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선수권의 추억: 대한민국 여자 수구 대표팀 출범

2022년 세계수영선수권이 3년 만에 처음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6월 18일 개막합니다. 새 축제의 장을 열기 전,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을 추억해 보는 건 어떨까요? Olympics.com이 여자 수구 대표팀의 초대 주장 오희지 선수와 함께 한국 여자 수구계의 역사적인 사건인 광주 세계수영선수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J Monica Kim 기자
촬영 2019 Getty Images

광주가 2019년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 유치에 성공하며, 남녀 수구 대표팀이 개최국으로서 정상급 선수들이 모이는 수영인들의 가장 큰 축제에 처음으로 입성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 수구 대표팀은 1983년 처음으로 결성된 후 아시안선수권부터 올림픽까지 국제 무대에 꾸준히 출전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여자 대표팀이 처음으로 꾸려진 건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2019년이었습니다.

여자 수구 대표팀 수문장이자 주장 오희지는 "저는 여자 수구 대표팀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어요. 광주에 도착했을 때 너무 기쁘면서도 시합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실감이 안났어요. 올림픽 다음으로 큰 대회에 제가 나갔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았죠,"라고 말했습니다.

여자 대표팀 초대 주장 오희지 선수가 Olympics.com에 그녀의 수구 인생, 광주세계수영선수권의 의미, 잊지 못할 순간들 등에 대해 들려줬습니다.

2019 광주 세계선수권 여자 수구 대표팀 주장 오희지
촬영 2019 Getty Images

시작: "저는 물을 너무 좋아했어요"

오희지는 초등학교 시절 수영을 마치고 남은 시간 수구 공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으며, 고등학교 때부터 경영과 병행하며 수구 훈련을 틈틈이 했습니다.

"저는 물을 너무 좋아했어요. 그래서 수영이 너무 좋았어요. 스트레스 받아도 물에 들어가면 다 잊어버리고 너무 행복해져요. 그래서 그런지 수영 끝나고 물속에서 자주 공을 가지고 놀았거든요."

평영 단거리 선수였던 그녀는 "수구 팀은 보통 경영 훈련을 피해서 수영장이 비어있는 새벽, 야간 훈련으로 하곤 했었죠. 저는 수구를 제대로 하고 싶어도 우리 나라에 여자 수구 팀자체가 없어요. 그래도 이렇게 10년이 지나서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도전할 수 있게 됐어요."라고 말했습니다.

0대64: "최선을 다해서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대한민국 여자 수구 대표팀은 2019년 5월 26일 선발전을 통해 13명의 선수를 발탁했습니다. 1996년생 주장 오희지를 제외하면 열 명의 고등학생 및 두 명의 중학생 경영 선수들로 이뤄졌습니다.

사상 첫 여자 수구 팀은 약 한 달이라는 훈련 기간 동안 남자 고등부 팀과 연습 경기를 하며 주어진 환경과 시간에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광주에서 첫 상대로 강호 헝가리에 0-64로 대패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습니다.

그녀는 "자국에서 하는 큰 대회이기도 했고, 나라를 대표해서 처음으로 나가는 경기인 만큼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물론 실망감이 크셨겠지만요,"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헝가리 경기가 끝난 후)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헝가리전에서 그렇게 깨질 줄은 몰랐지만, 이 또한 경험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여자 선수들이랑 처음으로 붙어봤고, 제가 174cm인데 저보다도 훨씬 체격 조건도 좋았어요."

목표 달성: 간절했 던 한 골

한국 여자 수 팀의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그건 바로 한 골을 성공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대회 전부터 모든 코치 선생님들이 한 골을 넣는 게 불가능할 거라고 하셨죠. 그 선수들은 다 십 년을 넘게 이 운동을 했는데, 한 달 한 저희들과 비교할 수 없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까지 대패할 거라고 선생님들도 예상을 못 하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작전을 아예 바꿨죠. 러시아전부터 최대한 공을 뺏기지 말고 골을 먹히지 말자고 다짐을 했죠."

