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 홍텐 인터뷰: "제 갈 길을 가고 싶어서 제 스타일을 더 고집하게 된 거죠"

기사작성 Monica EJ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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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ten - 2023 BC ONE World Final winner
촬영 2023 Handout

레전드 비보이 홍텐이 Olympics.com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2024 파리 올림픽 여정, '최고령 비보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소감,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 브레이킹의 진화, 그리고 올림픽 꿈 등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올림픽 브레이킹 씬에서 비보이 홍텐(Hongten, 김홍열)을 대표하는 두 가지 수식어가 있습니다. 바로 '최고령 비보이' 그리고 '역대 최고', 일명 '고트(GOAT)'입니다.

1984년생인 홍텐은 Olympics.com에 "다른 비보이들 보다 많게는 스물 몇 살이 많고, 남자쪽에서는 최연장인데요. 재밌는 게 최연장자인 제가 스태미나(체력)가 가장 좋기도 한 것 같아요. 그들 중 저만 장점으로 스태미나를 말하고 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상대방 또한 '왜 아직도 있지?'라고 생각하면서 이 상황이 얼마나 웃길까요. 저는 나름 이 상황을 즐기고 있습니다 (웃음)."

브레이킹 씬에서 홍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요, 그는 올해 10년 만에 개인 통산 3회 우승을 달성한 '비씨원 월드 파이널(BC One World Final)'을 비롯해 R16 월드 파이널, 프리스타일 세션, UK 비보이챔피언십 등 메이저 브레이킹 대회에서 2002년부터 우승을 휩쓸었습니다.

현 유럽선수권 챔피언이자 홍텐과 함께 '비씨원 월드 파이널' 최다승 타이기록 보유자인 네덜란드의 비보이 멘노(Menno, 멘노 판 호르프)는 Olympics.com과의 인터뷰에서 홍텐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나이가 많은 참가자 중 한 명인데요, 홍텐은 제가 브레이킹을 시작했을 때 이미 앞장서서 브레이킹 씬을 이끌어왔죠."

"그는 20여 년간 정상에 있었는데요, 모두가 그 수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건 더더욱 힘들죠. 현재 씬에서 그의 수준에 범접할 수 있는 비보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비보이 멘노, Olympics.com)

누구보다도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홍텐이지만, 현재는 눈앞에 있는 배틀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아직 그가 서보지 못한 무대인 올림픽 대회로 향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지난해 4월 말 마지막 브레이킹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 태극마크를 달며, 막판에 극적으로 파리 2024 여정에 합류했습니다.

그는 "작년에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규모의 행사를 겪어보니, 올림픽은 어떨지 궁금해졌어요. 가보고 싶은데, 그 과정이 너무 험난해서 '과연 내가 갈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다가 자신감까지 떨어지더라고요"라며 당시 솔직한 심정을 전했습니다.

"그래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있으니까, '그래 남은 OQS 도전을 해보자!'라고 마음먹었죠. 성공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요. 지금까지의 커리어는 과거의 일이고, 앞으로 쌓아갈 새로운 커리어를 생각해 본다면 파리 올림픽에 정말 꼭 가고 싶네요."

홍텐은 5월 중화인민공화국 상하이에서 열린 올림픽예선시리즈(OQS) 파트 1 대회에서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쉽게 패해 4위에 올랐습니다. 그는 6월 20일부터 23일까지 헝가리에서 개최되는 OQS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더 높은 순위를 바라보면서, 두 대회 점수를 합산해 상위 7명에게 주어지는 파리 2024 출전권까지 노립니다.

롱런 비결: "출수록 너무 어려운 브레이킹"

홍텐이 처음으로 국제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2001년입니다. 그리고 그는 현재 그쯤 태어난 비보이들과 함께 배틀을 펼치고 있는데요, MZ세대 대표 주자이자 그를 꺾고 초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된 시게킥스(Shigekix, 나라카이 시게유키)는 2002년생입니다.

홍텐은 오랫동안 춤을 춰 왔지만, 브레이킹은 더욱 자신을 고민하게 만드는 춤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언젠가는 이 춤이 지겹고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이 올 건데, 그래도 이걸 계속하게 되는 이유는...아직도 저한테는 브레이킹이란 게 저한테 진짜 너무 어렵거든요." (홍텐)

그는 "몸이 타고나서 잘하는 게 아니어서 계속 고민하게 되더라고요"라고 겸손하게 말했고, 이어서 "이 고민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니까 그들도 공감해줘서 정말 재밌었어요"라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덧붙였습니다.

"필 위자드(Phil Wizard, 필립 김)라든지 여러 비보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다들 어렵다고 하면서도 그래서 이 춤이 더 재밌다고 하죠."

2023 비씨원 파이널 결승전에서 만난 친구이자 라이벌 비보이 홍텐과 비보이 필 위자드

촬영 Pauline Ballet/Getty Images)

그렇다면, 오랜 활동 기간만큼이나 같은 상대들과 수많은 배틀을 펼쳐왔고, 또 앞으로도 싸워야 할 텐데요,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이에 따른 부담감은 없을까요?

