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2021 Getty Images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다양한 체급의 선수들이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한국 여자 유도 대표팀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조민선 이후로 끊긴 여자 유도의 금맥을 다시 이어주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의 기대와 바람이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 유도 대표팀을 향하고 있습니다.
78kg급에 출전하는 윤현지는 지난 도쿄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세계 상위 유명 선수들을 한판승과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물리치고 준결승까지 진출, '이변'이라 불리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그는 현재 이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한국 여자 유도 국가대표팀의 주장으로, 자신의 컨디션과 팀 선수들의 컨디션까지 두루 살피는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Olympics.com과 만난 윤현지는 마치 소나무를 상상하게 했습니다. 단단하고 흔들림없는 정신력, 상황과 사람을 빠르게 이해하는 날카로운 분석력, 그리고 주변인들을 아우를 줄 아는 든든한 리더십까지. 유도인으로서 자신의 책임감을 이야기하는 그는 부활을 기대케 하는 여자 유도 팀의 진정한 주장다웠습니다.
주장이 되면서 부담감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이에요. 후배들을 잘 이끌고, 가끔은 목소리도 크게 내야 하는데, 대회에 나가서 내가 주장답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훨씬 더 부끄럽고 좌절감이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후배들에게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부분들도 많아요. 저를 더 성장시켜 주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올림픽에는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자신도 있었고요. 올림픽 끝나고 나서 금메달과 동메달도 따고 어떤 대회에서는 첫 판에서 지기도 하고, 여러가지 경험을 하면서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어요. 물론, 메달을 꼭 따올 것이다라는 마음은 당연히 갖고 있지만, 이제 내가 어떤 유도를 하게 될지 이런 게 더 궁금해지는 무대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강원도 철원에서 자랐는데요, 저희 중학교에 유도부가 있었어요. 제가 워낙 키도 좀 크고 체육을 좋아했거든요. 유도 선생님들이 같이 해보자고 계속 설득하셨는데, 어쩐지 좀 무섭기도 하고 해서 1년 동안 계속 거절했어요. 어느 날 유도체육관 문이 열려 있었는데, 그 문 사이로 보이는 장면들이 너무 재밌어 보이고, 저도 좀 왠지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하자고 할 때는 안 하다가, 그때는 해보고 싶어서 제가 직접 찾아갔어요.
네, 하고 싶은 것은 꼭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초기에는 정말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잘 못했어요. 1년 내내 대회 나가서 한 판도 못 이겼어요. 동계 훈련 3개월 동안 정말 독하게 노력하고 나니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던 제가 3학년이 되던 해 첫 전국대회에 나가서 갑자기 1등을 해버린 거예요. 뭐랄까, 그때 노력이라는 것에 대한 가치를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도 어제와 다르고 지난 주와 다르다는 걸 몸으로 체감하니까 쉽지 않았어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이 언니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마음이 들어서, 혼자 몰래 나가서 운동하고 그랬어요.
저는 외적인 면에서는 남성적이라고 하는데, 또 막상 저랑 친해지면 제가 내성적이고 섬세한 편이라고들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유도를 하면서 오히려 제가 가진 다양한 면모들을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여자니까 이런 운동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이나 틀을 깨는 것도 좋아요. 게다가 여자 선수들이 유도할 때 남자 선수들보다 뛰어나게 잘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남자들은 근육의 파워가 좋아서 힘의 요소를 많이 사용하지만, 여자들은 유연성과 잡기의 다양성 등을 주면서 경기를 하죠. 힘으로만 승부하지 않고, 오히려 여자가 가진 장점들을 이용해요. 훨씬 섬세하고, 다양하게 시도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고 하는 것들이 있어요. 여자이기 때문에 강해지는 것들을 유도로부터 배울 수 있어요.
네. 제가 딱히 사춘기의 질풍노도를 크게 겪지 않았어요. 사실, 유도가 '예'를 중시하는 스포츠잖아요. 마음의 평정 같은 걸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대회에서 졌을 때는 화도 나고, 억울하고 밉기도 한데, 그러한 마음마저 절제를 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면을 갖춰야 하거든요. 유도의 그런 면 때문에 더 무탈하게 지나왔던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제 꿈은 올림픽 금메달이고요. 제가 한 판을 하든 다섯 판 모두를 다 하든 그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제가 후회하지 않고 후련하게 열심히 땀을 흘리고 싶어요. 선수 시절을 스스로 칭찬해줄 수 있도록 후회없이 다 하는 것, 그게 제 목표입니다.
음, 제가 도쿄 올림픽 후 팬들이 생겼는데요. 파리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도 힘들 때가 많았는데, 그 때마다 응원이 참 많은 힘이 됐어요. 그래서, 저는 되갚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팬분들이랑 봉사도 많이 하고 했는데요. 조금 더 베풀면서 살고 싶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또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는 은퇴할 생각이기 때문에, 이후에는 지도자의 길을 걸으려고 해요. 유도는 제가 아직도 못하는 기술도 많고, 배울 수 있는 것도 많기 때문에 평생 알아가고 싶고, 누군가를 가르치며 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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