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024 올림픽 다이빙: 우하람 - "올림픽, 즐기면서 할 예정입니다"

기사작성 Haeyoung S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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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3m 스프링보드결승에 진출한 한국 다이빙 간판 우하람
촬영 2023 Getty Images

"최근까지 제게는 올림픽 메달에 대한 지나친 집착, 강박이 있었어요."

한국 다이빙의 간판 우하람, 그의 뜻밖의 고백에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지난 도쿄 2020,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을 뿐 4위라는 성적으로 한국 다이빙 역사상 올림픽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우하람은 '한국 다이빙의 희망'으로 조명되며 미디어의 호들갑스러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매체의 인터뷰가 밀려들고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도 있었지만, 이 담담하고 겸손한 청년은 대부분을 고사하며 축제 이후의 흥분을 재빨리 거둔 후 다음 목표를 향해 또 다시 다이빙대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부상은 선수들의 노력과 의지를 배반합니다.

2021년 올림픽 이후 2022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출전을 포기하고 무려 1년 8개월이라는 오랜 시간 공백기를 가져야 했습니다.

8위를 기록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안겨준 2024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조차 그는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생각하고 출전을 했는데, 가자마자 또 통증이 찾아온 거예요. 훈련도 할 수 없고, 기술도 보일 수가 없었죠. 정말 이제 어떡하나, 엄청나게 큰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부상과 부담감은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아무도 길을 터 놓은 적 없는 종목의 매우 훌륭한 성적표였는데도, 메달을 놓쳤다는 사실이 그를 크게 채찍질 한 것 같았습니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올림픽 메달이 전부라고 항상 생각해왔고, 제 꿈도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저 집착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된 거죠."

왜 아니었을까요. 초등학교 1학년, 방과후 학교 수업으로 우연히 접했던 다이빙. 수영조차 할 줄 몰랐던 소년은 두각을 나타내며 곧장 선수로 발탁됐습니다. 이후 곁눈질로라도 다이빙이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까불까불 친구들과 어울리며 뒹굴었을 유년시절과 청소년 시절의 시간을 물에서 보내며 오직 메달만을 향해 달려왔으니까요. 그가 '다이빙은 나 자체고, 물은 동반자다'라고 말할 정도로요.

"친한 코치 선생님께 오랜만에 전화를 했어요. 위로를 좀 받고 싶어서요. 그런데 '아픈 거 이런 거 다 제쳐두고 과연 다이빙이 즐겁긴 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 때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기분이었어요. 생각해보니 선생님이 아는 제 모습은, 열심히 하는 건 물론이고 항상 재밌고 즐겁게 하는 모습이었던 거예요. 경기하러 갈 때도 전 언제나 흥분된 기분으로 즐겼었는데 말이죠."

이후 컨디션은 놀랍게 좋아졌습니다. 부상도 거의 회복했지만, 무엇보다 메달과 올림픽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은 후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에게 필요한 건 훈련이라기보다 어떤 '자각'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즐기면서 하라'. 말은 쉽지만 이를 몸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이려면 어떤 실마리가 필요하죠. 이 통화는 우하람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어 주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준비과정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붓자. 다만 그 이후 결과는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거다. 그랬더니 금메달을 내려주셨다."

그러나 집착을 버렸다는 말이 결코 메달에 대한 꿈을 버렸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결과는 의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맘 편하게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죠. 비록 매우 아프고 힘들었겠지만, 어쩌면 꾸준히 상승곡선을 타고 올라온 우하람이 크게 날아오르기 위해 한 번 쯤 깨고 나와야 할 통과의례였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좀…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웃음)."

다이빙을 즐기는 자신을 자각하게 된 우하람이 세 번째 올림픽,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파리라는 무대는 제 결전의 무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쏟아붓고 싶어요, 후회 없이. 그러면 메달이 따라온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자신의 몸에 오륜 타투를 새길 정도로 간절했던 올림픽의 꿈을 하나 둘 단계별로 실현해 온 우하람. 이제 그는 새로운 성적표를 만들어내는 퍼포먼스 대신, 행복과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후련하고 시원한 퍼포먼스를 보일 예정입니다. 그리고 나면 반짝이는 그 뭔가 동그란 것이,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