"그건 배틀 나름이에요. 어쩔 땐, 친구들과 편한 분위기에서 즐기거나 하는 배틀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날은 친구이기에 더욱 지기 싫어서 서로 의지를 불태우면서 하죠." (홍텐)

그려면서도, 홍텐은 수많은 비보이 중 중요한 대회에서 최대한 늦게 만나고 싶은 상대를 꼽기도 했습니다.

"다들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강하다고 생각하는 비보이들은 필 위자드, 멘노, 그리고 빅터(Victor, 빅터 몬탈보)예요. 이들은 뭘 한다고 하면 독하게 마음먹고 준비해서 꼭 이뤄내는 클래스거든요."

그러나 그는 신예들을 상대할 때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오히려 신예들을 만나는 게 더 까다롭기도 해요. 시게킥스 같은 어린 친구들은 기술력도 좋고, 우리가 가진 연륜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패기가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이죠."

브레이킹의 진화: 한층 더 입체적인 동작

브레이킹은 1970년대 뉴욕의 5개 자치구 중 하나인 브롱크스에서 유래된 어반 스타일의 춤으로, 힙합 문화의 일부입니다.

중학생 시절 브레이킹에 입문해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전 세계를 돌며 배틀을 펼친 홍텐은 "저처럼 90년대에 춤을 시작했고, 저와 함께 그 시대 문화를 공유할 수 있다면, 올드스쿨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제 나이 또래가 최고령이기도 하고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브레이킹의 진화를 몸소 체험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렇지만, 점점 윗세대들을 바라보면서 올라온 세대들이 당시 힘들어하던 동작들을 해내면서, 브레이킹이 점점 발전되고 있거든요. 요즘 세대로 올수록 몸을 쓰는 게 더 가벼워졌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동작들을 점점 더 성공시키고 있죠."

홍텐은 브레이킹 동작이 더욱 입체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희 세대 때는 뭐랄까요, 춤이 2차원적으로 그냥 시계 방향 그리듯이 돌았다면요, 요즘 춤에는 높낮이까지 생길 정도로, 동작을 더욱 입체적으로 내고 있죠."

홍텐에게 있어서 '좋은 춤'을 결정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는 올림픽 브레이킹 배틀의 점수를 결정하는 5가지 심사기준(음악성, 다양성, 독창성, 기술, 수행력)에도 있듯이 독창성, 즉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했습니다.

"제가 춤을 출 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바로 오리지널리티예요."

"춤이란 것을 누가 잘한다 못한다라는 걸 정할 수 있을까요? 굉장히 주관적인 건데요, 그렇다면 '내 스타일을 갖는 것 자체가 승패와 상관없이 이기는 거겠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죠."

"인생으로만 봐도, 남들이 말해준 길로 가서 잘될 수도 있지만, 그 길이 험난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그냥 저는 제 갈 길을 가고 싶기에 좀 더 제 스타일을 고집하게 된 거죠." (비보이 홍텐, Olympics.com)

파리 2024: "커리어 하이를 찍을 수 있는 완벽한 피날레"

2023년 10월, 마치 브레이킹의 올림픽 데뷔를 미리 축하하듯, 씬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비씨원 월드 파이널은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화려하게 열렸습니다.

홍텐은 그곳에서 10년 만에 개인 통산 세 번째 타이틀(2006, 2013, 2023)을 거머쥐며, 파리에서 짜릿한 우승의 기쁨을 조금 먼저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제가 춤을 춘 이래로 작년만큼이나 이렇게 많이 연습하고, 배틀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아시안게임에서는 모든 걸 다 걸어서 이기겠다고 했는데, 은메달에 그쳐서 진짜 아쉬웠어요"라고 밝혔습니다.

"제가 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다 쏟아부었거든요. 그리고 나서, 파리 비씨원에서는 욕심 없이 그냥 즐겼어요."

홍텐에게 있어서 아시안게임은 브레이킹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폐회식 때는 제가 기수로 나섰는데요, 태극기를 들고 그런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 대회 이후, 길에서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어요."

"그게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제가 오래 춤을 춰왔는데, 무대에 남아야 할 이유 하나를 더 만들어 준 것 같아요."

한국 브레이킹 최초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된 비보이 홍텐(김홍열)

촬영 hangzhou2022.cn

올림픽이란 홍텐의 26년 비보이 커리어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담긴 대회일까요?

39세의 레전드 비보이는 "올림픽보다 더 대중들에게 보여질 수 있는 대회는 없을 것 같아요. 다시는 없을 기회이기에 제가 그런 기회가 온다면, 거기서부터는 이제 시상대에 오르기 위해 모든 걸 다 쏟아부을 생각을 하겠죠"라고 말하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제 인생에서 라스트 댄스이자 커리어 하이를 찍을 수 있는 완벽한 피날레가 될 거예요.

(비보이 홍텐, Olympics.com)

파리 2024 브레이킹 경기는 8월 9, 10일에 라 콩코르드에서 펼쳐집니다. 16명의 비보이와 16명의 비걸이 디제이(DJ)가 즉흥적으로 플레이하는 음악에 맞추어 1대1 배틀을 하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