그들은 리우 2016 동메달리스트 러시아를 상대로 첫 경기보다 향상된 실력을 보여줬고, 더 나아가 목표했던 한 골도 성공시켰습니다.

"막상 첫 골이 들어간 직후엔 얼떨떨해서 전광판에 한 골을 넣었다는 표시를 보기 전까지는 실감이 안 났어요. '1'을 본 그 짧은 순간에 제가 부상 투혼(훈련 중 코뼈 골절)을 발휘하며, 짧은 훈련 기간 동안 열심히 했던 선수들이 생각났어요. 저도 모르게 저희 동료들에게 '엄지 척'을 했어요. 너무 대견했어요."

여자 수구 팀은 러시아에 1-30으로 패한 후 캐나다(2-22), 남아프리카공화국(3-26), 쿠바(0-30) 등을 차례로 만났고, 5전 전패 최종 16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오희지는 "최종적으로 저희가 여섯 골을 넣어서, 목표했던 한 골보다는 6배 이상의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너무 기뻤어요. 잊을 수 없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대표팀
촬영 2019 Getty Images

"지금 이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당시 주장이었던 오희지는 팀워크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코뼈 골절도 숨긴채 대회 출전을 강행했습니다.

그녀는 "다른 선수들이 흔들릴까 봐 알리지 못했어요. 경영 선수였을 때는 자기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수구는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결과를 이뤄낼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팀원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했던 건 '지금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후회 없는 경기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어요."

롤모델: 애슐리 존슨

대한민국 수문장은 대회 기간 중 자신의 롤모델을 만나며 더욱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롤모델은 미국을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각각 3연패로 이끈 스타 골키퍼 애슐리 존슨입니다.

미국 수구 스타 애슐리 존슨
촬영 Getty Images

"제가 2017년부터 애슐리 존슨을 동경했는데, 유튜브로만 보다가 광주에서 직접 그녀의 경기를 보니깐 더 대단했어요. 경기의 흐름을 다 읽고, 어떻게 골 방향을 예측해서 미리 움직이는지…너무 멋있었어요. 악수를 했는데 위엄이 느껴졌어요. 저도 그녀의 플레이를 배우고 싶어요."

광주세계선수권: 나침반

여자 대표팀의 감동적인 도전은 광주세계선수권이 끝나자마자 막을 내렸습니다.

그녀는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해체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마음이 좀 그랬어요. 일본 방송 등에서 저희와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요, 한국 수구가 어떻게 될 거 같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어요. 그때마다 저는 대표팀이 아니더라도 팀을 꼭 만들어서 다시 모일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죠,"라고 했습니다.

한국에 여자 수구 팀은 아직 생기지 않았지만, 올 1월 약 2년 반 만에 선발전을 거쳐 여자 수구 대표팀이 다시 출범했습니다. 이들은 올 9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내년으로 연기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오희지는 지난 11월 다리 부상으로 인해 선발전에 참가하지 못했기에 현재 국가대표가 아니며, 지난 2019년 세계선수권을 경험한 선수들 또한 현 여자 수구 대표팀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수구의 길에서 방황할 때 자신에게 길을 알려준 나침반 같은 존재인 광주 대회 이후 더욱더 수구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제가 3년 전 외국 선수들을 보면서 가장 느꼈던 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거였어요. 소집실에 모였을 때 아이 엄마인 선수들도 많았는데 나라를 대표하고, 또 시합을 더 잘 즐기고 있더라고요,"라고 했습니다.

"그런 점을 본 받고 싶었어요. 제 미래의 꿈은 어린 수구 선수들을 지도하는 거지만, 저도 일단 선수로 계속 뛰고 싶어요."

2019년 여자 수구 대표팀: 경다슬, 권나영, 김민주, 김예진, 라이언 하나윤, 송예서, 오희지, 윤예린, 이가은, 이정은, 임채영, 조예림, 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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