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024 올림픽 펜싱: 한국 대표팀,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사상 첫 은메달

기사작성 Haeyoung S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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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2024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은메달
촬영 2024 Getty Images

8월 3일 토요일(현지시간),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전열을 가다듬고 파리 그랑 팔레에서 펼쳐진 사브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2회 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은메달을 확보하며 결승전에 오른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내내 앞서는 경기를 펼치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안타깝게 패하며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한국 펜싱 최초로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획득한 올림픽 은메달이기도 합니다. 지난 도쿄 2020의 동메달이 한국 펜싱 최초로 올림픽에서 수확한 여자 사브르 단체전 메달입니다.

한국 사브르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연이어 낭보를 전했던 펜싱 사브르 종목은 동반 단체전 메달 덕분에 4개의 사브르 종목 중 3개에서 메달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아쉽게 금메달은 놓쳤지만 여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온 한국의 여자 검객들은 시종일관 웃었습니다. 개인전에서 아깝게 메달을 놓치고, 드디어 은메달을 목에 건 최세빈은 소감을 밝혔는데요. "그날 저녁에 그런 글을 봤어요. '얻어갈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나에게 오고, 내가 얻어갈 수 없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어쨌든 나에겐 단체전이 남아 있고, 단체전을 잘 하기 위해 4위를 했나보다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랭킹 1위 프랑스를 이기고 여기까지 온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팀의 막내로 이번 대회를 통해 엄청나게 성장한 전하영 역시 자신의 첫 올림픽에 대해 말을 이었는데요. "첫 출전에 개인전 8강까지 했으니까 만족했어요. 잠깐 슬프고, 금세 세빈언니를 엄청나게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펜싱의 본고장에서 첫 올림픽 데뷔를 맞은 것에 대해서는 감격스러운듯 울먹였습니다. "너무너무 기쁘고 꿈 같아요. 2년 후 아시안게임에서는 더 성장해 있을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또한 오늘 프랑스전에서 윤지수와 교체 투입된 전은혜는 결승전에서도 좋은 기량으로 점수차를 4점까지 벌려주기도 했는데요. "정말,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오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 너무 잘해줬어요. 2등이라는 이런 값진 선물을 받아서 행복하고요. 올림픽은 제게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일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팀의 맏언니 윤지수는 오늘 프랑스전에 나서지 않은 이유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맏언니로서의 부담이 있었지만, 오히려 후배들이 다 해줬고요. 앞으로 선배로서 후배가 더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랑스 팀이 저와 많이 겨뤄봤고, 그래서 저보다는 후배들의 어린 패기를 더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교체 하게 됐고요. 그 전략이 잘 먹혔던 것 같아요.벤치에서 결승전을 봐야 했지만, 같이 뛰는 것처럼 긴장되고 설렜습니다."

이번 사브르 단체전 멤버이기도 한 최세빈은 29일(현지시간) 여자 개인전에서,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으나 올림픽 데뷔전에서 세계 랭킹 1위를 꺾는 등 좋은 실력을 뽐낸 바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단체전 준결승에서는 윤지수와 최세빈을 개인전에서 무릎 꿇게 만든 마농 아피티-브루네가 이끄는 세계 랭킹 1위 프랑스가 버티고 있었는데요. 한국 여자 검객들은 절치부심, 프랑스 현지관객의 환호성까지 한 번에 무너뜨리며 결승에 올라 우크라이나와 결전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만난 우크라이나에는 여자 사브르 개인 동메달전에서 최세빈을 누른 연륜의 4회 올림픽 메달리스트 올가 카를란이 있었는데요. 그녀는 5라운드와 9라운드 엄청난 기세로 한국 선수들을 몰아붙여 결국 한국 팀을 상대로 승리했습니다.

