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길거리 농구’라고 알려진 것처럼, 3X3 농구는 전통적인 5X5 농구에 비해 좁은 공간에서 적은 수의 사람들이 농구 시합을 즐긴 데에서 유래한 종목입니다. 일반 코트의 반 정도 되는 크기의 코트에서 1개의 골대를 사용하고, 5명이 아닌 3명이 한 팀을 이루어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넓은 코트에서 쿼터당 10분씩, 4쿼터로 진행되는 5X5보다 자칫 ‘편하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3X3에서는 선수들이 단 10분 동안 하나의 골대를 두고 더 많은 득점을 올리기 위해 경쟁하며(단, 10분이 모두 흐르지 않아도 어느 한 팀이 21점을 득점하면 그대로 종료됩니다), 공을 받은 선수는 12초라는 짧은 제한 시간 안에 공격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가 한층 빠른 속도로 전개됩니다. 또한 선수들은 상대의 공을 뺏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맞부딪히며 격렬한 몸싸움을 불사합니다. 결국 3X3 농구는 전통적인 농구와는 또 다른 박진감과 활력을 선사하는 종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매력에 힘입어 3X3 농구는 종주국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내년 도쿄 2020을 통해 올림픽에서도 첫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이미 FIBA 3X3 월드컵이 2012년부터, 유럽컵과 아시아컵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으며 유러피안게임, 아시안게임에서는 3x3 농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농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목이 한자리에 모이는 무대이자, 대륙별 대회가 아닌 전세계가 함께하는 올림픽에서는 처음 경기가 펼쳐지는 만큼 도쿄 2020에서는 높아진 3x3 농구의 인기와 위상을 실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듯, 한국에서도 3x3농구가 한층 활성화되며 기틀을 다지는 과정에 있습니다. 5x5 농구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1990년대 당시에는 ‘길거리 농구’도 폭넓은 연령대에 걸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2000년대에는 주로 중고등학생들이 즐겨 하는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에 접어들며 FIBA가 3x3 농구 중점 육성 비전을 밝힘에 따라 대한민국농구협회(KBA)에서도 국내 3x3 농구 활성화를 위해 2015년부터 코리아투어를 진행해 호응을 얻었고 이후 2018년에는 프로 리그인 3x3 프리미어리그가, 2019년에는 세미 프로 리그인 KXO리그가 출범하면서 더욱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중입니다.
그러나 한창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한국 3x3 농구도 COVID-19의 여파에서는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이번 시즌 3X3 프리미어리그 정규 리그 및 플레이오프 일정이 진행됐고, 7월에는 KBA 코리아투어 및 KXO리그 1차 대회도 치러지면서 무사히 올해 일정이 이어지는 듯했지만 결국 제동이 걸렸습니다. KXO리그와 KBA 코리아투어 모두 2차 대회가 열리지 못하고 연기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10월, KXO리그와 KBA 코리아투어가 재개를 알리면서 3X3 농구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KXO리그는 올해 3X3 프리미어리그 정규 시즌 우승 및 플레이오프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올린 아프리카프릭스, 가공할 만한 조직력으로 KXO리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하늘내린인제 등 한국 최고의 3X3 농구 팀들과 국가대표 선수들을 볼 수 있는 무대로 더욱 기대를 모았습니다.
특히 지난 주말(11월 7일~8일) 펼쳐진 KXO리그 3차 대회에서는 하늘내린인제가 연승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하늘내린인제가 1주일 전에 있었던 2차 대회(10월 31일~11월 1일)까지의 기록을 포함해 KXO리그 4연속 우승 및 16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써나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3차 대회에서는 아프리카프릭스에 더해 오랜만에 복귀를 알린 이승준의 합류로 한층 전력을 강화한 4WIN까지 하늘내린인제에 맞설 강력한 대항마로 예상되며 우승 트로피의 향방을 쉽게 점칠 수 없을 것으로 점쳐졌습니다.
실제로 4WIN은 대회 첫 날 예선에서부터 한 조에 편성된 하늘내린인제를 괴롭히며 앞서나갔고, 하늘내린인제의 기록도 17연승에서 그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하늘내린인제는 기어이 역전에 성공하며 4WIN을 꺾었고, 이후 남은 예선과 다음 날 4강전에서도 승리하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5연속 우승 및 21연승의 대기록을 눈앞에 둔 하늘내린인제는 결승에서 또 한 번 4WIN과 결전을 치르게 됐습니다. 4WIN은 예선에서 하늘내린인제에게는 패했지만 다른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4강전에서는 아프리카프릭스를 꺾으며 결승에서 설욕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드디어 펼쳐진 결승전, 4WIN이 연이은 2점슛 성공으로 이번에도 먼저 더 많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연거푸 팀파울을 범하며 자유투를 내주고 역전까지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20-20, 단 1점이 승부를 가를 상황에서 정상에 오른 팀은 마지막 자유투까지 성공시킨 하늘내린인제였습니다. 이로써 하늘내린인제의 연승 기록은 2주 뒤 펼쳐질 4차 대회(11월 21일~22일)를 통해 계속해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높아지는 관심과 인기에 더해, 한층 활성화된 국내 대회를 토대로 한국 남자 3X3 농구 대표팀이 내년 도쿄에서 올림픽 데뷔전까지 치를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대표팀은 FIBA 3X3 월드컵 등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2018년 FIBA 3X3 아시아컵 8강 및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 등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한국 대표팀이 도쿄 2020 본선 출전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내년 5월 26일부터 30일까지 오스트리아에서 진행될 올림픽 1차 예선에 참가해 3장의 도쿄행 티켓을 두고 다른 19개 팀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예정입니다.
도쿄 2020과 관련된 모든 일정이 연기된 만큼 한국 대표팀도 아직 선수 명단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국내 랭킹 상위에는 이승준, 김동우, 노승준 등 주로 3X3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노승준은 도쿄 2020이 기존 일정대로 진행되었다면 주장으로서 대표팀을 이끌고 1차 예선에 참가했을 선수로, 점프볼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국가대표에 선발되긴 했지만 제대로 경기를 치르지 못해 더욱 절실함이 생겼다, 내년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다시 하게 된다면 무조건 다시 뽑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편 KXO리그와 비슷한 시기에 재개되어 2차 대회까지 마무리한 KBA 코리아투어는 실내체육관 대관에 차질이 생겨 또 한 번 일정이 불투명해졌습니다. 당초 11월 14일부터 15일까지 3차 대회가 치러지고 2주 간격으로 4차 및 5차 대회가 이어질 계획이었으나, 개최지로 결정되었던 서울시와 사천시가 COVID-19 확산을 우려해 실내체육관 대관에 난색을 표한 것입니다. 이에 KBA에서는 2차 대회를 앞두고 발표했던 일정을 다시 수정해 공지할 예정이며, 현재 논의 중에 있습니다.
KBA 코리아투어의 남은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KXO리그 4차 대회는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으로, 돌아온 한국 3X3 농구의 활력도 멈추지 않고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