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클라이밍 김자인 인터뷰: "엄마로서의 도전, 인생에서 손꼽힐 정도로 소중하고 감사한 순간"

올림픽예선시리즈(OQS)
5 기사작성 Monica EJ Kim
Kim Jain - 2024 season
(Copyright 2023 Jan Virt, all rights reserved.)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올림픽 데뷔를 앞두고 있는 브레이킹을 비롯해 스케이트보드, 스포츠클라이밍, BMX 프리스타일 등 네 종목이 한 어반 파크에서 모여 함께 2024 파리 올림픽 대회 최종 예선을 치르게 될 사상 최초의 올림픽예선시리즈(OQS) 개최를 앞두고, Olympics.com이 개성 넘치는 어반 스포츠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지난해 국제스포츠클라이밍(IFSC) 리드 월드컵 대회에서 30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올해 100회 출전을 달성한 '원조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입니다.

올림픽: 설렘

"사실 제가 선수로서 이제까지 했던 걸 돌이켜 보면, 하고 싶은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다 이뤄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운동선수들에게 있어서 올림픽의 의미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김자인, Olympics.com)

김자인은 이 차이를 '설렘'이라고 합니다.

"올림픽에 다시 도전하는 이유는, 메달을 따서 뭔가 이뤄야겠다라는 생각보다도 선수로서 그런 무대에 참가를 한다는 게 아직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기에 설레게 해요."

"지금도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까, 또 마음이 설레고 그러거든요."

"성공하든 못하든 그 제가 갈 수 있는 그 과정 끝까지 올림픽을 위해서라면 한 번 해볼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김자인은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FSC 세계스포츠클라이밍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종합 우승(볼더 5위, 리드 2위, 스피드 41위)을 차지해 세계 무대에 한국 클라이밍의 저력을 알린 선구자입니다.

"특히 세계선수권 때문인지 프랑스는 저한테 되게 의미있는 곳이에요. 그래서 그런 곳에서 마지막 무대를 치르게 된다면 진짜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2023 IFSC 리드 월드컵에서 4년 만에 시상대 정상에 오른 김자인

(Copyright 2023 Jan Virt, all rights reserved.)

'원조 클라이밍 여제'는 지난해 7월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리드 월드컵 대회에서 30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34세의 나이로 월드컵 역대 최고령 여자 금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성인부 대회에 나선 김자인은 "아직도 신기할 때가 많아요. 사실 저는 월드컵에 처음 나갔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면서 잘하는 선수도 아니었거든요. 당시 입상하는 어린 선수들을 보면 괴물 같아 보였어요"라고 말합니다.

김자인은 올해 4월 12일부터 14일까지 중화인민공화국 우장에서 열린 리드 월드컵에서 100회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5월과 6월 꿈의 올림픽 무대로 향하는 최종 관문인 올림픽예선시리즈(OQS) 출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라스트 댄스'를 꿈꾸는 원조 스포츠클라이밍 여제 김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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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선수의 도전: "인생에서 손꼽힐 정도로 소중한 시간"

김자인은 2019년에 열린 IFSC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도쿄 2020 출전권을 노렸지만, 대회 직전 손가락 부상 여파로, 결국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의 첫 올림픽 경기를 해설하며 많은 대중들에게 이 종목의 매력을 알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14살 어린 후배 서채현을 긴장한 목소리로 응원하며, 모두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역할도 톡톡히 해냈습니다.

"오히려 그냥 집에서 TV로 봤다면, 몰랐을 수도 있는데, 현장 생중계를 보면서 해설을 하니까, 올림픽에 계속 도전해 왔던 선수여서 그런지 선수의 기분이 많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아 나도 다시 도전해 볼까'라는 생각이 커졌어요."

그리고 두 번째 올림픽 도전에 나선 이유는 또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딸(오규아)의 존재였습니다.

엘리트 스포츠계에서 엄마이자 선수로 활동하는 여성 운동선수를 찾기는 쉽지 않은데요, 선수 연령대가 어린 스포츠클라이밍계에서는 더욱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김자인은 2020년 임신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단순히 자궁경부암 검사와 예방주사를 맞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아기집이 보인다고 해서 저도 너무 깜짝 놀랐거든요." (김자인)

엄마 선수로서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그는 갑자기 찾아온 소중한 선물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운동선수로서 힘든 게 더 크죠. 아기를 낳기 전에는 운동에 100퍼센트 쏟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내 운동보다 더 중요한 게 생겼으니까요. 뭐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도 있는데요"라고 하며 이어서 말했습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엄마로서 이렇게 다시 도전한다는 게 제 인생에 있어서 좀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소중하고, 감사하기도 한 것 같아요."

