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전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성공을 거둔 대표팀 중 하나이며, 올림픽에서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2012 런던 올림픽까지 5연속 결승 진출에 더해 4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미국 대표팀도 시작은 초라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대학 팀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교육 과정과 활동에서 성차별을 금지하는 타이틀 나인(Title IX)이 통과된 이후의 일이었고, 이 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여성의 스포츠 참여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85년, 코치 마이크 라이언은 미국 축구 협회로부터 이탈리아의 문디알리토 대회에 참가할 선수들을 선발하는 요청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스쿼드를 만드는데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고, 선수들은 함께 훈련할 시간은 커녕 유니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대회에서 미국 대표팀은 4위(4팀 중)를 기록했지만,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것은 뭔가 특별한 일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계속해서 발전을 이뤄냈고, 1986 문디알리토에서는 2위로 대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988 FIFA 여자 축구 초청 대회에서는 8강까지 올라간 끝에 노르웨이에게 패하며 탈락했지만, 1991년에 열린 제1회 FIFA 여자 월드컵에서는 65,000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승전에서 노르웨이를 2-1로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여자 축구 대표팀은 1995 월드컵까지 다양한 대회들에 출전했고, 1995 월드컵에서는 우승국 노르웨이에게 준결승에서 패하며 3위에 올랐습니다.
가장 큰 승리
미국 대표팀은 올림픽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정말 많이 거둬온 팀입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여자 축구 최초의 금메달을 차지했고, 2012 런던에서는 일본에게 1년 전 월드컵 결승에서 당한 패배를 그대로 되갚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결승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미국 대표팀이 처음으로 우승 후보가 아니었던 대회, 2008 베이징 올림픽.
2008 올림픽을 앞둔 미국 대표팀의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1년 전 월드컵 준결승에서 브라질에게 4-0으로 패하며 탈락했고, 대표팀에서 55경기를 지휘해온 그렉 라이언 감독은 이 두 번째 패배로 인해 경질됩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감독은 미국 대표팀 역사상 두 번째 여자 감독인 스웨덴 출신의 피아 순드하게였습니다.
더하여 올림픽을 단 몇 주 앞둔 7월에 열렸던 친선 경기에서 미국 대표팀의 탑 플레이어, 애비 웜백이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합니다.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는 첫 경기부터 오랜 라이벌 노르웨이에게 충격패를 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순드하게가 이끄는 대표팀은 그 패배 이후 다시 살아나며 일본과 뉴질랜드를 연달아 꺾고 조 1위로 조별 리그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후 8강전에서 캐나다를 상대로 고전 끝에 승리를 거뒀고, 준결승에서는 조별 예선에서 꺾었던 일본을 다시 이기며 결승에 올라갑니다.
2004 아테네 올림픽과 똑같이 미국은 결승에서 브라질을 만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규 시간동안 아무도 득점을 올리지 못한 채 연장으로 접어들었고, 연장 6분만에 터진 칼리 로이드의 골로 미국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습니다.
2018년, 미국 대표팀의 헤더 미츠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대회 전부터 언론에서는 우리를 우승 후보로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첫 경기였던 노르웨이전에서는 모든 것이 잘못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경기 후 다들 이번 경기에서 배우고 다음 경기부터 이기자는 결의를 다질 수 있었어요. 가는 길은 달라졌지만 특별했습니다. 경기장 안팎에서 우리 팀의 단합은 정말 대단했고, 이 모습을 대회 내내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승리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미국은 여전한 강자라는 것을 증명해냈습니다.
키 플레이어
미국 여자 대표팀이 올림픽 무대를 지배한 16년 동안 수많은 스타 선수들이 피치 위를 빛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미아 햄, 크리스틴 릴리, 줄리 파우디, 브랜디 차스테인, 조이 포셋은 오랫동안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해온 선수들입니다.
미아 햄은 많은 사람들에게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고 있으며 크리스틴 릴리도 세계 최고의 측면 미드필더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 수비수 파우디와 차스테인도 미국 대표팀의 황금 세대를 만들어낸 선수들로, 대표팀의 중심축이 되는 이 선수들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팹 파이브’로 알려진 이 선수들이 함께 뛰었던 마지막 무대는 2004 아테네 올림픽이었고, 미국 대표팀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브라질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2016 리우 올림픽은 미국 대표팀이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전 진출에 실패한 대회였습니다. 당시 미국 대표팀은 8강에서 스웨덴에게 승부차기로 패하며 준결승 진출도 이뤄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충격으로 이후 1년간은 대표팀 운영에 많은 실험적인 방법들이 도입되었지만, 미국이 축구 강국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2018년에 미국 대표팀은 SheBelieves 컵 우승과 2018 토너먼트 오브 네이션스 타이틀을 차지했고, 이후 2019 FIFA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여자 월드컵 최초로 4회 우승을 달성한 팀이 됩니다.
호주와 프랑스가 증명해 보인 것처럼 미국 대표팀도 무적은 아니지만, 2016 리우 올림픽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전적을 살펴보면 미국 대표팀은 68경기에서 단 4패만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축구 팬과 올림픽 팬 모두에게 다행스럽게도 미국은 지난 2월에 있었던 CONCACAF 올림픽 예선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도쿄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습니다.
세계 랭킹 1위, 미국은 내년에 다시 올림픽 왕관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