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리스트: 1988 서울올림픽 탁구 여자복식의 양영자-현정화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대표팀은 다양한 종목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뤄왔습니다. 지구상 최대의 축제에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지만,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메달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한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들의 활약상을 되돌아보는 이번 시리즈의 첫 순서는 1988 서울 올림픽 여자 탁구 복식 금메달리스트, 양영자와 현정화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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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서울 올림픽

32년 전 오늘, 1988년 9월 17일. 서울에서 제24회 하계올림픽의 막이 올랐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올림픽 첫 개최에 설레고 있던 가운데, 서울 올림픽을 통해 올림픽에 첫선을 보일 종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탁구였습니다.

한국 탁구 대표팀은 2년 전 1986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단체전 금메달 등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홈그라운드에서 펼쳐질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 여자 복식 동메달을 차지했던 양영자와 현정화도 다시 호흡을 맞춰 1988 서울올림픽 탁구 여자 복식 종목에 출전했습니다.

양영자-현정화 조는 조별예선에서 7전 전승을 거두며 손쉽게 8강에 올랐고, 이어진 네덜란드와의 8강전, 일본과의 준결승전 모두 세트스코어 2-0으로 승리한 뒤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결승전 상대는 여자 탁구에서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중국이었습니다.

양영자와 현정화는 1세트를 먼저 따내며 앞서갔지만 중국의 자오즈민-천징 조에게 두 번째 세트를 내주었습니다. 3세트까지 이어진 승부에서 결국 양영자와 현정화가 21-10으로 승리를 거두며 세트스코어 2-1로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탁구 여자 복식 금메달리스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후로 32년 동안 중국 이외의 국가가 올림픽에서 여자 복식 최정상에 오른 기록이 없습니다. 비중국 출신으로서 유일무이한 올림픽 여자 복식 금메달의 주인공으로 역사에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 이후

현정화는 서울 올림픽 이후로도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1989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 금메달,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금메달, 1991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금메달 등 메달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 당시에는 분단 이후 사상 처음으로 결성된 남북단일팀에서 북한의 리분희와 호흡을 맞춰 복식 경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올림픽이었던 바르셀로나 1992에서는 여자 단식과 복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여자 단식 최정상에 오르며 세계선수권 전종목 그랜드슬램이라는 기록을 썼습니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로도 지도자로서 탁구의 길을 걷고 있는 현정화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한국마사회 탁구단에서 후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한국 선수로서 유일하게 ITTF 명예의 전당에 올랐습니다.

현정화와 달리 양영자는 서울 올림픽 이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실업팀 코치로 활동하던 중 남편을 만났고, 선교사 부부가 되었습니다. 1997년부터 2012년까지는 가족과 함께 몽골과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에서 생활하며 선교 활동을 했습니다. 귀국 이후 현재는 대한체육회 탁구 꿈나무팀 감독으로서 탁구 유망주 육성에 힘쓰는 한편 고향 익산에서 ‘양영자배 탁구대회’도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도쿄 2020에서 이들의 뒤를 이을 선수는?

그렇다면 양영자, 현정화의 뒤를 이어 내년 도쿄에서 한국 여자 탁구의 위상을 드높일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그 주인공으로는 10대의 어린 나이에 대표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탁구 신동’ 신유빈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신유빈은 올해 초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패자부활전까지 내려간 여자 대표팀을 구해내 극적으로 본선 진출을 성사시키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열일곱 살, 또래 친구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나이지만 탁구에 더 집중하기 위해 학교 대신 실업팀을 택할 만큼 열정으로 가득한 선수이기도 합니다.

한국 대표팀에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선물을 안긴 신유빈이 도쿄 2020에서도 기쁨을 선사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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