 올림픽 정신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21년 1월 9일,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켈레티는 16살의 나이로 헝가리 체조 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1956년에 국제 대회에서 은퇴할 때까지 같은 대회에서 아홉 번 더 우승을 차지합니다.

유대인이었던 켈레티는 원래 1940 도쿄 올림픽에 참가할 계획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1940년의 올림픽은 취소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헝가리가 나치의 지배하에 들어가며 켈레티는 생존을 위해 기독교도의 신분으로 위장해야 했습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켈레티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헝가리에서 모든 유대인들은 구분을 위한 노란 별을 달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부했어요.”

“가짜 신분증을 통해 시골로 탈출할 수 있었고, 외딴 마을에서 하녀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켈레티는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아버지를 포함한 대다수의 가족들은 운이 좋지 못했습니다. 나치 지배 하의 헝가리에서 총 55만명의 유대인이 사망했던 것입니다.

전쟁이 끝난 뒤 27세가 된 켈레티는 1948 런던 올림픽 출전 준비를 했지만, 인대 부상 때문에 이번에도 참가는 불발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켈레티는 다음 대회인 헬싱키 1952에서 31살이란 늦은 나이로 마침내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됩니다.

(© 1952 / Pressebildberichter/W.Rohrlapper)

올림픽 무대

체조는 나이가 중요한 종목입니다. 2016 리우 올림픽에 41세의 나이로 출전했던 옥사나 추소비티나처럼 이런 흐름을 거스르는 선수들도 드물게 존재해왔지만, 지금까지 올림픽 체조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19세였습니다. 헬싱키 1952에서도 체조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3세였고, 이는 마침내 올림픽 무대로의 데뷔를 준비하던 헝가리의 켈레티와는 9년이나 차이가 나는 나이였습니다.

하지만 영광을 향해가는 켈레티에게 나이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켈레티는 헬싱키에서 네 개의 메달을 따냈을 뿐만 아니라 마루 운동에서는 금메달을 차지하며 올림픽 역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켈레티가 진정으로 빛을 발했던 대회는 4년 후의 멜버른이었습니다. 소련의 체조 전설, 라리사 라티니나와 경쟁을 펼쳤던 켈레티는 총 여섯 개의 메달을 따냈고, 그 중 네 개가 금메달이었습니다.

이것으로 켈레티는 1956년 당시 올림픽 체조 최다 메달 기록에 더해 멜버른 올림픽의 전 종목을 통틀어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나이는 35세.

그 이후

멜버른은 켈레티의 마지막 올림픽이 되었습니다. 당시 헝가리가 처한 상황은 올림픽에서 소련과 헝가리 수구 팀이 “물 속의 혈투”로 알려지게 되는 충돌을 일으킬 정도로 좋지 않았고, 결국 올림픽이 막을 내렸을 때 켈레티는 헝가리로 돌아가는 대신 호주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1957년에는 이스라엘로 이주했습니다.

1959년에 결혼한 켈레티는 텔아비브 대학과 윈게이트 연구소에서 체육 교육학을 가르쳤고, 이스라엘 체조 대표팀에도 도움을 줬습니다.

2015년. 94세가 된 켈레티는 멜버른 올림픽 이후 59년만에 헝가리로 돌아와 다시 부다페스트에 정착했고, 지금은 인생의 101번째 해를 맞아 열정으로 가득 찬 1년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생일을 맞아 “지난 100년은 그냥 60년처럼 느껴져요”라는 말을 남기면서요.

나이를 거스르는 최고령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존 최고령 올림픽 챔피언 다운 말입니다.

아그네스 켈레티: 현존 최고령 올림픽 챔피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