미국과의 8강전에는 전하영, 최세빈, 윤지수가 각각 3라운드씩 9라운드를 뛰었는데요. 전하영의 첫 라운드, 한국 팀은 1점 차로 지고 있었는데요. 이어 나선 최세빈이 단 한 점 만을 허용, 10-6으로 앞서 나가더니 전하영이 5라운드 단 한 점도 실점하지 않으며 점수를 벌렸습니다. 전세는 크게 꺾이지 않은 채 45-35, 10점 차로 승리해 준결승에 올랐습니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옐로 카드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만난 프랑스는 한국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상대였는데요. 펜싱 종주국, 단체전 세계 랭킹 1위라는 자신감, 그리고 홈 팬의 열화와 같은 응원. 무엇보다 불과 며칠 전에 있었던 사브르 개인전에서 프랑스의 아피티-브루네는 간판 윤지수를 16강에서, 그리고 세계 랭킹 1위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올라온 최세빈을 준결승에서 무릎 꿇린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전하영이 시작한 프랑스와의 경기, 5-3으로 앞서가던 스코어를 최세빈이 이어받아 10-5로 벌렸습니다. 3라운드에서는 전은혜가 윤지수를 대신해 교체 투입됐습니다. 무엇보다 4라운드에서 최세빈과 아피티-브루네가 개인전에 이어 다시 맞붙었고, 최세빈이 5-2로 승리, 최종 스코어 20-11로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이미 벌어진 점수차, 양팀은 점수를 주고 받고 하는 듯 했지만 전세는 역전되지 않았고, 결국 한국은 프랑스를 상대로 45-36으로 완벽하게 제압, 은메달을 확보하며 결승전으로 향했습니다.

결승전

한국은 결승에 올라 올가 카를란, 알리나 코마시추크, 올레나 크라바츠카, 율리아 바카스토바로 이루어진 우크라이나를 만났습니다. 올가 카를란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최세빈을 이긴 이번 대회 동메달리스트이기도 했는데요. 1라운드를 제외하고 경기 내내 근소한 차이로 앞서 있던 한국 대표팀은, 올가 카를란의 엄청난 기세(1라운드 5점, 5라운드 9점, 9라운드 8점)으로 마지막에 이르러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첫 라운드는 전은혜가 카를란을 상대했습니다. 연륜의 카를란이 시작한 우크라이나가 5-3으로 앞서던 상황, 2라운드 전하영이 나서서 6-6, 8-8로 연이어 따라잡았고 역전하며 10-8을 만들었습니다.

3라운드는 최세빈이 이어받았습니다. 코마시추크가 연속 3점으로 역전했고, 점수는 1-2점 이상으로 벌어지지 않고 역전, 동점 등을 반복하며 팽팽하게 긴장을 유지하다 최세빈이15-13으로 게임을 정리했습니다.

4라운드에는 다시 전은혜가 나서서 분위기를 이끌며 20-14로 점수차를 벌였는데요. 5라운드 최세빈과 카를란이 동메달전에 이어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에도 카를란의 승리였습니다. 연륜의 동메달리스트답게 빠르게 추격해왔고 23-23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이어 최세빈이 두 점을 달아나 25-23으로 어려운 라운드를 정리했습니다.

6라운드 역시 양팀이 팽팽했습니다. 한국이 30-28로 근소하게 앞서 나갔지만 전하영은 옐로 카드 하나를 받았습니다. 최세빈이 다시 나선 7라운드, 우크라이나의 바카스토바가 동점을 만들며 위협해왔는데요, 35-33으로 2점 선두를 지켜나갔습니다.

8라운드 코마시추크가 동점까지 따라붙었지만, 전은혜는 오히려 한점을 더 벌려 40-37로 마감했습니다.

전하영과 올가 카를란의 마지막 라운드. 시작하자마자 카를란이 연이은 3점을 내며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전하영이 다시 2 점으로 달아나는 듯 했으나, 카를란이 5점을 연달아내며 안타깝게 금메달을 내어주었습니다.

파리 2024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우크라이나 (UKR): 올가 카를란, 알리나 코마시추크, 올레나 크라바츠카, 율리아 바카스토바

은메달🥈 대한민국 (KOR): 윤지수, 전하영, 최세빈, 전은혜

동메달🥉 일본 (JPN): 에무라 미사키, 타카시마 리사, 오자키 세리, 후쿠시마 시호미

파리 2024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

윤지수, 전하영(이상 서울특별시청), 최세빈(전남도청), 전은혜(인천광역시 중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