"사실 여전히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올림픽 티켓을 놓치게 된 2019년도의 아픈 순간이 가끔씩 떠오르곤 해요. 요즘도 '내가 티켓을 못 따면 어떡하지?'라는 상상을 하면서요."

"그냥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사실, 딸을 낳은 시점으로부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 달라졌거든요."

"엄마로서 이만큼 도전했다는 걸 돌아보면, 금방 털어내고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한테 가장 힘을 주는 원동력이자, 또 가장 위로가 되는 존재가 함께 있으니까요." (김자인, Olympics.com)

리드 vs 볼더

파리 2024 스포츠클라이밍 경기는 스피드 종목이 분리됐지만, 여전히 리드와 볼더 두 종목을 골고루 잘해야만 합니다.

'리드 여제' 김자인에게 볼더는 어떤 존재일까요?

김자인은 "볼더의 루트 스타일 자체가 굉장히 다양하고, 루트의 트렌드가 계속 바뀌고 있어요. 이제는 제가 여태까지 해왔던 정적인 걸 추구하는 등반 스타일이 아닌, 동적인 무브들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많아졌죠"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적이고, 피지컬을 요구하는 문제 유형들은 제가 잘할 수 있는데, 파쿠르*처럼 옆으로 점프를 해서 징검다리처럼 이용해 완등해야할 때, 아직도 무섭고 부담스러워요."

*파쿠르(Parkour): 도시와 자연환경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애물과 구조물을 아무런 장비나 도구 없이 맨몸으로 넘는 운동

여기서 잠깐, 볼더와 리드는 어떻게 다를까요?

  • 볼더: 제한된 시간 내에 최소한의 시도로 지탱하는 로프 없이 4.5m 높이의 벽을 등반해야 합니다.
  • 리드: 암벽 루트를 미리 보지 않으며, 로프를 매고 암벽 루트를 6분 안에 15m가 넘는 벽을 최대한 높이 올라가야 합니다.

리드 부문에서 월드컵 금메달만 30개를 목에 건 김자인이지만, 볼더 부문 시상대 정상에는 2011 밀라노 월드컵 대회에서 한 번 서본 것이 전부입니다.

왜 리드가 그의 주 종목이 됐을까요?

"제가 클라이밍을 했을 때는 리드 위주로 했고, 볼더를 하는 이유도 리드의 부분적인 동작 등을 잘하기 위함이었거든요. 그래서 지금처럼 볼더 대회가 많지도 않았죠."

그러나 이제 볼더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취미로 즐기는 '인기 있는 종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볼더는 로프가 필요 없고, 그냥 매트에서 하는 운동이기에 사람들이 접하기 쉽잖아요. 동작이 다이나믹하기도 해서 인스타그램에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요즘 시대에 사람들이 더 매력을 느끼는 스포츠클라이밍 종목이 된 것 같아요." (김자인, Olympics.com)

김자인은 볼더에서 부족한 부분을 리드에서 더 좋은 활약으로써 보완하려고 합니다.

"OQS가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볼더에서 약한 유형들과 동작들을 많이 시도해 보려고 해요. 그래도, 저에게 가장 중요한 리드에서 점수를 최대한 많이 따려고 합니다." (김자인)

OQS: "프리 올림픽 같은 느낌"

"얼마 전에 스케이트보드의 조현주 선수도 이번 올림픽예선시리즈(OQS)에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5년 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노렸던 세계선수권과는 달리 다른 종목도 함께 열린다고 들어서 신기했어요. '프리 올림픽' 같아요."

김자인은 어반 파크에서 열리는 이 축제 같은 대회에서 자신을 롤 모델로 삼았던 선수들과의 경쟁을 즐기려고 합니다.

"문득 한편으로는 채현이를 포함해 '나를 동경했던 어린 선수들에게 괜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저는 아직 그 선수들이랑 함께 경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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